금金의 초음初音이 [kəsər]이지만 [kərə(가라)], [sərə(사라)] 두 음으로 분지되었음을 앞에서 보았다. 금金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금金, 오색금야五色金也’라 하여 ‘오색 빛’을 언급한 것이다. 금金이 호족虎族인 서융西戎 [가라]족의 발명이기 때문에 금金을 [가라]로 명명한 것으로 볼 것이다. 오행에서도 금金은 서西에 속했다. 서西의 우리말이 [가라>갈>갈]인 것도 이 시기 서융西戎 [가라]족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서풍西風을 ‘갈풍’이라 한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金(가라)를 서방지행西方之行이라 한 것도 이와 관련한 것이다.
금金을 [가라]로 읽은 예는 고대지명 표기에 자주 나타난다. <삼국유사1>에 금산金山을가리촌加利村이라 하여 금金을 [가리(<가라)]로 읽었고, <삼국사기36>에서 구지지산仇智只山을 금구金溝라 했는데 당산唐山이라고도 했다. 구지仇智 : 금金 : 당唐이 모두 [가라]로 읽혔다는 셈이다. 구지仇智의 상고음 [gjəgw], [ti ̯e ̆g]가 [가다]로 반사되어 [가라]로 읽었다. 당산唐山에 대해 북한 학자 류렬(1983) 교수는 “원래의 이름과는 상관없는 사대주의적인 이름이다”고 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당唐은 상고음에 daŋ, glaŋ 둘로 음독된 것이다. glaŋ의 초음은 [gələ(가라)]이다. 당唐은 일본어 훈독에서도 から[kara(가라)]로 읽고 있다. <삼국사기34,44>에 가라加羅, 가락伽落을 금해金海로 기록한 것도 금金을 [가라]로 읽었다는 것이고 해海, 강江, 천川 역시 모두 [가라]로 읽어 중첩표기 한 것이다. 이밖에도 금金을 [가라]~[가라]로 읽은 예는 고대지명에 흔히 나타난다.
마한馬韓을 [말가라>말가라]로 읽었다는 또 다른 증거를 보자. 온조가 마한馬韓을 금마金馬로 바꾸자, 멸망한 마한馬韓의 백성들은 조국의 이름인 마한馬韓을 쓸 수 없었지만 <삼국사기8>에 기록된 바, 마한馬韓을 대문大文이라 했다. 대大는 ‘크다’는 뜻의 마馬(말)과 일치하고, 文은 [가라]로 읽었다. 文의 훈독은 [가라>갈>글]로 변천하였다. <승람29>에서 고사/갈이高思/曷伊를 관/문冠/文이라 하여, 고사高思는 冠(갓 관)에 대응되어 [고ᄉᆞ]로 읽었고 文(글 문)은 갈이曷伊에 대응되어 [가리]로 읽었으며 현대의 [곳갈>고깔]을 의미했던 것이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양골梁骨은 양문梁文, 독홀獨訖이라 하였는데 골骨, 홀訖의 초음은 [가라]로서 문文의 훈독 [가라]와 일치한다. <삼국사기35>에가지달加支達(가리달)은 청문菁山, 문산文山이라 했다. 청菁은 초음初音 [가라]로 음독되었고 청靑과 동음이다. 중국 지도에서 청靑을 어두로 한 지명은 모두 우리민족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 문文 또한 [가라]로 훈독되었다. 이밖에 文이 {가라]~[가라>갈]로 훈독된 예는 고대지명에 흔히 나타난다.
결국, 망국의 백성들은 옛 이름을 쓰지 못하고 대문大文으로 써두고 훈독하여 옛 조국의 이름 [말가라]로 읽었던 것이다. 이것은 마한馬韓을 [말가라]로 읽었다는 또 다른 증거이다.
마한馬韓은 [마라가라]로 읽혔다가 음절말 자음을 허용한 시기부터는 [말갈>말갈]로 읽혔다. 그 의미는 ‘맏가라’, 즉 [가라]족 가운데 ‘가장 큰’ 맏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갈靺鞨과 음이 같은 점에 천착할 일이다. 이들의 관계와 그 의미는 무엇일까?
2) 말갈靺鞨
갈靺의 상고음은 [mat]이고 초음初音은 [mər]이다. [mar]>[mad]>[mat]로 변천하였다.갈鞨의 상고음은 [gat]이며 초음初音은 [gər]로 재구된다. [gar]>[gad]>[gat]로 변천한 것이다. 음상으로 보면 g/k 외에는 마한馬韓과 일치한다. 그러나 k는 처음의 g가 무성음화를 겪은 것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청靑代 학자들은 이 교체를 <음입대전>이라했던 것이다. 이처럼 마한馬韓과 말갈靺鞨이 음성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은 동일 종족임을 시사한다. 당시의 사람들은 종족의 이름을 자신들의 정체성이라 생각하였으므로 종족의 이름을 유사하게 쓰거나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면 문자를 기준으로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해당 문자를 만들 때는 반드시 그 저변에 종족의 특징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韓의 의미부인 위韋와 말갈靺鞨의 의미부인 혁革은 둘 다 ‘가죽’을 의미한다. 이 두 종족은 필시 가죽을 잘 다루는 기술을 가진 동일 종족이었음이 분명하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방탄 같은 첨단 섬유를 제조하는 기술이 있었던 것이다. 이 가죽은 화살이 뚫지 못하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이다. 위韋는 삶은 가죽을 말하며 혁革은 생가죽을 말한다. 이로써 보면 기술적인 측면에서 마한馬韓 [말갈]이 말갈靺鞨 [말갈]을 앞선다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 두 종족이 종족명을 같이 쓰고 가죽을 다루는 종족의 특징을 공유한다는 것은 동일 종족임을 확인하는 것이라 하겠다.
일단 한韓과 갈鞨이 의미면에서 모두 가죽을 다루는 종족임과, 음독면에서 모두 ‘빛’을 뜻하는 가라族인 이상, 한韓과 갈鞨은 [가라<(가라)]를 말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마한馬韓과 말갈靺鞨은 가라족族 가운데 장자격인 [가라]를 말하는 것이다. 말갈靺鞨과 마한馬韓은 동일 종족인 것은 돌궐突厥과의 관계에서도 분명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