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한글과 파스파문자는 우선 글자 수가 같습니다. 한글은 초성(자음) 32자와 중성(모음) 11자를 합해 43자로 만들었고 파스파문자의 43자모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한글과 파스파문자의 유사성은 외국학자들도 꾸준히 제기했던 주장이고 'ㄱ ㄴ ㄹ ㅂ ㅍ' 등 글자 형태가 같으며 문자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몇 사람이 창조해 보편화하는 것이 힘들다는게 정설이죠. 훈민정음 제정에 관여한 학자들이 파스파문자 등 중국의 음운을 깊이 연구했다는 것도 그 근거입니다.
7·8세기 이후 중국 북방민족들은 새 국가를 세우면서 새 문자를 제정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티베트를 통일한 송첸감포 왕이 고대 인도에서 유행하던 음성, 문법연구 이론인 비가라론(毘伽羅論)을 응용해 새로운 표음문자를 만들었고, 이 비가라론은 북방민족들의 문자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본래 고립어인 한자는 교착적 문법구조를 가진 알타이계통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하기에 적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가나문자처럼 한자를 변형시켜 따로 문자를 만들기도 하고 한글이나 파스파문자처럼 새로운 표음문자를 만들기도 했었죠.
이런 전통이 한반도에도 전달되어 조선 건국과 더불어 한글 제정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가라론은 불경기록을 통해 조선에도 전해졌고 여말선초의 많은 학승들이 배워서 알고 있어서 이것이 한글 제정의 기본 틀이 되었던거죠.
이성계의 부친 이자춘은 원나라에 귀속하여 한때 천호 벼슬을 지냈는데 이자춘은 '울루스 부카'라는 몽골식 이름으로 개명까지 하면서 몽골에 동조했고 대대로 몽골의 문화를 숭상했기에 그의 증손자인 이도도 문자를 제정할 때 원대 파스파문자의 영향이 컸었음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