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문
2. 사실에 부합하는 점
3. 의문
4. 종교
5. 결론
1. 단재 신채호가 위서의 두 종류에 대해 이르기를 一. 진서 속에 거짓이 담긴 경우 二. 위서가 진실을 담은 경우를 들었습니다. 일단 환단고기가 적어도 이 두 가지 중 어느 한 편에도 속하지 못하는건 불가능합니다. 위서라고 하더라도 군데군데 사실이라고 볼 요소가 있고 진서라 해도 사실이라고 믿지 못할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2. 고구려국본기의 연개소문 장군에 관한 대목에서 사실에 부합하는 몇 가지 例를 들자면
ㄱ. 연개소문 장군의 부친이 연태조, 조부가 연자유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남생 묘지명에서 立證되었고
ㄴ. 일차 고당 전쟁 초기에 정사에는 백암성을 갖다 바쳤다고 나오는 손대음이 여기서는 당나라군을 속이고 역습을 행하고자 했다고 하는데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서 연개소문 장군이 그 백암성을 비롯한 여러 성을 내어줘서 당나라군을 끌어들여 역습을 하는 전략을 구사했다고 하는 점이 부합하며
ㄷ. 李세민을 쫓아 들어가 장안성을 접수했다고 하는데 당나라 본토를 침공한 것이 사실이고
ㄹ. 李세민과 협정을 맺어 현 하북성에서 양자강까지 할양받았다고 하는데 당나라 본토를 실제로 일부라도 점령했을 것이라 볼 수 있고
ㅁ. 연개소문 장군이 백제가 망하기 전에 서거했다는 왕개보의 말을 싣고 서기 657년에 서거했다는 주장이 뒤를 잇는데 역시 단재 선생이 밝힌 대로 연남생이 막리지가 된 때를 기점으로 하면 사서에 나온 바와 달리 서기 657년이 서거 년도라 봄이 타당합니다.
환단고기의 저자가 이런 것들을 스스로 찾아내고 연구해가지고 위서를 만들었겠습니까? 만에 하나 그랬다고 한다면 이 책은 위서가 아니라 제 2차 혹은 3차 사서로 봐야하지 않습니까?
3. 다만 사실만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상기한 사례 중 고구려군이 장안을 점령했다는 점, 양자강까지 할양받았다는 점은 확실히 의심해야 합니다만 이는 과장으로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닙니다. 이기지도 못했는데 멸망시켰다고 주장하고 점령하지도 못했는데 領土라고 써놓곤 하던 중원의 사서들과 비교하면 理解할 만한 점입니다.
또 환단고기의 가장 유명한 부분 중 하나인 치우천황에 관한 대목에서는 헌원과의 전쟁을 이겼다고 주장하는데 이겼다고 하기에는 전후 처분이 부실해서 이는 승패를 뒤바꾼 왜곡이라 볼 수 있으니 중원 사서 보듯 주의해서 봐야 합니다.
정말 의심이 되는 점은 용어인데 대진국본기에 한중일이라는 단어가 나오고 시기를 설명할 때 중원 년호를 가지고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 점은 자주를 표방하는 이 사서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의심해야 합니다.
4. 신교라는 신앙이 줄기차게 언급되는데 이는 마치 유교 사상을 접목시켜 요순시대를 윤색한 중원 사서들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다만 유교는 이후에 만들어진 사상이 전 대 기록에 접목되는 경우고 이는 반대로 홍산 문화에서 비롯되어 단군조선 시대 즈음에 수두 신앙을 통해 전파되어서 실재했음이 확실한 고유 신앙에 신교라는 이름을 붙여서 이후 시대의 기록들을 장식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다만 사실은 검토를 좀 더 해봐야 분명해지니 실제로 신교가 단군조선 대 뿐만 아니라 이후의 부여, 고구려, 대진을 거쳐 왕씨 고구려 대에 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다만 그 시대마다 을지문덕, 행촌 李암 같은 특정 인물을 매개로 설명하는 점은 약간 부자연스럽다 느껴집니다.
5. 결론을 내자면 환단고기는 일단 진서나 위서 둘 중 어느 하나라고 단정하기 힘듭니다. 당장에 우리나라와 중원의 다른 사서들을 충분히 연구해서 성과를 내고 나서 교차 검증을 해야 합니다. 또 환단고기 자체도 검토해야 하는데 진서라고 판정한다 해도 중원의 사서들처럼 위국휘치나 침소봉대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합리적으로 추론을 해서 사실에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그래도 삼신 문화에 대해서는 연구가 적잖이 진행된 것이 다행인데 그런 식의 태도가 환단고기의 종교 관련 기록 뿐만 아니라 歷史적 사실에 관해서도 발휘되어야 합니다. 물론 선도 연구자들 말고 사학자들이 할 일입니다.
환단고기에 들어있는 고결하고 신성한 삼신 신앙을 본받아 마음을 깨끗하고 평화롭게 함과 동시에 歷史적 사실을 쓴 부분은 서지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이 책을 위한 최선의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