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중반 금(金)나라가 멸망한 이후 폐허가 돼 19세기 중반 러시아인과 조선인이 진출하기까지 별다른 유적이 없는 곳으로 여겨져 왔던 연해주에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한국 관련 유적과 유물이 확인됐다고 러시아 고고학자들이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과학원 극동지소 역사학고고학민족학연구소 아르쩨미예바 연구원은 17일 인천광역시 인하대 60주년 기념관에서 인하대 고조선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회의 발표를 통해 "요(遼)나라나 금나라의 유적으로 알려졌던 수류봉(峰) 산성(山城)에서 전형적인 한국식 타날(打捺·두드림) 문양의 기와들을 발견했다"며 "이 산성은 출토 유물과 성벽 축조 기법으로 보아 조선 초기에 6진 설치로 북쪽 국경이 확정될 때 방어 전초기지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수류봉 산성은 연해주 하산 지구의 중국과 러시아 국경에 위치해 두 나라에 걸쳐 있다. 전체 둘레 길이는 727.5m이고 높이는 1.5~2m이다. 러시아 조사단은 작년부터 남문 터 안쪽에 4개의 초석이 있는 구역을 발굴했다. 두드려 낸 반호(半弧) 모양의 문양을 가진 기와와 옹기 조각이 대량 나왔고, '대왕(大王)'이란 한자 명문(銘文)도 발견됐다. 아르쩨미예바 연구원은 "수류봉 산성은 연해주 일대의 요·금나라 성벽과는 구조와 유물이 다르다는 데 중국 학자들도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쩨미예바 연구원은 또 수류봉 산성을 이순신 장군이 1587년 함경도 조산보 만호(萬戶)로 근무할 때 방어 책임을 맡았던 녹둔도와 연결해 해석했다. 이순신이 당시 두만강 하구에서 24㎞ 거리의 수비대에 파견됐는데 수류봉 산성이 바로 그 위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순신 관련 사료를 정리한 박기봉 비봉출판사 대표는 "이순신이 두만강 하구에서 24㎞ 거리의 수비대에 파견됐다는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같은 연구소의 니끼친 연구원은 연해주 남부 피터 대제만(灣) 일대의 유적들에서 고려 후기의 유물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발해의 염주(鹽州)가 있던 끄라스끼노 고분에서 고려시대 용기가 출토됐고, 포시엣 동굴에서 고려 청자·청동·유리 제품이 발견됐으며, 딸미 호수와 골루비느이 우쪼스 지역의 주거 유적에서 고려 토기 조각이 수습됐다는 것이다. 니끼친 연구원은 이 고려 유물들이 교역에 의한 것이거나 이주민이 가져온 것으로 추정했다.
발해사 전공자인 한규철 경성대 명예교수는 "연해주 지역의 발굴은 지표 조사에 머물러 역사적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관련 유적도 상당수 있을 것이므로 우리 쪽 자료를 제공하면서 공동 연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3&aid=0003330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