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론] 일본의 중국, 한국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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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간(木村 幹) 일본 고베대 교수·정치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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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간(木村 幹) 일본 고베대 교수·정치학 |
한국 GDP에서 중국 비중은 20% 일본 경제에선 GDP의 5%도 안 돼
日, 한국만큼 중국 중요치 않은 이유 영토 문제는 중국과 '치킨 게임' 중
韓, 中만 치중하다 입지 좁아질 수도'중국 대두' 맞설 외교력 요구돼
5월 서울에서 예정됐던 한·일·중 정상회담이 연기됐다. 중국 정부가 난색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그 배경에는 센카쿠 열도(尖閣, 중국 이름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중 간 대립이 있다. 북한을 둘러싼 동북아에 긴장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 관계는 센카쿠 문제에서 한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출범한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성공 여부를 떠나 한국에 대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눈에 드러나는 긍정적인 관계 개선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2월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자세를 명확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협력할 나라의 순서를 미국·중국·일본 순으로 언급했고 취임 후 첫 특사를 중국에 파견했다. 일본에서 보기에는 한국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한·일 양국 정부의 중국에 대한 자세는 정반대이다. 이는 양국의 전문가·언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는 북한을 둘러싼 상황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외교 역량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국보다 결코 크지 않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를 한국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관계가 이 같은 차이를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다. 단순히 한·일 양국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 비율만 보면 그 숫자에 큰 차이는 없다. 대중 무역 의존도가 양국 모두 20% 이상이다. 무역 의존도가 100% 가까이 치솟은 한국의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전후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일본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미치지 않는다. 일본 경제는 여전히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수요를 가장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무역의 중요성이 낮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중요성을 한국만큼 크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민족주의적 감정을 우선해 중국에 대한 '외교적 강공책'을 요구하는 주장의 이론적 근거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본은 여전히 큰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일·중 양국 간 경제 규모의 격차는 매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그 격차는 결코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일본은 현 단계에서 세계 최대의 5000t급 해상경비정을 포함한 거대한 해상경비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 능력은 거의 중국에 필적한다. 일본이 영토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치킨 게임'을 선택하는 배경 중 하나이다.
물론 일본 정부는 재정적 어려움이 있고, 인구 감소로 인해 향후에도 이런 능력을 유지·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이 중국과의 국력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의 시점'이야말로 중국에 대해 강경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일본의 선택이 한국 입장에서는 어쩌면 무모(無謀)해 보일 수도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교란 요인이 일본의 무분별한 강경 자세라는 시각이 한국에서 나온다. 반면 일본에서는 한국이 중국을 과도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는 일본의 편견일 수도 있다. 확실히 중국은 급성장하고 있으며,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중국 시각이 일본의 특성 때문에 왜곡이 있는 것처럼 한국도 중국을 보는 눈이 왜곡돼 있을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무역은 중국 GDP에서 4%를 밑돈다. 중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비중은 더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상황의 지속은 한·중 간에 비대칭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중국에 있어서 한국의 중요성은 훨씬 작고, 따라서 중국은 한국에 대해 언제든지 '강공'을 취할 수 있다. 한·중 양국의 국익이 대립할 경우, 한국이 협상에서 불이익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중국에 경도된 외교·경제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선택을 좁힐 수 있다. 어떤 나라도 스스로 생존을 위해 더 다양한 선택이 필요하다. 향후 한국은 경제든, 안보든, 사회 교류든 가능한 한 많은 나라와 파이프를 구축하고 1개국에 대한 의존도의 심화를 막아야 한다. 거대한 중국과 이웃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가 향후 더 깊어지는 것은 필연적이고 자연적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것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의도적으로 전략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두라는 메가 트랜드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외교력이 요구되고 있다.
[기무라 간 (木村 幹) 일본 고베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