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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1-04 18:58
[한국사] 유주자사 진의 출신 문제
 글쓴이 : 떡국
조회 : 1,749  

1978년에 북한의 덕흥리 유주자사 진의 무덤이 알려졌을때
학계가 완전히 뒤집혔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데요.

유주자사, 13군 태수하례도 때문에 4세기후반~5세기초에 고구려가 베이징 지역까지 지배하고 있었던 것 처럼 나오기 때문에 학자들이 완전히 멘붕이 왔었다고 하죠.

북한 학계에서는 당연히 그대로 해석해서 주장하고,
남한/중국/일본에서는 '그거 다 구라임' 하면서 부정하고요.
즉, 현재 한국 주류학계에서는 유주자사진이 후연에서 고구려로 망명한 사람일 것으로 통설을 정해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년말에 수원여대 정승혜 교수라는 분이 13군태수하례도에서
앞에 무릎꿇고 있는 남자, 여자가 "…通事吏"로 기재되어 있고 이는 곧 통역관이다라고 확정해냈다는 거에요.

https://file.mk.co.kr/mkde_7/N0/2017/09/20170914_3451660_1505369346.jpg



근데 이 그림 자세히 보면 이게 통역관인줄 뻔히 알 수 있었을텐데,
이에 관해서 2017년이 되어서야 이걸 지적하는 학자가 처음 나온다는게 좀 황당하긴 하네요.

문헌 뒤지는데 눈이 팔려서 벽화 사진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 자체를 안한 듯.



통역관이 있으니 당연히 13군태수들과 그들의 상관인 유주자사진은 서로 말이 안 통했다는 이야기가 되고, 그동안 끈질기게 주장되었던 '13군태수 및 유주자사는 자칭한 허직이다'라는 주장이 거의 완전히 부정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가짜들을 주루룩 세워놓고 그림 그려놓는다면 굳이 통역관까지 정성스럽게 그려넣을리가 없쟎아요.

암튼 일단 2가지 경우의 수가 생기는데,

(1) 유주자사진은 고구려인이고 13군태수는 선비족들이다.
(2) 유주자사진은 선비족이고 13군태수는 전부 고구려인들이다.

제 생각엔 (1)번이 맞을 것 같아요.
당시 중국 하북지방에서는 태수 정도 되는 지방의 귀족들은, 자기 지역을 장악하는 왕조가 바뀌거나 세력판도가 변화될 때 마다, 아주 민첩하게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쟎아요.
그렇게 보면 해당 지역의 진짜 태수들이 유주자사진에게 배례하는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충격받거나 이상할 일도 아닐 것 같고요.

고국원왕의 명을 따라 고구려인인 '진'이 베이징 지역까지 쫙 밀고 들어가서 공백상태의 지역을 점거하고, 그곳의 태수들을 불러다가 '내가 여기의 짱이다'라면서 선언하는 장면 정도는 충분히 연출 가능하지 않나 싶고요.

전연이 멸망하는게 370년.
후연이 건국하는게 384년.

이 지역에 확실한 지배에 이 시기를 전후해서 공백 상태가 충분히 있을 수 있고, 그 틈에 고구려가 한 번 확 찔러 들어올 만도 하고요.

(이런 짓은 고구려가 좀 잘 하쟎아요.  한 번 씩 확 찔러들어가는 전법은 고구려 초창기부터 말기까지 계속 확인되죠.)
전연을 멸망시킨게 전진의 명장인 왕맹인데, 왕맹은 전연 황제의 항복을 받고 바로 돌아가거든요.  전연의 모든 지역을 전진이 싹 다 일거에 장악했을 수 있을까 하면 좀 의문이기도 하고요.

370년 정도면 '진'이 나이 38살때니깐 나이도 한창 잘 나갈 때고요.

특히 '유주자사,13군태수 전부 가짜다' 하는 주장은 솔직히 너무한다 싶고요.

위에 눈이 시퍼렇게 고구려왕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겨우 3품관료(국소대형)가 유주자사를 마음대로 참칭한다????
아니면 고구려왕이 13군태수와 유주자사를 가짜로 만들어서 '진'에게 무덤벽화에 통역관까지 치밀하게 가짜로 만들도록 시켰다????
(그것도 실감나게 여자통역관까지 등장시켜 가면서)
가짜 관직설은 진짜 아니다 싶네요.


그리고 2006년 북방사논총 9호지에 수록된 '덕흥리벽화무덤에 보이는 유주의 성격, 북한 사회과학원 강세권' 논문을 참고하면...

자치통감에서 전연과, 전연을 멸망시킨(AD371년) 전진에서 배정한 행정구역이 나오는데

전연의 점유지 : 평주, 유주, 중구, 락주, 예주, 연주, 청주, 기주, 병주, 형주, 서주
전진의 점유지 : 청주, 연주, 병주, 예주, 서주, 형주, 량주, 익주, 진주, 양주

즉 전진이 전연을 멸망시키고 나서, 기존 전연의 지배 지역에 자사들을 임명했는데
이때 '유주자사'는 없다고 합니다.  이건 이때 고구려가 유주지역을 점령하고 있었다고 하면 설명이 자연스럽게 되죠.  즉 전진이 전연을 멸망은 시켰는데, 전연의 모든 땅을 다 차지하지는 못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유주 지역은 고구려가 먹었으므로, 전연의 영토를 전진이 고구려랑 갈라먹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 372년에 전진이 '범양태수'를 임명하는데, 유주자사진 무덤에서는 '범양국내사'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즉 고구려는 '범양태수'는 임명을 안하죠.
고구려는 유주의 속현중 하나인 범양 지역의 경우에는 370년에 점령하고 범양국내사라는 임시직으로 우선 유지하다가, 372년에 좀 일찍 전진에 넘겨줬을 것 같네요.

그리고 고구려가 370년에 전연을 침공해서 유주지역을 점령한 이유는, 그 이전 342년에 고구려가 전연에게 깨져서 미천왕 시신까지 도굴당하는 굴욕을 겪었기 때문에, 일종의 복수 차원이었던 것 같고요.  고구려는 당한건 반드시 복수하는 면이 강한 것 같아요.

다만 고구려가 이민족들이 사는 유주지역을 구태여 무리하게 장기간 점유할 필요가 없고, 전진과는 화평정책을 추구했기 때문에, 몇 년 간 점유한 이후에 전진에게 넘겨주고 물러나는 것 같고요.  특히 아직까지 고구려는 요동 지역도 확실하게 장악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도 제약이 많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한편, 덕흥리고분에서 명문으로 유주자사 진의 고향과 성씨를 기록한 부분은...

"□□郡 信都縣 中甘里 ... □□氏 鎭"

이렇게 결정적인 부분의 글자가 판독이 안되기 때문에, '신도현'이 중국에 있는 곳인지 고구려 내부에 있는 곳인지 아직 논쟁중에 있고, 성씨가 뭐였는지도 명문이 지워져 있어 판독이 안됩니다.  간혹 유주자사 진은 모용씨일 것이라고 아예 단정짓는 사람도 간혹 있던데 그럴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봅니다.  적어도 이 시기의 모용씨는 고구려의 철천지 원수니까요.

게다가 전연이 멸망했을 때 고구려로 망명한 다른 사람의 경우를 보면...
전연의 태부(太傅) 모용평(慕容評)의 경우에는, 고구려에서 그 사람의 망명을 받아들인게 아니고, 그대로 사로잡아서 전진으로 보내버립니다.  태부는 자사보다 훨씬 높은, 전연 전체의 실권자 지위였죠.  유주자사 진이 만약에 전연의 모용씨 사람이었고 고구려로 망명했다면 모용평과 같은 운명이었거나 더 비참했을 확률이 높죠.  고구려 고국원왕 입장에서는 전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갈아마셔야 할 원수였으므로, 망명객에게 덕흥리고분 처럼 성대한 무덤까지 만들어줬을리가 없습니다.  전연은 불과 28년 전에 고구려에 엄청난 굴욕을 준 놈들인데 고구려 왕이 배알도 없는 바보등신이 아니고서야...


아무튼 결론은...

즉 370년 전진이 전연을 침공할 때, 고구려도 함께 전연을 침공, 유주 지역을 먹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고구려가 유주지역을 장악하고 있을 때, 유주자사로 38세의 한창 나이인 고구려 사람 '진'이 임명되어 실제로 역임했고요.
그러다가 376년에는 고구려가 유주지역에서 물러납니다.
이때 고구려는 고국원왕(331~371), 소수림왕(371~384) 시기입니다.
아울러, '통역관'이 확인되므로, 유주자사 진이 선비족일 확률보다 고구려인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보게 되네요.


유주자사 진이 고구려인이고, 유주지역을 실제로 장악했었다는게 정설화된다면 고구려 역사 자체를 많이 수정해야 하는 부분이 참 많죠.
주류학계에서는 유주자사 진에 대한 기존의 보수적인 통설(망명객설,허직설)을 이제는 수정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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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jai 18-11-07 14:2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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