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의 명광개***
* 황칠을 이용한 삼국의 갑옷
황칠은 한반도 서남해안 완도, 보길도 등지에 자생하는 황칠나무 수액을 짜서 가공한 도료다. 일찍이 고대 중국 등에서 황금빛을 띠며 내구성이 뛰어난 최고의 도료로 널리 칭송받았고, 부와 권위의 상징으로 고급 갑옷, 장식품 등에 칠했다. <책부원구> <구당서> 등에 ‘당 태종이 백제에 갑옷에 입힐 금칠을 청했다’ ‘백제 섬에서는 황칠 수액이 생산된다’는 대목 등이 보인다. 백제가 ‘명광개’라는 고급 갑옷을 당나라에 선물했다는 기록도 <삼국사기>에 전하는데, 이 갑옷에도 황칠을 입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칠은 옻나무 수액을 채취하여 칠하는 옻칠과 같은 전통 공예기술이다. 황칠나무 표피에 상처를 내면 노란 액체(진액)가 나오는데 이것을 모아 칠하는 것을 황칠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가구의 도료나, 금속·가죽의 도료로 사용되었다. 역사적으로는 왕실에서 쓰이는 양이 많았으며, 중국에 보내는 조공품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왕실에서 쓰이는 양이 상당했는지, 황칠나무가 자라는 지역 백성들의 고통이 심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황칠나무가 자라면 베어버렸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특히 백제시대에 이렇게 생산된 황칠은 수나라의 갑옷인 명광개나 백제의 칠 갑옷을 만드는데 쓰였었다. 황칠은 금속에 끼얹으면 진짜 순금같은 아름다운 황금빛을 띠게 되면서도 원래 금속보다 더욱 견고한 멋진 금속이 되었다.즉, 조선시대에 강철에 수은을 끼얹어 아름다운 은빛이 도는 수은갑을 만들었다면 백제에서는 강철에 황칠을 끼얹어 화려한 금빛이 도는 명광개를 만든 셈. 어떻게 보면 가장 백제스러운 도료라 할 만하다.
백제시대 문화의 기본 모토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황칠한 금속 자체가 진짜 금에 비해선 훨씬 저렴하니만큼 사치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반 강철의 색과는 비교도 안되는 아름다운 금빛을 띠고 있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지나치게 외관만 치중하는 게 아니라 견고함까지 보장되기에 실용성도 뛰어난 삼국시대 가성비 최강의 도료인 것이다.
< 황칠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