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동아시아 게시판
 
작성일 : 20-01-21 20:07
[북한] 북한의 역사를 지켜보면서..05편.
 글쓴이 : 돌통
조회 : 735  

04편에 이어서~~

 

내가 망명을 위한 직접적인 행동에 들어간 것은 1997년 2월 12일 오전 9시경이었다. 그 시각 나와 김덕홍은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 근처에 있는 호텔백화점으로 물건을 사러 갔다. 하지만 물건 구입은 핑계에 지나지 않았고, 사실은 우리의 망명을 도와온 인사를 만나 망명절차를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김덕홍은 이번에 나와 함께 북에서 망명해 온 사람이다.



내가 아내와 자식들에게까지 지켜온 비밀을 그에게 털어놓으며 생사를 같이해온 만큼, 간단하나마 그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나는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시절 그에게 교무부를 맡겨 대학실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또 내가 중앙당으로 돌아갔을 때는 그를 중앙당 지도원으로 불러 실무를 맡겼는데, 언제나 뛰어난 능력 발휘로 내 믿음을 샀다. 그는 또 내 사상적 동반자이기도 했다. 내 주체사상의 이론적 신봉자이자 열렬한 선전원이었던 것이다.



그는 주체사상의 요체뿐만 아니라 그것을 악용한 김일성·김정일의 반인민성과 기만성을 지적하는 내 심중까지 잘 이해해주었다. 게다가 의를 존중하고 정의감이 투철하며 따뜻하고 넉넉한 인품까지 지녔으니, 우리 둘 사이는 자연히 형제보다 더 가까워졌고 마침내는 목숨을 건 망명길까지 같이하게 되었다. 망명을 위한 구체적인 조직사업은 모두 김덕홍이 맡았다. 우리는 망명안내자와 잠시 토의한 후 택시로 총영사관으로 들어갔다.



총영사관 앞에는 전갈을 받은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총영사에게 안내했다. “황 선생님, 어서 오십시오.” 나는 총영사가 내미는 손을 꼭 잡았다. 잠시 후 총영사와 마주앉은 나는 망명의 이유를 밝혔다. 나는 50여 년간 조선노동당원으로서 성실히 일해왔다. 뿐만 아니라 조선노동당과 그 영도자의 깊은 사랑과 배려를 받아왔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는 조선노동당과 그 영도자들에 대하여 감사의 정은 품고 있지만 다른 생각은 조금도 없다.



또 지금 공화국이 경제적으로 심한 난관에 처해 있지만 정치적으로 잘 단결되어 있기 때문에 당장에 붕괴될 위험성은 없다고 본다. 이러한 조건에서 내가 모든 것을 버리고 한국으로의 망명을 결심하게 된 것을 알게 될 나의 가족들을 비롯하여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미쳤다고 평가할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도 내가 미친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나만 미쳤으며, 왜 나를 미치게 했는가 하는 것이다. 민족이 분열되어 반세기가 지났지만 조국을 통일한다고 떠들면서도 서로 적대시하고 있으며, 북은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떠벌이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제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또 노동자·농민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노동자·농민을 위한 이상사회를 건설해 놓았다고 선전하는 사람들도 제정신을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민족의 적지 않은 인구가 굶주리고 있는데,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데모만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결국 우리 민족을 불행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한 문제를 좀 더 넓은 범위에서 협의할 생각으로 북을 떠나 남쪽 동포들과 협의해 보기로 결심했다.

 

          이상..06편에서 계속~~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Total 20,026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게시물 제목에 성적,욕설등 기재하지 마세요. (11) 가생이 08-20 92768
19702 [한국사] 단편적인주장은하지만. 글(역사서)은 못쓰겠다 (2) 바토 06-11 743
19701 [한국사] 묘, 지나 (1) history2 02-05 743
19700 [북한] 악의신.이오시프 스탈린.독재의 최고봉.14편. 돌통 11-16 743
19699 [기타] 무식한 사람은 역사나 학문을 말하기 전에 기본을 갖… (2) 윈도우폰 04-02 743
19698 [기타] 댓글 보고 좀 많이 짜증 나서 글 남깁니다. (6) 화톳불 11-03 744
19697 [한국사] [FACT]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쳐(NATURE)" 한국어의 기원… (1) 아비바스 11-10 744
19696 [한국사] 부여 (2) history2 02-18 745
19695 [한국사] 토기에 대해서...진품과 가품은 어떻게 구분을 하는… (8) 히스토리2 05-23 745
19694 [한국사] 초중고 역사교과서의 선사와 고조선 서술문제검토 스리랑 07-08 746
19693 [기타] 가방끈 타령하는 사람 출몰 (6) 상식4 02-17 747
19692 [북한] 김봉규의 유튜브에서 김부자, 담당통역을 한 고영환… 돌통 02-10 747
19691 [북한] 북한의 역사를 지켜보면서.10편.. 돌통 02-10 747
19690 [북한] 여순사건과제주4,3사건등.이승만은왜학살을명령했 06… 돌통 05-29 747
19689 [기타] 출처를 다는 건, 남녀노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것입… (11) 아비바스 04-05 747
19688 [중국] 요하문명 - 홍산문화 - 한국 고대문화의 원류로 보기 … (18) 투후 08-22 748
19687 [한국사] 무얼 탐구해야 할까 감방친구 11-27 748
19686 [북한] 북한은 광복을 '쟁취'했다는 이유는.? 04편. 돌통 06-06 748
19685 [북한] (심화과정)한반도 현대사 정확한 팩트 06편 돌통 08-21 748
19684 [한국사] 역사학자의 위치비정 2 (4) 하이시윤 04-17 748
19683 [일본] [FACT] 일본에서 올린 논란의 영상 "This is a Pen" (1) 아비바스 11-12 749
19682 [한국사] 역사학자가 말하는, 광개토대왕이 10년을 더 사셨다… (3) 아비바스 11-13 749
19681 [한국사] 밑에 링크해주신 역사글을 보다... 하고싶은말 Marauder 06-05 750
19680 [세계사] [FACT] 문화평론가 이동진, 영화 오펜하이머 다루다. 아비바스 11-26 750
19679 [한국사] 《첨성대,황룡사,불국사,문무대왕릉의 실제 위치》 (1) 에피소드 03-02 750
19678 [한국사] 3) 환단고기에서 밝혀주는 역사 스리랑 02-19 751
19677 [한국사] 조선이 근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그저 물타… (2) Marauder 02-22 751
19676 [한국사] 낙랑관련 언론보도(1)- -한겨레21. 한반도 지지설(논조… (1) history2 03-22 75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