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10월 경인삭 기유(20 일)에 백제 왕자 여창(餘昌) [명왕의 아들 위덕왕 (威德王)이다.] 이 나라 안의 군대를 모두 징발하여 고구려로 향하였다. 그는 백합(百合) 의 들판에 요새를 쌓고 군사들과 함께 먹고 잤다.
그런데 이 날 저녁 바라보니 넓은 들은 비옥하고 평원은 끝없이 넓은데, 사람의 자취는 거의 없 고 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때 갑자기 북과 피리 소리가 들렸다. 여창이 크게 놀라 북을 쳐서 맞대응하면서 밤새 굳게 지켰다. 새벽녘에 일어나 넓은 들판을 보니 마치 푸른 산과 같이 군기가 가득하게 덮고 있었다.
날이 밝자 목에 경개(頸鎧)를 입은 자 1기(騎), 작은 징 [뇨(鐃)자는 잘 알 수 없다.] 을 꼽은 자 2기, 표범 꼬리로 장식한 자 2기 등 모두 합해 5기가 말고삐를 나란히 하 고 와서 “어린아이들이 ‘우리 들판에 손님이 와 있다.’ 고 말하였다. 어찌 예를 갖춰 맞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속히 우리와 더불어 예로써 문답할 만한 사람의 이름과 나이, 관위를 알고 싶다.”라고 말하였다. 여창이 “성은 동성(同姓) 이고 관위는 간솔(杆率) 이며 나이는 29세이다.” 라고 대답하였다. 백제에서 반문하니 또한 앞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대답하였다. 드디어 군기[標]를 세우고 싸우기 시작하였다.
백제는 고구려의 용사를 창으로 찔러 말에서 떨어뜨려 머리를 베고 머리를 창끝에 꽂아 들고 돌아와서 군사들에게 보였다. 고구려군 장수들은 격노하였다. 이때 백제의 환호하는 소리가 천지를 가르는 듯하였다. 또 부장이 북을 치며 속공하여 고구려왕을 동성산(東聖山) 위에까지 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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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진위여부가 있지만 재미있는 기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