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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28 17:32
[한국사] 최근 일본과 미국에서 발견된 임란이전의 조선궁궐건축회화- 사라진 미학, '현어'
 글쓴이 : 햄돌
조회 : 3,004  

다음은 조선 초중기 (즉 임진왜란 이전)까지에 대한 신편 한국사 (2002)중 건축분야의 신영훈선생의 개요부분입니다.

조선 초기 건축물들도 다른 시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더욱이 전시대 건축물들이 섞여 있었으므로 훨씬 다기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지방에서는 삼국시대 이래 고려시대까지 지어진 건축물들이 혼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하였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중앙과 지방의 건축물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임진왜란 이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건축물이 이 시대까지 존재하였다는 사실과 난후 복구된 건축물이 그 이전의 건실한 기풍을 차츰 잃게 되었다는 점을 서로 비교하면 조선 초기 건축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지금은 비록 문헌으로 논증할 수밖에 없지만 후기에 남은 잔형을 통해 초기의 면모가 어느 정도 추정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 신영훈

이 글이 씌여진 것이 2002년, 그로부터 2년후와 5년후 이러한 설명에 부합하는 회화가 속속 등장했습니다. 벌여 놓은 여러 준비글중 분량과 적지 않은 내공이 필요한 글이 바로 '조선전기의 건축'에 대한 (특히 중층중심) 포스팅인데, 오늘은 그 여러 스펙트럼중 하나로 10년전인 2004년, 일본에서 발견, 우리나라의 한 옥션회사가 사들인 다음의 그림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단 그림을 보시죠.

1.jpg
1577년 궁중계회도

이 그림은  울옥션이라는 곳이 일본 개인소장가로부터 사들여서 지금부터 10년전인 2004년 12월 17일에 자사경매에서 2억7,000만원에 판매한 궁중계회도(宮中契會圖)라는 그림입니다. 계회도란 선비들의 모임을 그린 그림으로, 이 계회도는 말 그대로 '궁중' 즉, 궁궐안의 모임을 그린 것입니다. 그림에 씌여있는 정보로 이 그림이 '선조의 형인 하원ㆍ하릉군이 정1품 관직에 오르게 된 것을 축하하는 잔치'를 그린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대도 정확한데 1577년의 그림으로, 지금까지 공개된 중중연희 그림 중에서 아주 드물게 '임진왜란'  불타버리기 이전의 조선 궁궐을 그리고 있습니다.

즉 이 그림은 1577년, 16세기말의 조선궁궐 건축을 묘사하고 있는 건축역사에 중요한 새로운 그림입니다. 이 건축물이 정확히 궁궐의 어느 건축물을 가리키고 있는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만,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조선궁궐건축과 아주 극명하게 다른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현어[懸魚,玄魚]'입니다. 간단히 말해 현어는 박공이 마주치는 곳에 매다는 물고기나 화초모양의 장식물인데, 화재방지와 위엄등의 상징성을 가진 물건이었습니다. 이 현어라는 장식은 아주 고급장식으로 신라시대의 9세기 건축규제인 '옥사조'를 보면 가장 귀족인 '진골'의 저택에도 금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현어가 아주 활발하게 쓰였고, 지금도 아주 많이 남아있습니다.

3.jpg
필자가 아는한 현재 현어를 구현하고 있는 조선시대 궁궐건축물은 일본식 건축의 영향을 받은 경운궁의 일부를 제외하곤 전무합니다. 하지만 이 1577년의 조선궁궐은 아주 확실하게 붉은 색의 화려한 현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래 공포역시 현 조선궁궐의 다포가 아닌 고려시대의 주심포계열에 가까운 형태로 보입니다.

4.jpg
이 그림 뿐이 아닙니다. 다음의 그림은 언제 다시 소개할 최근 미국에서 발견된 1580년의 조선궁궐 (역시 어디인지 미상) 회화입니다. 역시 임진왜란 10여년전의 그림이죠. 여기에도 위와 아주 동일한 현어가 발견됩니다. 이뿐 아니라 단청주칠 (붉은 색)과 마치 고려변상도에 나오는 것 같은 형식의 이중처마의 연회장등 지금 조선궁궐에서는 볼 수 없는 미학을 보여주는 대건축물입니다.

1580년 조선궁중도 (미국소재)
5.png
이런 현어는 고려시대의 고려건축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파악하는 고려변상도에도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서두에 소개해드린 신영훈 선생의 이 설명이 와닿는 장면입니다. 

"조선 초기 건축물들도 다른 시대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더욱이 전시대 건축물들이 섞여 있었으므로 훨씬 다기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지방에서는 삼국시대 이래 고려시대까지 지어진 건축물들이 혼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욱 다양하였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중앙과 지방의 건축물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클릭하면 전체 현어를 볼 수 있습니다. 아래의 고려변상도의 이중처마등은 조선궁궐건축그림으로는 위의 그림이 처음 발견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비단 조선뿐 아니라 고려궁궐 건축에 대한 고증으로도 아주 중요한 (즉 고려변상도에 대한 고찰도 연결이 되는) 지점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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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서복사 관경서품변상도 (고려변상도,1371년)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급한 조선전기건축에 대한 글과 더불어 언급할 부분은 바로 이 궁녀들의 모습. 조선 중기까지는  후기 기생들처럼 가체를 쓰지 않고 머리를 틀어올렸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고려시대같습니다).

7.jpg
참고로 이 작품의 상단의 설명은 "중종의 사위 송인(宋寅)이 ‘주상이 일등주를 하사하고 좌승지 정언지로 하여금 악사를 부르게 했다…구름휘장이 공중을 가렸다"는 대략의 내용입니다. 19명의 군(君)을 비롯한 30여명이 관에 꽃을 꽂고 줄 맞춰 좌정하고, 각자 주칠반에 차린 상을 앞에 놓고 궁녀 혹은 관기들의 시중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2004년 당시 국립광주박물관장이던 이원복 관장은 “왕가의 모임을 그린 그림은 매우 귀하다. 특히 이 작품은 제작시기가 임진왜란 이전인 데다가 참석자의 이름을 모두 적어 놓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런 '현어'를 최근 재건한 백제재현단지의 건축물에는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다만 이 현어는 지네철처럼 보인다는 건축학도 손님분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필자도 일견 공감합니다). 고대-중세의 건축을 재건할때는 조선중기이후의 건축과 차별되는 여러 미학적 요소들을 최대한 반영, 이런 식의 다른 미학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입니다.

 사비궁 중궁 천정전 사진출처
8.jpg

현어 (혹은 지네철일수도 있겠습니다) 부분 확대입니다.
9.jpg

새로 만드는 몇 한옥에서도 현어를 만들고 있어 반갑습니다.
10.jpg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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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스 17-11-28 18:20
   
확실히 조선전기에서 임란전까지는 고려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네요.
실제로 초창기 경복궁도 굉장히 화려했다고 하던데...
아스카라스 17-11-28 22:58
   
그림한폭에 가슴이 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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