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인사가 이처럼 길가의 절집이 된 것은 필시 메이지유신 시절의 폐불훼석 때문일 텐데, 안내책자에 이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참으로 이상스러웠다. 건인사뿐 아니라 당시 일본의 모든 사찰이 엄청난 박해를 받아 대개는 사찰 땅의 90퍼센트를 강제수용 당했으면서도 그 아픔과 아쉬움은 고사하고 사찰의 역사를 말해주는 연표에도 이런 사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내가 폐불훼석의 피해를 명확히 언급해놓은 것을 본 것은 나라의 흥복사(興福寺)와 교토의 청수사(淸水寺) 안내서뿐이었다.

 왜 그럴까? 일본인들이 자신의 과거 내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 우리네와 다르기 때문일까? 천황이 행한 일에 대해 잘잘못을 언급하는 것이 금기시되어 있기 때문일까? 한 일본학 연구자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내가 폐불훼석 때 흥복사가 망가져가는 과정을 자세히 언급한 것이 일본인들에겐 충격일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있어 오히려 내가 놀랐다. 그러면 일본에선 폐불훼석을 역사 교과서에서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그저 의문일 뿐인데, 일본인들은 이것을 무지막지한 문화파괴로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