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와 만나기로 했는데 길이 막힌다. 이때 친구에게 전화가 온다. 야, 어디야? 언제 도착하는데? 우리는 내비게이션을 보고 친구에게 말해 준다. 지금 10킬로미터 남았는데, 10킬로미터로 기어가고 있어. 친구가 짜증을 내며 이렇게 말한다. 한 시간 있다 오겠네. 알았다. 빨리 와라.
위치와 속도는 고전역학에서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주어진 순간의 위치와 속도만 알면 미래를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10킬로미터가 남은 지점에서 시속 10킬로미터의 속도로 운전하면, 한 시간 후 목표 지점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처럼고전 물리학은 우리가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운동으로 예측하게 만들었다. 우주에 쏘아 올린 로켓이궤도의 어디에 있는지, 발에 맞은 축구공이 어디로 날아갈 것인지, 우리는고전 물리학으로 인하여 모두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고전 물리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게 있었다. 바로 빛이었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고 했던 고전 물리학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도는 빛의 운동 때문에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과학자들은빛의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빛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했다.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빛의 성질은 크게두 가지였다. 입자와 파동. 과학자들은 빛의 정체를 둘러싸고입자설과 파동설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1642년 태어난 뉴턴은 빛이입자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과학계의 거물이었던 뉴턴의 입자설은 의심할 여지없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1801년 토마스 영이라는 과학자가 빛이 이중슬릿을 지나자물결무늬처럼 밝은 선과 어두운 선이 번갈아 나타나는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빛은 파동이라고 주장했다. 또맥스웰이라는 과학자가 빛의 정체는 전자기파라고 주장하면서 빛의 파동설이 정설로 인정되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나왔다. 바로 광전효과였다. 광전효과는빛을 금속에 쏘면 전자가 튀어나오는 현상을 말하는데, 빛을 파동으로 생각했던 당시의 관점에서 설명할수 없는 현상이었다. 이때 아인슈타인이 등장했다. 그는 빛을불연속적인 에너지를 가진 입자인 광양자라고 주장했다. 불연속적인 운동을 하는 입자인 빛을 통해 아인슈타인은광전효과를 설명할 수 있었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이 아닌 이 광양자설로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 이후 입자설과 파동설은 끊임없이 대립했지만, 논쟁에서 어느 쪽도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이중성을 갖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그런데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가 왜 그토록 대단한 문제일까.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질문이 아닌가. 둘다 똑같이 좋아요라고 대답하면 모든 게 무난하게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빛이 입자인지 파동인지의 문제는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입자는 특정한 시간에 한 장소에 존재하므로 위치와 속도 등 운동을 정확히 기술할수 있지만, 파동은 정확한 위치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자와파동은 전혀 닮은 곳이 없는, 달라도 너무 다른 속성인 것이다. 따라서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너 여자니, 남자니라는 질문에 난 여자이면서 남자이기도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빛이 이 두 가지 속성을 다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아주 중요한 실험이 있었다. 바로 이중슬릿 실험이다. 이중슬릿 실험은 실험 대상이 입자인지 파동인지를 구분해 주는 실험이었다. 이중슬릿실험에서 실험 대상이 파동이면 물결이 부딪힌 것과 같은 형태로 간섭무늬가 나타나게 되고, 입자라면 간섭무늬가나타나지 않게 된다. 양자물리학자들은 토마스 영이 했던 이중슬릿을 발전시켜 빛이 아닌 전자를 하나씩쏘아보았다. 그런데 믿기 어려운 일이 나타났다. 관측을 하면간섭무늬가 나타나지 않다가 관측하지 않으면 간섭무늬가 나온 것이다. 다시 말해, 전자가 관측하면 입자처럼 행동했다가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전자는 마치 관측을 당하는지 아닌지를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양자물리학자들은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다. 입자는 이중성을 가지며 중첩된 상태로 있다가측정과 동시에 한 상태로 결정된다.
입자는 이중성을 가지며 중첩된 상태로 있다가 측정과 동시에 한 상태로 결정된다. 두 번 읽어도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양자물리학자들은 이 이상한 결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말했다. 사람들이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우주가 이상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가이상하기 때문이다.
A4 용지 안에 2차원 사람들이 사는 세계가 있다. 3차원에 사는 우리가 종이 위에오백 원짜리 동전을 올려 놓으면, 종이에 사는 2차원 사람들은오백 원이라 적힌 동그라미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이때 동전을 뒤집으면, 2차원 사람들은 오백 원이라고 적힌 동그라미가 순식간에 학이 그려진 동그라미로 바뀌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2차원 사람들에게 도무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양자물리학자들은 3차원에서 일어난 일을 2차원 사람들이이해하지 못하듯, 4차원에서 일어난 일을 3차원에 사는 우리는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즉, 입자는 이중성을 가지지만중첩된 상태로 있다가 측정과 동시에 한 상태로 결정된다는 사실은 4차원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차원이 낮은 우리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슈뢰딩거라는 과학자는 이런 터무니 없는 양자물리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상상실험을 제안했다. 밀폐된 상자에 방사능 물질을 넣고, 방사능 검출기를 청산가리 용기에연결한다. 고양이를 이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는다. 그리고검출기 스위치를 누른다. 방사능 물질이 입자를 방출하면, 검출기가반응하면서 청산가리가 퍼지게 될 것이다. 이때 방사능 물질은 입자일 수도 있고 파동일 수도 있기 때문에입자가 방출되면 검출기가 작동하여 고양이가 청산가리 용액으로 죽을 것이고, 파동이라면 검출기가 작동하지않기 때문에 고양이는 살 것이다. 확률은 반반이다. 따라서스위치를 누르기 전의 방사능 물질은 입자면서 파동인 중첩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받는 고양이도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중첩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슈뢰딩거는 이 고양이 상상실험을 통해 양자물리학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고양이는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고양이에요. 이것이 당신들이 말하고 있는, 말도 안 되는 논리죠. 당신들이 빛은 입자면서 파동인 중첩 상태라고말하는 것은 내 고양이가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중첩 상태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지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오랫동안 양자물리학자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하지만 고양이의 역설도 시간이지남에 따라 중첩 상태가 가능하다는 결론으로 바뀌었다. 차일링거라는 과학자가 전자보다 1,800배 더 무거운 중성자와 그보다 700배 이상 무거운 분자에서도입자와 파동의 중첩 상태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자에 부딪히지 않을 100% 진공 상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면, 고양이도 간섭 패턴이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죽은 것과 동시에 살아 있는 고양이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양자물리학자 본인들도 양자역학은 이해하기힘들다고 주장했다. 파인만이라는 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을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보어라는 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양자론을 처음 접하고도 충격을 받지 않으면 그것은 이해한 것이 아니다. 겔만이라는과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양자역학은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용할 줄은 아는, 무척 신비스럽고 당혹스러운 학문이다.
양자역학은 이해하기 어렵고, 그 해석에 대한 논란도 많은학문이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이미 오늘날의 모든 전자문명을 떠받치고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 전자레인지와같은 전자기기부터 통신 기술, 암호 기술까지 모두 양자역학과 관련되어 있다. 또 고전 물리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미시 세계도 모두 양자역학으로 돌아가고 있다. 심지어 순간이동과 평행우주론까지 양자역학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황금열쇠>, https://blog.naver.com/hnysh/221485128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