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의 병폐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깨달음에 대한 오해다. 붓다의 가르침이 오로지 깨달음이고 깨닫기만 하면 마치 신이 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깨달음은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일 뿐이다. 붓다께서 깨달음이라 교통수단을 말씀하시니 이걸 우리가 갈 곳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깨달음은 그저 갈 곳에 이르는 수단일 뿐이다. 붓다께서 그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가고자 했던 곳은 행복이며 안락이다.
이고득락(離苦得樂).
'고'는 괴로움이라고 번역되지만, 원래의 뜻은 좀 더 다양하다. 육체의 고통, 정신적 괴로움뿐만 아니라 불만족함,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뜻까지 포함한다. 그 ‘고’를 떠난 행복은 작게는 육체적으로 편안하고 마음이 평온하고 만족하는 것이고 가장 크게는 윤회의 종식이다.
붓다의 가르침에 어려운 것은 없다. 누구나 아는 평범한 내용을 평범하게 말씀하실 뿐이다.
법구경에 '칠불통게'라고 하여 과거세에 나투셨던 일곱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를 요약한 구절이 있다.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라.
마음을 깨끗하게 해라.
이 단순하고 평범한 구절이 불교의 모든 것이다.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행하는 자는 열에 하나도 드물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갈 때 우리는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육체적, 정신적 괴로움을 만날 때도 그것을 이유로 새로운 괴로움을 만들지 않는다.
붓다께서는 항상 보시와 계율을 먼저 설하셨다. 보시와 계율을 실천하면서 자신의 행복하게 만들고, 주위를 행복하게 만들라고 하셨다. 그리고 더 나아가 윤회를 끝내고자 큰 결심이 서면 출가하여 본격적으로 수행에 매진하라고 하였다.
자신이 행복하지 못하고 남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서, 깨달으면 모든 것이 이뤄진다는 환상은 결코 붓다의 가르침이 아니다. 항상 자신의 행복한 모습을 떠올리고 주위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붓다의 가르침이다. 그렇게 실천하는 삶이 하루하루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