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더스를 다룬 여러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제작자측에서 가장 신경써서 공들여 만든 장면은
누가 뭐래도 홍해를 건너는 장면일 것입니다.
1962년의 찰톤 헤스톤 주연의 ‘십계’ 같은 경우는
거대한 수조에 엄청난 물을 들이붓는 장면을 촬영한 후에
그걸 거꾸로 되돌려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을 찍었다 합니다.
이 ‘십계’ 이후로 모든 엑소더스 영화는
이와 비슷한 장면을 계속 묘사해왔죠.
창조주의 가공할만한 능력으로 바다를 가르고
신의 추종자들이 바다를 건너자,
그 뒤를 추격하는 군대를
바다에 수장시키는 장면은, 음, 이 장면은
특히 한국인에게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 아닙니까?
한국인들의 역사에는
적군을 물에 수장시켜 이긴 적이 두 번이나 있잖아요?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나 강감찬의 귀주대첩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습니다.
강감찬의 귀주대첩은 특히 수공만을 따로 일컬어
흥화진 전투라고 합니다.
다만 두 장군의 수공 작전은 엑소더스의 홍해 도하만큼
조금은 과장된 부분이 분명 존재는 합니다.
댐이 무너져 거대한 물살에 모두가 휩쓸리는 그런 장면을 상상하지만
실제로는 무릎 이하의 水量수량이었고
하지만 이 정도 수위로도 적에게는 충분한 타격을 줄 수공입니다.
즉, 엑소더스의 홍해 도하 작전은
창조주의 엄청난 기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닌,
모세 장군의 탁월한 지략으로 일어난 군사 작전이라는 얘기입니다.
요세푸스의 유대고대사의 기록에 의하면
모세는 이집트에 있을 시에 충분히 군사적 역량을 보여줬습니다.
그런 모세라면 홍해 도하 작전은 당근 가능한 작전이며
자신의 업적을 신의 기적으로 돌리는 고대 신앙인의 자세로서,
모든 일을 야훼의 은총으로 돌리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홍해’ 그 자체에 의문점이 제기됩니다.
아무리 을지문덕이나 강감찬, 모세라 하더라도
민물이 흐르는 지류가 아닌 바닷물을 가둬 수공을 펼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건 성경 원전을 보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모세5경 원전에는 홍해가 ‘얌 수프’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건 문자 그대로 직역하자면 ‘갈대 바다’입니다.
히브리 집단이 건넌 그 곳은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홍해 바다가 아니고
갈대가 빽빽하게 들어 찬, 강의 하류 지역을 건넌 것입니다.
갈대가 자라는 곳은 민물 습지입니다.
히브리 집단은 질퍽한 습지를 그냥 건널 수 없어
갈대를 자르거나 밟아서 바닥을 다진 후에 그 위로 지나갔을 겁니다.
자, 전차를 탄 이집트 군대가 뒤쫓아 옵니다.
보통은 말이 끄는 이륜전차는 습지를 통과할 수 없습니다.
앞서 갔던 히브리 집단이 갈대를 쓰러뜨려 바닥을 다져놓았으니
이들 전차 부대는 감히 건널 시도는 해보았겠죠.
이때 모세가 미리 설치해놓은 둑을 무너뜨리면
기껏 발로 밟아 다져놓았던 갈대들이 물을 머금고 다시 질퍽해집니다.
이륜 전차는 질퍽해진 갈대숲을 건널 수 없기에 추격을 포기합니다.
영화처럼 거대한 물결이 이집트 군대를 덮칠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홍해 도하 작전의 실체는 이러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예전에 제가 장비 얘기를 예로 들면서
정사 삼국지에서 삼국지평화, 삼국연의로
역사가 잼있는 스토리로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히브리 집단이 얌 수프를 건넌 스토리 역시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싶은
어느 필경사의 창작력이 폭발하여
저토록 재미있는 스토리가 탄생한 것이라 추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