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그날이군요.
전 그날이되면 가슴 아팠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때 제 짝궁과 둘도없이 친했는데 그 친구는 저희집에 자주와서 밥도먹고 같이 도서관이랑 만화방이랑 다니녀 신나게 놀았었죠..
근데 그 친구는 항상 자기집에 가자그러면 이핑계 저핑계를 대면서 못오게 하더라구요. 집이 잘사는 친구도 아니었지만 아주 못사는 친구도 아니었기에 갈수록 수상해졌습니다.
그친구 아버지는 목사였고 집은 당연히 교회였습니다.
저는 속으로 아버지가 워낙에 유별난 분이신가보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던 어느날 저랑 하고 친하게 지내고 그친구가 저희집에서 밥도 자주 얻어먹고 다니니까 제가 그친구집에 전화했을때 친구아버님이 저보고 저녁이나 같이하자며 집에 초대하시더라구요.
그친구 집이 어딘지는 알았지만 들어가본적은 없었는데 내심 기대하면서 친구집에가니 친구가 약간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와있었습니다.
근데 그친구왈 자기 아버지모고 놀라지말라고 하면서 실은 아버지가 두다리가 없으시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친구들에겐 비밀로 해달라면서..
전 이해는 갔으나 오히려 서운하기도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교회로 들어갔습니다.
친구아버지는 휠체어에 의지해서 저를 아주 반갑게 맞이해줬구요.
교회가 개척교회라 그런지 건물지하에 있는 아담한 교회였습니다.
그렇게 그집 식구들이랑 맛있게 밥을 먹는데 친구아버님께서 저에게 왜 자기 다리가 그렇게 됐는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날 교회로 총에맞아 부상당한 청년을 다른 이들이 부축하며 들어오더랍니다.
그래서 친구아버님이 급하게 소독학고 지혈하고 있었는데 군인들이 들어닥쳐서 총으로 난사하고 갔답니다.
친구아버님이 정신을 차렸을때는 청년들은 다 죽어있었고 자기는 두다리에 총알이 여러발 관통하여 겨우 목숨만 붙어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당시 제친구랑 어머님은 외가댁에 피신해 있었고 아버지만 교회에 잠깐 갔다온다고 했다가 벌어졌던 사건입니다.
잠깐이면 온다던 사람이 오지않자 어머님께서 찾아갔다가 돌아가시기 직전의 아버님을 발견 했던거였죠.
꺼내기 힘든 이야기인데도 아주 담담하게 저에게 이야기해주시더라구요.
전 밥먹다가 그렇게 울어본건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저도 5살때 겪은 일이지만 저희는 아버지가 집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가족보두 며칠동안 집에만 있었기에 기억이 날턱이 없죠..
철없던 시절에는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왜 우리 아버지는 다른사람들을 돕지않고 숨어만 지냈을까 비겁하게..
하지만 두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저는 그때 아버지의 맘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그저 남의집 귀한자식들 총칼로 수천명을 죽여놓고 아직도 빨갱이 운운하는 종자들 보면 진짜 피가 거꾸로 쏟구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