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위성은 공기업일 때 제작해 발사된 것이 맞지만 2002년 민영화로 KT 자산으로 전환된 이후 KT 소유의 자산입니다. 국가 재산을 매각했다는 건 사실과 다릅니다.”

4일 KT가 마련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김영택 KT샛 부사장의 이야기다. KT는 무궁화 위성 2호와 3호를 헐값 매각했다는 의혹이 확산되자 긴급히 기자들을 불러 모아 조목조목 해명했으나 오히려 의혹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설명도 많았다.

우선 김 부사장은 전파법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논란과 관련 법 해석상의 문제라며 일부 문제를 시인했다. 김 부사장은 “설계 수명이 지난 폐기 위성이라 정부 승인없이 매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법 위반 여부는 정부에서 심의중으로 정부 판단 이후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31일 국정감사에서 “국감이 끝나는 대로 KT 관계자를 불러 전파법 위반과 관련 청문을 진행하고 제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996년 1월 발사된 무궁화 위성 2호. 사진=연합뉴스
<iframe src="http://p.lumieyes.com/frm2s.asp?domain=mediatoday.co.kr&url=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891" frameborder="0" marginwidth="0" marginheight="0" noresize="" scrolling="No" style="width: 100%; height: 60px"></iframe> 
김 부사장은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 등이 무궁화 위성 2호와 3호의 매각 대금이 45억7000만원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김 부사장은 “무궁화 위성 2호의 매각 가격은 5억원이 맞지만 기술지원 및 관제 비용 등 200억원대의 관련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김 부사장은 “매각된 무궁화 위성은 설계수명 종료 전 대체위성이 발사되어 국내를 대상으로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헐값 매각도 논란이지만 애초에 정부의 허가 없이 해외에 매각한 것부터 심각한 불법이다. 유승희 의원 등은 KT가 최소 5개 법령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대외무역법에 따르면 인공위성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승인을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중요한 전기통신 설비를 매각할 때 미래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우주개발사업법에는 우주 물체를 등록한 자는 소유권의 변동이 생길 경우 미래부 장관에게 통보하도록 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주파수 사용 권한 및 주파수 재할당 관련 전파법 위반 혐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을 미래부조차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데 있다.

김 부사장은 “국가기업으로 출발해서 국민기업인 KT가 고의로 사실을 숨기거나 숨길 의도로 매각 했겠느냐”며 “다만 장비가액의 일정부분, 일정 미만이면 신고 없이 매각할 수 있다고 당시 경영진들이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법 위반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이다.

위성과 함께 주파수까지 팔아넘겼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주파수는 대한민국이 100% 소유하고 있다”면서도 “무궁화 2호와 3호에 할당된 주파수를 홍콩 ABS가 쓰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홍콩에서 쓰고 있지만 팔지는 않았으니 정부 소유라는 설명이다.

위성의 잔존 수명이 남았다는 블로거 안치용씨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위성을 구매할 때 구매 계약서에 1999년 9월부터 2011년 8월까지라고 12년으로 명시돼 있었다”면서 “위성 매각관련 관제소 전체를 매각, 위성 수명이 15년이라는 등 허위 사실을 악의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경 대응할 예정”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무궁화 위성 2호와 3호를 사들인 ABS가 무궁화 위성 6호의 백업 비용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부사장은 “스카이라이프 백업을 위해 ABS에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 않다”면서 “다만 무궁화 6호에 위성 장애가 발생하여 백업위성이 필요할 경우, 무궁화 3호 위성의 즉각적인 백업제공이 가능하며 이 경우, ABS에서 받고 있는 기술지원비의 일부를 차감하는 구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백업서비스 제공은 현재까지 이뤄진 바 없으며, 향후 발생 가능성도 극히 낮다”는 설명이다.

국민 세금으로 만들었지만 민영화 됐으니 KT 자산이고 맘대로 팔아도 된다는 발상은 전기통신사업법 등의 취지를 무시하는 주장인데다 통신기업의 공공성은 애초에 관심도 없다는 의미다. 헐값 매각 논란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분석할 필요가 있지만 KT가 폐기된 쓸모 없는 위성이라고 말하는 것과 달리 홍콩에서 멀쩡히 쓰고 있는 위성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무궁화 6호 위성의 백업 기능을 해외 기업에 의존한다는 발상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4일 논평을 내고 최근 이석채 KT 회장의 사퇴와 관련,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최고 경영자의 불명예스런 낙마 스캔들은 정경유착의 구조적 원인에서 나온다“면서 ”총자산 24조 원에 자회사 등 관계사 사장 자리가 30개, 1억 이상 연봉을 받는 임원 자리가 100여 개인 거대기업 KT가 ‘정권의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것이 불행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정권의 전리품으로 애용되는 구조를 끊어내는 것,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공적 책무를 위해 기업의 체질을 바꿔내는 것,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소통구조를 만들어내는 것, 국민을 감시하는 인권유린에 빠른 LTE가 쓰이지 않게 하는 것 등은 회장이 물러난 자리에 남은 무거운 과제”라고 지적했다.
 
[취재수첩]민영화 11년 KT, 낙하산 인사 언제까지?
 
 
[경제투데이 윤대우 기자] 이석채 KT 회장이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KT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잘됐다”는 측과 “열심히 했는데”라고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엇갈린다.

이 회장의 사퇴와 관련해 직원들의 입장은 서로 달라도 KT 직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분명한 사안이 있다. 바로 “정권 따라 KT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KT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직원들 의욕이 없다. 민영화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정권교체 시기마다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가 바뀌다 보니 주요 프로젝트의 지속성, 연속성이 흔들린다”고 비참한 심경을 토로했다.

KT는 이미 5년전 비슷한 일을 한차례 겪었다. 남중수 전 사장도 2008년 비리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중도에 사퇴했다.

당시 남 사장은 차명계좌로 납품업체의 돈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또 자회사였던 KTF의 조영주 사장도 같은 혐의로 먼저 구속됐었다.

정부 지원이 전혀 없는 민간기업 KT에 왜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것일까? 지난 2002년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된 KT는 단순히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민영기업이다. 5% 이상 주요 주주는 KT 자사주(6.82%), 국민연금(6.69%), 일본 NTT도코모(5.46%), 영국계 칠체스터 인터내셔널(5.01%) 등 4곳뿐이다.

하지만 KT를 진정 민영화 기업으로 인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각종 비리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다 사퇴하고 그런 다음 새 대통령 측근이 CEO로 진군한다. 

이석채 회장을 보더라도 그는 MB 정권의 최고 핵심 가운데 한명이었다. 5년 전 사퇴한 남중수 전 사장도 노무현 정권에서 승승장구했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KT 안팎에서는 “이번에는 누가 KT 수장이 될 것이다” “임명된 후 또 다시 새 정권이 바뀌면 그 또한 외압에 의해 사퇴할 것이다”는 넋두리가 나오고 있다.

4~5년씩 CEO가 바뀔 때마다 KT는 한 차례 홍역을 앓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평온을 되찾는다. 하지만 조직 안정성은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KT직원과 그 가족을 포함해 10만여명이 넘는 KT식구들은 4~5년마다 이런 불안감으로 밤잠을 설친다. 

불안감은 사람을 위축시킨다. 위축된 뇌 구조에 속에서 창의적인 사고와 창조경제를 기대하기란 힘들다. 

한때 한국통신의 대명사였던 KT는 민영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가 이동통신의 대들보다. KT가 정권교체기때마다 CEO교체로 홍역을 치른다면 장기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KT의 발전과 더 나아가 국가통신망의 안정을 위해 KT에 더 이상 낙하산이 내려와서는 안된다. 민영화된 KT는 전리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