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루슬란님이 경제에 대한 글은 거의 안 보인다고 하신 글을 보고 요즘 제가 너무 귀차니즘에 빠져 산건 아닌지 반성 하면서 앞으로는 경제에 관한 글을 되도록 자주 올리려 합니다.
아베 노믹스 하면 우리는 주로 엔화약세만을 이야기 하는데 아베 노믹스의 기본적인 목표는 엔화 약세를 만들어서 주변 경쟁국과의 수출경쟁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수출부양 정책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엔화 약세는 자기들의 목표를 추구 하다 보니 따라오는 부산물 같은 것이지요.
그 근거를 들자면 우리나라는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말 기준으로 58% 정도인데 일본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 14% 정도입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엔/달라 환율의 변화가 일본의 수출량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일본 수출 주력산업의 특성상 수출이 어느 정도 상승 한다고 해서 대규모의 고용유발효과가 나오는 등 일본 경재 여건을 크게 달라지게 할 여지는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면 아베 노믹스의 진정한 목표는 무엇이고 엔화는 왜 약세가 되었느냐 인데요. 진정한 목표는 바로 ‘통화공급량을 확대해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고 그로 인해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입니다. 그냥 단순 무식 하게 말하자면 '돈 찍고 돈 풀어서 경제 좀 활성화 하자' 이고요.
위에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인플레 목표는 2%입니다. 높은 수준이 아닌 2%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인플레 상황에서는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기에 손에 현금을 가진 이들의 구매 욕구를 키워주기 때문이지요.
일본은 고작 2%의 인플레를 목표로 해야 할 만큼 지금 디플레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장기 경기 침체로 인한 일본 경제의 현재 모습은 투자 과잉으로 인한 공급량은 많은데 구매력 감소로 인하여 소비량이 후퇴하고 그로인한 재고량의 증가 때문에 수요공급의 법칙 대로 가격은 하락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다시 공급자에게 부담이 되어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임금은 하락하게 되구요. 그러면 다시금 수요량이 더 줄어들고 이 와중에 디플레이션의 효과가 더 커져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내일이면 가격이 더 떨어지니 소비하기를 꺼리게 되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일본은 정부의 엄청난 재정적자로 인한 제로금리 상태이기 때문에 금리 정책을 펼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남아 있는 유일한 방법인 통화정책을 통해서 디플레를 극복하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 할 수 있죠.
통화량 확대가 인플레를 가져온다는 생각은 고전 경제학파의 주장에 기인합니다.
M(통화량) × V(화폐유통속도) = P(물가) × Y(GDP)
위 식에 따르면 좌변의 통화량이 확대되면 우변의 물가는 오르게 되죠. 즉 통화량의 증가가 인플레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리 쉽게 될까요?
여기에 반대의견을 낸 경제학자가 케인즈 이지요. 그는 교환수단으로서의 화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투기적 자산을 구입해 가치를 증식시키기 위해 화폐를 보유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합니다.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선 화폐의 가치가 높아지므로 화폐 그 자체를 투기적 자산으로 여겨 현금을 투자하지 않고 보유하고만 있는 것이지요.
위 식에서 보자면 통화량을 아무리 높여도 화폐유통속도가 줄어들면 물가는 오르지 않는 것이죠. 이런 상황을 유동성의 함정이라고 말합니다.
잃어버린 20년이 진행 중인 일본은 유동성 함정의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제로금리에 통화공급도 늘려 보았지만 소비와 투자는 늘지 않고 장기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전 일본 정권의 경제 정책이 실패하게 된 여러 원인들 중 두 가지만 들자면 하나는 저금리로 풀린 돈들이 국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환차익을 쫓아 외국으로 돌아다닌 것이 하나의 원인입니다. 이른바 ‘엔케리 트레이드’입니다. 또 하나는 인프라가 과잉상태인 일본이 설비 투자로 인한 생산성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중복과 낭비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실패를 잘 알고 있는 아베 정권은 통화량 확대를 해법으로 잡았습니다. 직접 엔을 뿌려서 소비를 촉진시키겠다는 과감한 정책입니다.
무협지를 보다보면 정권지르기 하나만 죽도록 연마해서 나중에 정권 지르기 하나만 가지고 천하제일 고수에 오르는 그런 류의 스토리 들이 있습니다. 지금의 일본을 보면 마치 그런류의 무협지를 보는 기분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저성장의 시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지금 일본의 정책은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베 노믹스의 성공을 기원 합니다. 우리에게 하나의 해법을 제시 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만약 우리나라 정부가 저런 무식한 정책을 펼친다면 결사반대 하겠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