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 주진우 삼두노출 사건의 변호인 김필성 변호사가 쓴 글입니다.
임미리 교수가 표현의 자유의 투사가 되는 것을 보고 머리 속으로 여러 번 글을 썼다 지웠습니다. 이전에도 생각난 이야기 그대로 썼다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도 하고, 글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도 들어서요.
그래서 주저리주저리 글 쓰는 건 접고요, 그냥 간단히 생각나는 거 하나만 적겠습니다.
만약 김어준이 뉴스공장에서 자유당과 위성정당 빼고 다 찍으라고 했다면, 지금 임미리 교수 편들고 나서신 분들 다들 김어준을 지키셨을까요?
여기에 yes라고 답하신 분들께 추가로 더 묻겠습니다.
김어준 주진우가 최초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시절에도 받지 않았던 유죄 판결이 문재인 집권 후 나왔죠.
5촌 조카 살인사건에서도 무죄를 받았던 그들이 대체 뭘로 유죄를 받았을까요?
유죄 받은 판결문의 적용 법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들: 각 공직선거법 제 255조 제 2항 제 4호, 제 91조 제 1 항, 형법 제 30조(확성장치 사용 제한 위반의 점),
각 구 공직선거법 (2014. 2. 13. 법률 제 123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 256조 제 2 항 제 1호 카목, 제 103조 제 3 항, 형법 제 30조(집회개최 제한 위반의 점)
괄호를 보시면 되는데요, 확성장치 사용과 집회개최 제한 위반 부분이 유죄로 나왔습니다.
이게 뭔 소리인지 잘 모르시겠죠? 변호인인 제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나는 꼼수다”로 유명세를 얻은 김어준 주진우에게 여기저기서 엄청난 찬조연설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열심히 연설하러 다녔습니다.
그때 주진우 기자가 연설하러 간다는 내용과 시간, 장소를 자신의 트윗으로 미리 팬들에게 몇 번 알려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집회개최”로 유죄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연설하러 가서 주최측에서 준 마이크로 연설을 했는데, 이 마이크에 연결되었던 확성기에 선관위 확인 딱지가 붙었는지 여부가 확인 안 된다는 이유로 “확성장치 사용 제한” 부분이 유죄가 나왔습니다.
혼란스러우실 텐데요, 간단히 말해 트위터에 어디 연설하러 간다고 쓴 것, 그리고 주최측이 준 마이크에 연결된 확성기에 딱지 붙었는지 확인 안 했다고 공직선거법 위반이 유죄로 인정된 겁니다.
이걸로 두 사람 다 각 100만원씩 벌금이 나왔습니다.
이거 판결 받고 서초동에서 고기먹으면서 다 같이 웃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때도 유죄 안 받아봤는데 문재인 정권 들어선 다음에 유죄 처음 받았다고요.
이 사건, 사실 유명한 사건입니다. 이른바 삼두노출사건이라는 건데요, 2012년 19대 총선 시절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이 사건이 20대 국회 임기도 절반이 지난 이후에야 유죄가 나온 겁니다.
특히 이 사건은 언론인들이라면 100% 잘 압니다. 알 수밖에 없는 것이, 김어준 주진우가 이 사건에서 싸우면서 헌법재판소에서 언론인 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위헌판정으로 무효화시켰거든요. 지금 언론인들이 대놓고 정치인들 편들 수 있는 게 김어준 주진우와 그 변호인들이 이 사건에서 관련 규정을 위헌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언론인들이 이 사건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정말이야?“라고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 아예 헌재 판결문 링크를 붙입니다. 신청인에 “제청신청인1. 김○준2. 주○우“라고 기재된 것이 보이실 겁니다. 참고로 전 당시 변호인 1 법무법인 양재 소속이었습니다.
http://search.ccourt.go.kr/ths/pr/ths_pr0101_P1.do?seq=0&cname=&eventNum=36943&eventNo=2013%ED%97%8C%EA%B0%801&pubFlag=0&cId=010200&selectFont=)
이제 다시 묻죠.
김어준, 주진우와 우리가 이렇게 헌법재판소까지 가서 공직선거법의 위헌여부를 두고 싸웠을 때,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저는 지금 한마디씩 거드는 “자칭 진보 지식인들”, 자칭 진보언론인 중 단 한 사람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제가 못봤을 수도 있겠죠. 그러니 말해주세요.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지금 삼두노출 사건은 2심에서 중지되어 있습니다. 김어준 주진우는, 이번에는 확성기 사용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재판을 정지했습니다.
임미리 교수를 언론 자유의 투사로 칭송하면서 그와 함께 싸우신다는 지식인과 언론인 여러분, 당신들은 확성기에 선관위 딱지 안 붙이면 처벌받는다는 황당한 규정에 대해 얼마나 비판하셨습니까?
김어준, 주진우가 불편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사실 제가 이번에 열받은 이유 중 하나가, 김어준의 “쫄지마 X발”을 임미리 교수 경우에게 적용하면서 웃어대는 모습을 어디서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김어준에게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압니다. 김어준이 “쫄지마 X발”, “난 절대 xx당하지 않아. 다들 기억해줘”라고 말하는 것을 직접 본 일이 있거든요. 웃으면서 말했지만 웃기지 않았습니다. 관여했던 사건들에서 사람들이 마구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 그 말이 웃기는 소리가 아닌 걸 알 수밖에 없죠.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만 해도 말 그대로 마티즈 타고 의문사한 분의 사건도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김어준 주진우와 겪은 일을 제외하고도 말이죠.
그럼에도 “설마 요즘 세상에 사람이 죽어나가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김어준 주진우가 질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는 엘리트 분들을 위해, 좀 점잖은 다른 케이스 하나 더 물어보겠습니다.
제가 이전에 쓴 임미리 교수 관련 포스트에서 인용한 2017도6050 공직선거법위반 판결은, 사실 세월호와 관련해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빼고 투표하자”라고 주장한 사람들에 대한 판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판결은 고등법원에서는 유죄가 나왔어요.
(서울고등법원 2017. 4. 12. 선고 2016노3558 판결입니다)
이제 김어준 주진우가 질 떨어져서 비웃을수밖에 없는 엘리트 지식인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당신은 서울고등법원 2017. 4. 12. 선고 2016노3558 판결에서는 트위터와 페북, 언론 기사에서 어떤 주장을 하셨습니까? 세월호 사건으로 새누리당을 비판하며 “새누리당 빼고 투표하자”라고 외친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을 위해 뭘 하셨나요? “나도 고발하라”라고 주장하신 분 계신가요?
누구든 모든 케이스에 모두 논평과 주장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임미리 교수를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선봉장인 것처럼 칭송하는 (자칭) 진보지식인들의 모습이, “쫄지마 X발”이라고 웃으며 외치는 목소리 속의 떨림을 이해했던 변호사 입장에서 볼 때, 불편한 건 사실입니다.
저도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말할 자유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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