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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이라면 ‘부모가 학생의 시험을 대신 치르는 것이 명백한 부정행위’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좀비 바이러스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감염자의 첫 증상은 헛소리. “그것은 대리시험이 아니라 오픈 북이었다.”(유시민 이사장) 따라서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은 “대한민국 우리 어머니들, 부모님들의 절반 이상을 잘못하면 범죄 혐의로 몰 수 있다”(홍익표 대변인). 교수의 뇌라고 해서 바이러스 앞에서 무사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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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홍익표 대변인은 “조지워싱턴대 성적사정 업무방해죄를 기술했는데 이게 얼마나 조국 장관 기소 내용을 희화화시킬지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며, 기소 검사를 “검찰의 X맨”이라 불렀다. 이렇게 그는 심각한 시험부정을 가볍게 ‘희화화’한다. 시험부정 따위는 이들에게는 아예 범죄도 아닌 모양이다. 참고로, 쌍둥이 딸에게 답안지 넘겨주었던 어느 교무부장은 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언도받은 바 있다.
‘시험은 부모가 아니라 학생이 치르는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이는 상식에 속했다. 하지만 이제 당연함의 당연함을 주장하기 위해 매번 좀비들과 논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아예 논리의 영역을 떠나버린 이들이라, 애초에 이길 수도 없는 논쟁이다. 결국 ‘자식의 시험을 부모가 대신 치르는 것은 부정’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우리는 조지워싱턴대학의 도움을 빌려야만 했다. 나라 안에서 논리와 윤리의 기준이 무너진 터라, 그 기준을 밖에서 빌려와야 할 신세가 된 셈이다.
아무리 혐의를 드러내도 지지자들의 믿음을 바꿔놓을 수는 없다. 그들은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다. “그렇게 털었는데 나온 게 이것밖에 없어? 조국 장관님은 정말 깨끗하시다!” 시험부정의 사실이 외려 청렴함의 징표가 된다. 아들을 대신해 시험을 치른 조국 전 장관이 정유라의 대리과제 기사에 “경악한다”며 코멘트를 달아도, 그들은 결코 경악하지 않는다.
한때 지구상에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가 공존했듯이 이 사회에도 당분간 두 종류의 영장류가 공존할 모양이다. 좀비들 틈에서 숨죽이며 살아가는 모든 생존자들에게 새해인사를 보낸다. ‘올해도 무사하세요. 우리 멸종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