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빼고 바뀐 건 하나도 없었다고, 당선 순간부터 지지자들은 알고 있었어요. 사실은요.
정부조직의 요소요소를 감사베이스가 아니라 원칙 베이스로 바꾸어 나가는 것도 몇년 작업이라는 것도.
이익집단의 주구가 되어 목줄에 메인 강아지 노릇하는 언론들로 가득찬 언론환경도.
뒤에서 칼 갈고 있는 재벌이 그대로 건재하다는 것도.
토착왜구들이 현대사까지 왜곡해가며 기득권을 지켜내려 원내 제1 야당을 하고 있는 것도, 최소한 총선 한번은 거쳐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문대통령은 상대가 아무리 털어대도 털릴 먼지가 없을 정도의 인물이었지만, 그 주위의 현실은 그렇지 못할거라는 것도 모르지 않았구요.
막상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면 지지세력 중 적지 않은 수가 개인의 이익여부에 따라 이탈하거나 태도를 바꿀 거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습니다.
현실은 현실이다 보니, 요즘 돌아가는 막말과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 알았으면서도 - 많이 가슴 아픕니다.
다시는 잃지 않겠다고 했던 다짐은 희미한 글씨가 되어가고 있죠.
이권이 달리고 개인에게 중요한 정책 방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신념을 국민 모두에게 지켜달라고 할 순 없는 것이 민주주의의 아픈 원칙이기도 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미약합니다. 그래도 아무리 미약해도, 지켜보려는 신념이 있어요.
한 번 주었던 믿음과 지지라면, 최소한 중장기 로드맵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역사의 흐름을 아프더라도 맞는 쪽으로 끌고가고 있는 것인지 최소한의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점까지는, 거두지 않을겁니다.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소시민으로써 나도 뭐 썩 그렇게 깨끗하게 살아오진 못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깨끗하고 흠결 없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 거, 사실 좀 불편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나의 대의를 줄 수 있는 정치리더라면, 한 명 정도는 그런 사람이길 바랬고, 지금도 그리 믿고 있습니다.
난 겨를 묻히고 사는 사람이지만 아무런 부끄럼 없이 똥 묻은 사람을 비난하고 책임을 얘기하는데 아무런 꺼리낌을 갖지 않습니다.
일에 경중이 있듯, 겨 묻은 사람과 똥이 묻은 사람을 구분합니다.
내 기억속의 과거 - 박정희 시대부터 전두환의 시절과, 김대중과 노무현의 시대를 거쳐 처절하게 무너졌던 이명박근혜의 시절을 살아내며 확실히 알게 된 것이 있어요.
누가 똥이었고 누가 겨였구나.
그리고 묻은 게 겨 정도라면, 지금의 단계로는 이 과정을 겪는 편이 맞다고.
조국 논란과 관련해서, 여전히 조국에 묻은 건 겨 정도라고 생각해요.
국정농단에 가져다 대거나, 자유당 뒤져보면 한트럭 이상 나올 사안을 침소붕대하는게 웃기고, 그게 쓰레기 언론을 타고 확대과장된 프로파간다로 생성되서 통하는 게 슬프고 어이없습니다만... 부정하게 가진 걸 정상으로 돌리려는 데 저 정도의 반동도 없을거라는 순진한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막상 접해보니 훨씬 더 쓰리고 아플 뿐이죠.
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첫 단추를 가장 잘못 채웟던 것이 검사와의 대화였지요.
그걸 옆에서 있는 그대로 지켜본 양반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고.
그들이 굳게 만들어놓은 커넥션과 기득권의 발 아래를 파내기 위해선, 법에 대한 전문지식과 행정과 실무를 모두 가진 인물이 아니어선 안된다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이 생각을 놓고 개인적으로는 이래서 조국이었구나 라는 답을 내게 된 논리가 있어요.
왜 조국 아니면 안되는가 라는 질문.
자유당도 하고 심지어는 실망한 지지자들도 합니다.
조국이 아니면 안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정치를 놓고 법이론적인 해석과 적용을 할 수 있으며 행정을 아는 인물이 필요한 거였어요.
변론과 변설에는 이론으로, 공무원 사회의 암묵적 저항은 시스템 개혁으로, 행정을 알고 실무를 행사할 수 있는 법 테두리 내의 권력.
그 일점을 집중시킨 것이 조국 민정수석, 조국 법무부 장관이었을 거라고.
그렇게 만든 자리가 지금의 법무부장관 자리이며, 인물을 선정해 그렇게 만든거라고.
성질같아선, 초법적으로 바로잡을 건 바로잡고 가는 세상도 기대합니다만, 잘못이 벌어진 시점에서 너무 오래, 너무 멀리 왔기 때문에 그런 단기적인 강력 대처는 결코 답이 되지 못할거라 봅니다.
왠만한 사람은 그 과정을 참지도 못할거구요.
사실 요즘도 계속 걱정되는 건, 문재인 이라는 인물이 이 아프고 쓰린 과정을 어디까지 감내하며 자신의 생각대로 해나갈 수 있을까... 라는 겁니다.
한 시민으로써, 그걸 지지하고 서포트 하는 방법은 단 하나.
이 더러운 판이지만 눈 돌리지 않고, 지켜보면서 믿음을 주고 지지를 거두지 않는 것.
저들이 만들어내는 정치혐오의 늪에 빠지지 않고, 현실에 발 딛으면서도 무거운 믿음을 내려놓지 않는 것.
그 마음을 놓지 않은 것을 내 싸움으로 정하고 마음을 지켜나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