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사표 제출 현황 등이 담긴 문건을 직접 작성했다고 27일 시인했다. 전날 문건 공개 때만 해도 "작성한 적도, 청와대에 보고한 적도 없었다"고 했지만 자정 무렵 부랴부랴 설명 자료를 내고 "청와대 특감반 김태우 수사관의 요청으로 환경부 동향 자료를 만들어 지난 1월 김 수사관에게 제공했다"며 말을 바꿨다. 거짓말이 탄로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자 김 수사관은 "환경부가 이미 작성한 걸 줬다. 내가 (문건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환경부는 "문건의 윗선 보고는 없었다"고 했다. 야당이 제기하는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김 수사관 개인 일탈로 몰려는 것이다. 대검 감찰본부도 이날 김 수사관이 민간으로부터 골프·향응 접대를 받고 지인 수사에 개입하려 했다고 발표했다.
정권의 충견(忠犬)들이 나서기 시작했지만 이미 블랙리스트와 민간인 사찰 의혹은 '꼬리 자르기'로 넘어갈 상황이 아니다. 환경부의 '사퇴 동향' 문건 속 인사들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실제 사표를 종용하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는 '환경부 출신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동향' 문건도 김 수사관에게 줬다고 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인사 대부분이 공직에서 물러난 민간인 신분이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출마 예상 지역' '공천 예상 정당' '환경부 근무 시 직위' 등을 파악해 리스트로 만들었다. 이게 정부 부처가 할 일인가.
김 수사관 문건이 파장을 빚자 청와대는 언론이 '6급' 공무원 분탕질에 놀아난다고 했다. 그런데 중앙 부처가 그 '6급' 한마디에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쓰라고 하고 전직들의 출마 동향까지 조사해 넘겼다는 것이다. 청와대 차원의 주문이 아니라면 이렇게 했겠나.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환경부에서만 특정 성향 인사들을 공직에서 배제하거나 정치 성향을 파악한 리스트를 작성했겠느냐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다. 김 수사관은 "특감반장이 (출신 등이 적힌) 리스트를 보면서 특감반원들에게 '(현 정부 인사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환경부는 중앙 부처 중 거느린 공공기관이 적은 편이다. 정권 입장에서 무더기 낙하산을 투하할 알짜 부처들은 따로 있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이 전국 330개 공공 기관장과 감사들의 임기 등이 적힌 리스트를 만들어 정치 성향과 세평(世評) 등을 같이 기록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 폭력"이라고 했다. 그 사건으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이 1심에서 징역 3년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민주당 대표는 "대역 죄인들에 대해 법원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도 했다. 지난달에는 이해찬 대표가 "저 사람들(지난 정부 인사)의 행위가 얼마나 반(反)헌법적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자신들 블랙리스트가 드러나자 '파렴치한 범죄자의 일방적 폭로'라고 한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한 내로남불이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를 덮으려 할 테지만 언젠가는 모두 드러날 것이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7/2018122703118.html
김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이 전국 330개 공공 기관장과 감사들의 임기 등이 적힌 리스트를 만들어 정치 성향과 세평(世評) 등을 같이 기록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7/201812270311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