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게 직격탄 날린 광복군.."탄핵은 역사 무시에 대한 반격"
입력 2017.08.05. 10:06 수정 2017.08.05. 10:56
김영관 명예회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자택에서 한국광복군의 분포 및 활동 지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일제강점기의 젊은 엘리트에게는 크게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잃어버린 나라와 자유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에 나서는 일입니다. 목숨을 건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광복군에 투신한 장준하 전 사상계 사장과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 등이 그들입니다.
다른 하나는 침략자인 일본 편에 서는 일입니다. 출세와 영달이 보장된 길이었습니다.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의 장교로 일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되찾은 나라에서는 첫번째 길에 선 사람들이 주역이 되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안타깝게도 반대로 흘렀습니다. 독립투사들은 홀대받고, 친일파는 득세했습니다. 정의가 거꾸로 선 상황은 역사가 아니라 아직도 생생한 현실입니다. 독립운동의 상징이자 실체였던 대한민국임시정부(1919년 출범)를 무시하고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이라고 하는 주장은 한 예일 뿐입니다.
김영관(93) 한국광복군동지회 명예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보다 각각 7살·4살밖에 적지 않은 동시대의 젊은이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징병된 지 얼마 안 돼 탈출해 광복군에 합류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해방 이후 성실하게 공직자로 살아온 광복군 출신의 노병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속앓이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두 정권이 뉴라이트 주장대로 건국절을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광복절 청와대 오찬에서 그의 ‘분노’는 대통령 앞에서 마침내 터져나왔습니다. 애국심이 가득한 그로서는 비장한 각오를 한 행동이었습니다. 노병은 1년 만에 바뀐 세상에 다소 안도하고 있습니다. 그의 여생을 편안하게 해드릴 책임은 현 세대에게 있을 겁니다.
2016년 8월12일 낮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에서 김영관 한국광복군동지회 명예회장이 독립유공자를 대표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건국절은 헌법에 위배되고, 역사 왜곡”이라며 정부의 건국절 추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청와대 오찬 발언’
“‘건국절 발언 빼라’ 사전 요구
‘내게 맡겨라’ 뒤 전격 발언하자
박 대통령, 표정 굳어진 채 외면
‘몸조심하라’ 인터넷 협박도 받아”
건국절 주장에 대해서는 “역사를 외면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헌법에 위배되고, 실증적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고,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며 “대한민국은 1919년 4월11일 중국 상하이에서 탄생했음은 역사적으로도 엄연한 사실이다. 왜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독립운동을 과소평가하고, 국난 시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조는 차분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건국절을 추진하는 데 대해 광복군 노병이 날리는 직격탄이었다.
“올바른 역사인식 문재인 정부에 감사”
-작심한 발언이었던 것 같다.
“8·15 행사를 건국절(1948년 정부 수립)로 하겠다는 시도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됐는데 그때는 우리(독립유공자)들이 난리쳐서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는 초반에는 잠잠하더니 2015년 광복절에 대통령이 ‘건국 67년’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썼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봤다. 그래서 광복회 등에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장관에게 얘기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한테 직접 건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지난해 청와대 오찬에 나를 초청하면서 생존자와 유족을 대표해서 인사하라고 해서 잘됐다고 여겼다. 스무살 때 광복군을 찾아갔던 마음을 잊지 말고 욕을 먹더라도 할 말을 하자고 생각했다. 나름 비장한 각오로 했다.”
-발언 이후 불이익은 없었나?
-청와대 발언 뒤 침묵했는데 혹시 압력을 받았나?
김영관은 청와대 발언 이후에도 건국절론에 대한 단호한 비판을 계속해왔다. “왜 우리는 스스로 독립투쟁 역사를 과소평가하고, 국난 시 잃은 나라를 되찾고자 투쟁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네"
-지난 1년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건국절을 주장하는 정부가 물러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올해 8·15를 맞는 감회는 남다를 텐데.
“지난 현충일 기념식에 참석해달라고 보훈처에서 하도 간곡하게 말해서 나갔다. 내 옆의 두 자리를 비워뒀는데 경호원 자리라고 해서 그런가 보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 부부가 앉아 깜짝 놀랐다. 예전 정부에서는 우리를 초대해놓고 구석 자리에 앉히는데 이번에는 주빈석에 배치했다. 대통령 기념사도 역대 정부와는 차이가 많았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얘기를 대통령이 직접 했다. 그만큼 우리의 아픈 역사를 올바르게 받아들인 것 같더라. 또,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정교과서를 폐기했다. 건국절 만들려고 이전 정부에서 국정교과서를 만들었던 것 아니냐.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고맙다.”
-이번 8·15 행사에도 초청받았는가.
“14일 오찬 행사에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청와대 가는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번에는 가볍다. 건국절 걱정을 안 해도 되지 않나.”
-발언도 하나?
“그건 모르겠다. 만일 내가 얘기할 기회가 있다면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들한테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뉴라이트와 극우파는 조직이 세고 학벌과 재력이 있다. 관직에도 뿌리박혀 있고, 심지어 언론도 장악하고 있다. 지금은 엎드려 있지만, 언젠가 그들이 다시 나올지 모른다. 정권이 바뀌어도 이들이 건국절을 다시 들고나오지 못하도록 올바른 역사를 제도적 법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우리가 나라를 잃고 36년간 국민들이 고생하면서 나라를 되찾았는데 어떻게 독립운동을 말살하는 주장을 버젓이 하나.”
-건국절 주장 등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많이 상할 것 같다.
“분통이 터지지만 화만 내고 있을 수는 없다. 죽을 때까지 건국절 얘기가 왜 부당한지 일제강점기에 당했던 설움이 뭔지 등 올바른 역사를 말로든 글로든 알려주려고 한다. 우리 역사가 반만년인데 건국한 지가 69년밖에 안 됐다는 게 말이 되나. 1948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지 건국이 아니다. 일본도 메이지유신으로 새로운 나라가 탄생했지만, 메이지유신을 건국절로 떠받들고 있지는 않다.”
이승만 때는 광복군 경력 오히려 숨겨
광복군은 2차 세계대전 말 중국에 파견돼 있던 미국 전략사무국(OSS)과 협약을 맺고 국내 진격훈련을 마쳤으나, 일본의 항복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장준하와 김준엽은 미 전략사무국의 훈련을 받았다. 해방 후 미 군정이 임시정부 요원들을 개인 자격으로 입국시킴에 따라 광복군도 무장해제를 당한 채 개별 귀국했다. 광복군은 1946년 5월16일 “여러 해 동안 항전복국(抗戰復國)의 정신으로 싸워오던 광복군은 일본의 항복으로 중국에서의 작전임무는 완료되고,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국가 건설에 이바지하기 위해 복원한다”(한국광복군 복원선언서)는 말을 남기고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김영관도 1946년 3월 다른 동지들과 함께 ‘개인 자격’으로 미군 상륙용 함정(LST)을 얻어 타고 귀국했다. 1년여 동안 조국 해방을 위해 사선을 넘었던 그의 소지품은 옷가지 몇벌과 책 몇권이 전부였다.
“자유한국당, 또 건국이라니 정신 나간 것”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기, 이승만 독재, 4·19,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 등 우리 현대사의 굴곡을 몸으로 겪었다. 돌아보면 어떤가?
“우리가 왜 나라를 뺏겼는지를 알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역사에서 배워야 하는데 역대 정권에서는 그런 게 별로 없었다. 이승만 정권은 독립운동에 대해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독재정치로 흘렀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도 독립운동을 무시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김영삼 정권에서 비로소 총독부 건물 철거 등 민족정신을 살렸다. 김대중 정권은 그동안 셋방살이를 전전하던 백범기념관을 지었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러서야 임시정부기념관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참으로 진전이 느리다.”
나라를 위해 몸을 던졌던 광복군 노병은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해서도 상황 파악이 자세하면서 단호했다.
-지난해 촛불집회는 나가봤나?
“데모하는 데 익숙지 않아서 나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올 게 왔을 뿐이고, 시기가 당겨졌다고 생각한다. 민심이 천심이다.”
김영관 한국광복군동지회 명예회장이 1999년 금강산을 방문해 귀면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 명예회장은 70대까지 한라산과 설악산 등을 등반했으며, 90대 중반에 접어든 지금도 바깥나들이와 활발한 지적 활동을 하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김영관 제공
광복군 노병이 현재와 미래의 주역들에게 주는 충언을 정리하던 지난 2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회(위원장 류석춘) 혁신선언문이 나왔다. 자유한국당은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옳고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긍정적 역사관’을 가진다”며 또다시 ‘건국’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1948년 건국이라는 논리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는 헌법 부정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자기모순이 어딨나. 정신 나간 사람들 같으니라고.” 추가 인터뷰를 위해 건 전화기 너머에서 노병의 분노와 안타까움이 섞인 한숨 소리가 커졌다.
http://v.media.daum.net/v/20170805100610864?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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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좀 긴 내용이지만 찬찬히 정독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어르신이 계신다는게 자랑 스럽고 존경스럽습니다. 공주님 과 다가끼 마사오 똥꼬나 빠는 박사모단체 같은 그런 정신 없는 노친네 들하고는 천지 차이죠.
이 정부에서는 이런 분들의 목소리가 좀더 커지는 계기가 되고 관련 단체가 힘을 얻어 대한민국 임시정부 및 건국절 부정을 일삼는 뉴라이트계열 단체 와 자유당내 친일 인사들의 역사 왜곡을 바로 잡아 주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