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redian.org/archive/109029
선명한 것과 쌍스러운 것은 다르다. 김대중은 이재명 같이 가볍지 않았고, 노무현은 이재명 같이 저렴하지 않았다. 문재인이나 안희정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인간’ 됨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치명적인 평가다. 그것은 두 가지 차원에서라고 본다. 첫째는 그가 남에게는 가혹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선명한 진보적 스탠스에 비해 주변의 작은 이들에 대한 인격적 배려가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재인과 박원순은 새누리와 수구 세력으로부터 상상을 초월한 음해를 받으며 검증을 거쳤다. 그러나 이재명은 그들로부터 공격다운 공격을 당해본 적이 없다. 그들이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그는 3월 25일 성남시청의 한 시간선택임기제 공무원이 시장에 대한 지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시청이 압수 수색을 받게 된 데 대해 엄청난 탄압을 받는다고 말하지만 문재인과 박원순에 비하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정도다. 그는 검찰이 민주당 경선 향방을 좌우할 호남권 ARS 투표가 시작되기 하루 전, 특히 자신의 호남 지역 지지율이 2위에 오르며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하면서 자신에 대한 부당한 수사라고 하지만, 그의 억울한 볼멘소리에 진보 진영에서 별로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 검찰의 부당한 압수 수색에 대해 형식적으로는 모든 후보가 반대하고 검찰을 비난했지만, 여론의 온도가 그리 뜨겁지 않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현재로서는 차차기마저 위태롭다고 본다. 그가 선명한 진보를 외치며 싸웠기 때문이 아니고, 싸움하는 과정에서 비(非)인간적 태도가 너무나 많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독재와 싸우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손가락으로 쑤셔 매장시키는 일보다 가슴으로 안아주고,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품격을 잃지 않고 인간의 향기를 내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시대다. 선명한 진보라고 해서, 단호하게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개조하려 한다고 해서 인격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후보가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