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車, 미국선 20% 싸게 팔아”
디지털뉴스팀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현대·기아자동차가 국내에서는 ‘정가판매제’를 도입해 가격 할인을 하지 않는 반면 미국에서는 정가의 20% 이상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11일 "현대·기아차가 올해 3월부터 모든 직영점과 대리점 판매가를 통일하는 ‘정가판매제’를 도입시키고, 이를 어기면 판매수당 회수나 출고정지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은 적어도 정가의 20% 이상을 할인 받으면서 차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수출한 아반떼 S16와 I30cw 등 2개 차종의 현지 판매 가격을 89개 현지 딜러에 이메일을 통해 확인한 결과, 미국 소비자는 정가보다 최소 20% 낮은 가격에서 가격협상을 시작, 자동차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17개 주, 23곳에서는 구체적인 가격을 제시했고, 나머지 딜러들은 직접 방문해 가격을 정하자는 답변을 보내왔다"며 "정가대로 판다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아반떼의 경우 현대차 미국 현지법인이 대리점에 제공하는 할인폭은 평균 1500달러다. 대리점이 진행하는 자체 할인폭은 평균 1675달러였다. 즉, 미국 소비자들은 아반떼 정가의 최소 20%에 이르는 3175달러가 깎인 상태에서 추가 협상까지 벌여 차를 사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미국 현재 대리점 간의 가격도 최대 1만7710달러에서 최소 1만4585달러로 같은 차종에도 2852달러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 의원은 "현대·기아차가 정가판매제 도입 후 이를 위반하면 단계적으로 판매수당 회수나 출고정지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며 "공정위가 정가판매제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규정된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측면에서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사업자가 이 상품을 재판매하는 사업자에게 거래단계별 가격을 정해주고, 그 가격대 이하로는 팔지 못하도록 강제하거나 이를 위해 하위 판매업체에 각종 구속조건을 거는 행위를 의미한다.
공정위는 이달 초 오뚜기가 당면과 참기름 등의 판매가격을 일정금액 이상 유지하도록 통제해 온 사실을 적발, 6억5900만원의 과징금을 물린 바 있다.
공정위는 "현대·기아차와 대리점 간의 거래는 매매가 아닌 순수한 ‘위탁 판매’로 재판매가격유지행위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박 의원은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위탁판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매장 전시용 차량의 반품과 대금 결제방식, 기획판촉비용의 대리점 부담 여부, 위탁판매 수수료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된다"며 공정위의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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