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상비약 슈퍼 판매 갈수록 난항
가정상비약 슈퍼마켓 판매를 위한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약사들은 박카스와 까스명수 등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한 보건복지부에 반발하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히려 비아그라, 사후 피임약 등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역공세를 펼쳤다. 정부는 약사들의 반발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고, 의사들은 의약품 재분류 논의를 수용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박카스에서 카페인 빼라=대한약사회 고원규 이사는 19일 “박카스와 까스명수에 각각 함유된 무수카페인과 아선약의 함량을 줄이거나 빼지 않으면 약국 외 판매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복지부가 발표한 의약외품 전환 일반약 중 무수카페인을 함유한 자양강장 드링크류는 박카스를 포함해 10개 품목이다. 이들 제품에는 합성 카페인인 ‘무수 카페인’이 병당 30㎎ 함유돼 있다. 식약청은 성인의 경우 일일 카페인 섭취 기준량을 400㎎ 이하로 잡고 있다. 하루에 14병을 마시면 기준치를 초과하는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는 셈이다. 카페인은 심장 박동 수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기준치 이상을 섭취하면 심장 이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약사회는 한약재인 아선약을 함유한 소화제드링크 6종(까스명수액, 까스명수골드액, 카보명수, 쿨명수액, 기명수, 까스허브명수액)이 슈퍼마켓 판매 허용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약사회는 “아선약은 변비를 일으킬 수 있다”며 “약사들은 아선약을 함유한 소화제드링크를 달라고 하면 변비 여부를 물어본다”고 밝혔다.
약사들은 의약품 중 연간 생산액 2위인 박카스의 ‘독점 판매권’을 놓치는 게 내심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이 차례대로 약국에서 빠져나가게 될 경우 매출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복지부 정책에 반발하는 원인이다.
◇첨예한 대립 지속될 듯=약사회는 21일 열리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 의약품분류 소위원회 2차 회의에서 박카스와 까스명수 등의 슈퍼마켓 판매를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복지부는 44개 일반약의 의약외품 전환이 위원회 보고사항으로 안건 상정과 의결을 요구하는 사안이 아니라며 강력한 추진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양측의 대립이 불가피하다. 복지부는 현재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의약외품으로 나눠진 약품 분류체계에 ‘약국 외 판매 의약품’을 새로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약사들은 새로운 분류체계를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슈퍼 판매 허용 약품을 내주는 대신 비아그라, 사후 피임약 등 전문 의약품을 일반 의약품으로 재분류해 약국의 몫으로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약사회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은 국내 시판 약품의 20%에 불과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보된 1200여개 품목의 전문 의약품은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있도록 재분류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들은 상비약 슈퍼마켓 판매에 대해서는 찬성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영역 축소를 우려해 전문 의약품 재분류는 반대하고 있다. 2차 의약품분류 소위도 정부, 약사, 의사의 입장차만 확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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