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날마다 조국 가족 문제로 도배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조국 딸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는 상식에 어긋난다.
이런 문제에 관해 적지 않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야당이 공격을 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는 조국이 사법개혁을 수행할 법무무 장관으로 적격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개인으로서의 조국은 젠틀하고 우아하다는 것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장관으로서의 조국의 국량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문제는 조국 가족 문제에만 매달려 더 중요한 것들이 잊혀진 것이다.
사법개혁 문제에 대한 논쟁이 사라진 것도 문제이지만
대학 입시 제도의 불공정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대안 제시가 보이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과거 입학사정관제도는 의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스펙을 전형 자료로 활용했다.
대학에서도 이것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걸 알면서도
수학 능력과 상관없이 '탁월한 가정환경'을 입증하는 자료로 간주하였을 것으로 본다.
조국 마누라는 대치동 입시 코디네이터의 조언에 따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온갖 스펙을 수집해 써먹었다.
조국 마누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상위 10%에 해당하는 자라면 대부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말 그대로 가정 환경에 따른 불공정을 허용하고 조장하는, 제도의 허점에 편승한 편법 행위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이명박 때 만든 입학사정관전형이 박근혜 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해도 학종도 공정한 것은 아니다.
가정 형편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스펙이 달라지고, 우월한 가정 환경을 둔 수험생에게 유리한 게 사실이다.
교육의 정상화와 공정성을 함께 살릴 수 있는 입시 제도를 마련하지 않으면
조국 딸이 불러온 불공정의 문제는 앞으로도 거듭 변주될 것이다.
지금 우리 언론은 심각하다.
조국 이슈에서 이런 문제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고
오로지 조국의 도덕성 문제만 붙잡고 늘어지는 선정성과 정파성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국을 까는 걸 뭐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균형 감각을 지키면서 까야 한다.
최근의 보도를 통해 나라의 미래를 고뇌하는 정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확인한다.
나는 개혁 정치가로서의 조국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없기에
그가 장관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나라의 미래를 바꿔 놓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조국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론의 중심을 잡아 주어야 할 언론의 부재다.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조국을 걱정하기 전에 막장극을 달리는 언론을 걱정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