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 베일이 주연한 영화 '이퀄리브리엄'은 3차 세계대전 후 암울한 미래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거대한 건물이 늘어 서 있는 도시 '리브리아'는 사령관이라고 불리는 한 지도자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그 지도자는 세계 대전의 원인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 감정 따위의 것들이라고 보고, '프로지움'이란 약(호르몬을 억제하는..)을 주기적으로 시민들에게 주입시켜 감정의 분출이 거세된 '이성적' 시민들의 국가를 이루려고 한다.
이 영화의 시사점은 '이성적' 인간들의 사회가 전체주의 국가로 귀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 세기의 전쟁을 극복하기 위해서 지도자와 체제는 그 원인을 욕망과 감정의 분출이라고 보았고, 본원적 폭력을 극복하기 위해선 과학의 힘을 빌려 탄생 한 '프로지움'이란 약을 주입시키므로서 사람들의 감정을 억제하려 한다. 그러므로서 '이성적' 인간들의 '이상적' 세계가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감정의 거세를 거부하는 반 체제 인사들에 대한 '리브리아'의 폭력을 고발하면서, 영화는 폭력의 원인을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다른데 있다고 항변하는 거 같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폭력을 고발하려는 이성적 태도, 그 강박이 디스토피아를 불러 왔다는 것. 그러니까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문법이, 전체주의를 제거하려는 강박이 전체주의화 되어버린 모순에 대해서 다룬 영화라는 것이다.
즉 전체주의에 의한 전쟁을 극복하는 태도가 오히려 전체주의의 함정에 빠진다는 이야기란 소리다.
우리는 이 사례를 일베를 통해서 똑똑히 보고 있다. 일베蟲들은 일베 스스로 자정작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그래서 좀비화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들 자위하지만..), 일베蟲들은 홍어니 좌좀이니 법치니 안보니 따위의 일베蟲들 본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개념들에 대해선 의심하지 않고 있다. 일베蟲들은 이퀄리브리엄의 문제의식처럼 비 이성을 거를 수 있는 이성의 힘(텍스트)을 숭배하지만, 실제로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치 저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복장이 우스꽝스런 전체주의 제복의 모방임이라는 것을, 그들의 복장이 대놓고 이 사회는 전체주의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말함에도 '리브리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듯이 말이다.
파시즘의 전형인 인종주의가 어떤식으로 성립되는지 보자. 인종주의의 기본적 성향은 그 인종의 특성을 비꼬는대서 시작한다. 예를들면 돈만 밝히는 유태인(돈벌레), 일본인들의 나막신을 빗댄 쪽발이, 중국인들의 천함을 빗댄 돼놈이란 단어들이 그렇다. 보통의 인종주의는 그 인종의 특수한 부분들, 수 년 전에 있었던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것. 히잡에 대한 논쟁들이 있었다)도 그렇고.. 자신들의 문화를 보편성으로 놓고, 그에 반하는 상대의 문화를 특수성으로 격하시켜 조롱하는 것. 일본 넷 우익이 한국인을 김치라고 놀려대는 것도, 중국의 국수주의적 인간들이 한국인을 빵쯔라고 놀려대는 것과 같은 맥락의 일이다.
인종주의는 자신을 보편성으로 놓고, 그에 반하는 타자의 특수성(어떠 불쾌한 돌기같이 타자의 특수한 문화 다름 차이...)을 비하하는 논점을 통해 본원적으로 폭력을 양산한다. 전라도의 음식이라고 알려진 홍어, 몇몇 범죄 사건들을 가지고 전라도인을 비하하는 일베蟲들은 파쇼들의 인종주의 문법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것, 타자의 성향을 보편에서 벗어나는 어떤 것으로 격상시켜 비하하는 것은 위에서 고발한 인종주의의 수법 그대로이다. 그러나 대체 어떤 것이 보편성인가?
이와같은 인종주의 문법은 그것이 극단적으로 사용될 때 전체주의화 될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로서 문제는 팩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왜냐면 그들이 일베蟲이 된 이유는 많은 경우 전체주의를 까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일베蟲들의 저런 행위가 외상적인 이유는, 그 자신들이 전체주의적 좌좀에 저항한다고 세팅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베蟲들은 저 이퀼리브리엄의 지도자들이과 같은 함정에 빠져있다!
그 자신이 합리적이고 착각하지만, 그 합리적으로 거른 팩트들은 그 자신들의 정치적 관념에서 나온 것이란 걸 일베蟲들은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거르는 사상 자체가 전체주의라면, 팩트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또한 그 자신들이 팩트를 숭상한다고 말하는 그 논리를 해체하면 상대는 주관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판의 내용을 보면 그들(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소위 좌좀)이 정치적이라서라는 그렇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자신들의 관점이 객관적이어야 한다면, 그 사안에 대한 어떤한 주관적 판단이나 정치적 관념도 배제되어야하지 않겠나? 허나 이것이 불가능한 게 정치라면 어쩔것인가?
위에서 지적했듯이 일베蟲들은 전체주의적 사고관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예를들면 국가나 안보에 대한 일베蟲들의 주장을 보자. 국가와 안보는 주권자에 의해서 성립되는 것이다. 고로 국민들의 주권과 생명(의식주 포함)과 재산을 지키는 것. 그것이 국가와 안보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상식이다. 즉 국가와 안보는 정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주권자를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안보는 좌우를 떠나서 탈 이념의 지역에 속해야 하는데, 오늘날 일베蟲들의 국가론이나 안보론은 어떤가? 이념적 사고를 배제한 상태의 주장을 하고 있나?
이명박(대통령)을 비난한다고? 그게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인가? 보통의 일베蟲은 이게 국가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마타도어를 하는데.. 실제로 비난이나 비판은 주권자의 권리일 뿐, 우리 헌법체계에서도 통용되는 권리의 일 부분일 뿐이다. 그러므로 그런 행위를 부정 할 게 아니라, 너무 나간 주장들에 대해선 그렇게 심한 비난은 인격모독 아니냐, 정도에서 그치면 되는 일 아닌가? 하지만 일베蟲들은 도덕적 문제제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국가(정부&대통령) 주권자의 권리 위에 놓고, 법질서라는 명목하에 공권력이 하는 것은 무엇이든 옳다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국가, 자신=법이라는 파시스트의 문법이 없었다면 저와같은 주장들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난한다? 그게 왜 반 국가 성향이 된다는 건가? 거꾸로 말하면 이것은 국가의 주체를 대통령으로 놓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대통령을 위해서 주권자들의 권리를 부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법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전체주의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합리주의라는 화장술로 화려하게 치장해 쌩얼을 감추는 일베蟲. 일베蟲들이 스스로 알고 깨우칠 날이 있을까? 본인들이 비난하는 그 치들과 자신들이 닮아가고 있고,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체주의는 공산주의나 국가 사회주의라는 좌우의 틀에서 나왔다고하는 해석이 유력하지만, 그것은 그 내용이나 핵심을 찌르는 해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 개인적으로.. 전체주의는 공산주의와 국가 사회주의라는 이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어떤 이념이든(그것이 설사 민주주의가 되었어도) 그것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체의 관계에서 비롯 된 것이 아닐까? 여하간...
근대 철학의 시작으로 불리는 철학자 데카르트는 고기토라는 근대 주체의 탄생을 위해서 모든 인식, 심지어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까지 의심하고 나서야, '생각하는 주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견했다. 데카르트의 방법론을 보통 방법적 회의라고 하는데, 일베蟲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야기지 않을까? 일베蟲들은 좌좀들의 텍스트를 비판하고 의심한다는 고차원적 자위에 빠져서, 정작 저희들이 의심해야 할 것들에 강렬한 믿음을 형성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