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아래 언급된 호남향우회와 해병전우회의 막강함은, 아마도 다들 한번쯤은 들었거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도 아래 언급한 향우회들이 있고, 그래서 피부로 느끼는 점도 있어 썰을 풀어본다.
입사 초기에만 해도 향우회는 그저 친목단체쯤 여겼었다.
그래서 아무 모임이나 회식장소에서도 초보사원으로서의 마음가짐 외에는 행동에 거리낌이 없었다.
돌이켜 보면 이 시기에 호남출신들을 가장 많이 사귀었고, 정치적으로 논쟁도 했었지만, 그럭저럭 지금까지도 친분이 유지되고 있다.
내가 향우회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호남향우회로부터였다.
지역내 협력업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여, 조사목적으로 직장상사와 출장을 간적이 있다.
공장에 도착하니 웬걸..
평소 근엄하던 이사.부장부터 시작해서 평소 안면이 있는 이들과 모르는 이들이 섞여서 손과 옷에 검정을 묻히고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회사에서 일은 안 하고 다 여기로 몰려왔나? 의아해 하고 있는데,
직장상사가 이들이 바로 호남향우회 회원들이라고 귀띰을 해주며 언행을 조심하라고 하였다.
나는 여기서 궂은 일에 대한 호남향우회의 응집력에 놀랐다. 지금까지 그 같은 응집력을 결코 본적이 없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5.18을 겪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호남향우회에게 한번 찍히면, 회사나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순탄치 않겠다라고 느꼈다.
이 일 이후로는 자연적으로 언행과 몸가짐을 조심하게 된다.
여기서 호남향우회를 예로 들었는데 다른 향우회도 그런가?
아니다. 크기나 규모와는 관계없이 해병전우회를 포함해서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타 향우회는 말 그대로 친목회이고, 기껏해야 회식 때나 선거철에 정치인 지망생들이 얼굴을 내미는 것이 다이다.
우리회사의 호남향우회는 DJ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당선되기 이전에는 철저히 그들만의 리그로서 타 향우회와의 교류가 전혀 없었다,
당선 이후에야 비로소 타 향우회의 모임이나 체육대회 또는 회식에 대표들이 참석하거나 협찬도 하는 등 교류를 점차적으로 넓히고는 있지만, 아직까진 타 향우회들의 교류에 비하면 좀 부족하다.
타 향우회와의 교류에 좀더 분발이 요구된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우리회사 호남향우회는 향우회 간부가 되면 자동적으로 지역 호남향우회 모임에 참석한다.
타 향우회? 그런거 없다. 아니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보통 향우회에서의 친분과 소개를 통해서 회사납품과 관련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타 향우회의 경우는 기껏해야 회식장소나 정도이다.
지금까지 횡설수설 했는데, 결론은 호남향우회는 타 향우회에 비하여 막강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타 지역 향우회와의 교류를 통해서,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좀더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