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인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때
사회 진출 이후의 이력은 볼지언정 학력/학벌은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거 진보신당이 선거 공보에 학력 미기재를 했던 것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학력 블라인드 정책도 적극 지지했습니다.
과거 회사 신입/경력직 채용에 간여할 때에도
학력/학벌이 아니라 업무 수행 능력과 자질, 협업 능력과 자질을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학벌주의 타파에서 정의당마저 뒷걸음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념이나 가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실천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정의당의 현주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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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0&oid=036&aid=0000042995
얼마 전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당내 경선을 앞두고 떠올랐다. 청년 예비 후보들이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너나없이 출신학교를 경력에 박아넣고 있었다. 몇몇은 제일 앞줄에 적었다. 청년이라 경력이 많지 않아서였을까? 그리 보이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서울의 유명 대학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으로 대표되는 학벌자본을 내세우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면, 탈학벌이라는 오랜 의제를 모르는 것일까. 혹은 버린 것일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21대 총선 후보자 명부를 살펴보았다.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정책적으로 ‘학력 미기재’의 멋짐을 뽐내던 녹색당조차 이번에는 학력을 밝힌 후보가 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진보신당이 최초로 후보자 전원 학력 미기재를 했는데(사진), 그 후신 정당으로 이 분야 원조 자리를 지키는 노동당은 이번엔 다들 학력을 기재했다. 불과 4년 전인 20대 총선 때만 해도 노동당은 중앙선관위 직원의 잘못된 판단으로 학력 미기재라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며 발끈한 바 있다. 노동당에서 갈래를 쳐서 나온 기본소득당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미래당도 다를 바 없다. 소수당의 맏이 격인 정의당을 포함해 전원 ‘학력 기재’다. 그 와중에 일부는 대놓고 ‘학력 자랑’까지 하는 것이다.
끝내 위성정당을 만들어낸 정치권 양대 패밀리의 민망하고도 위험천만한 세력다툼에 시달려 정신 못 차린 것일까. 소수당 후보들이 ‘학력 철폐, 학벌 타파’라는 우리 사회의 대표 의제를 이렇게 완벽히 잊을 줄은 몰랐다.
전체적으로 학력 인플레도 심해졌다. 이번 총선 지역구 후보들(1117명) 가운데 가장 많은 수는 대학원 졸업(424명)이다. 비례대표 후보들도 비슷하다(308명 중 133명). 대학원 재학이나 수료 등을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큰일 하기로 맘먹었으면 머리부터 심고 학벌 세탁에 나서야 한다는 우스개가 틀린 말이 아니다. 임명직도 예외는 아니다. 정권의 성격을 가리지 않는다. 공기업 수장은 물론 관리직 승진에조차 학위가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러니 공공, 정책, 행정, 경영 등 뭐든 퍼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이름을 단 대학원들이 돈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돈만 내면 인맥도 학위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