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news.naver.com/read.nhn?oid=025&aid=0002910748&sid1=100&backUrl=%2Fhome.nhn&light=off
한국당이 발 빠르게 움직인 건 3기 신도시 발표 직후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7일 정부가 고양 창릉(3만8000호)과 부천 대장(2만 호) 등을 3기 신도시로 발표하자 고양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인근 1, 2기 신도시 주민들은 3주째 주말 항의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1차(12일) 때는 500명에 불과했으나 2차(18일) 5000명, 3차(25일) 1만1000명(주최 측 추산) 등 참여 인원이 급속한 증가세다. 인원이 늘어나면서 25일엔 일산과 검단에서 별도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일산 주민 김모(54)씨는 “삼송·원흥·향동 등 지금도 주변에 신도시가 넘쳐나는데 또 신도시라니, 분당이라면 감히 이렇게 하겠나”라며 “일산만 ‘호구’ 잡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1, 2기 신도시 집값은 출렁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고양시 일산서구와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일주일 동안 0.16%, 0.14%씩 떨어졌다. 3기 신도시 발표 후 2주 사이에 0.3% 가까이 급락했다. 검단신도시는 미분양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22~23일 청약을 한 ‘검단파라곤 1차’는 874채 모집에 1, 2순위 합쳐 264명 신청에 그쳤다.
고양 지역구 심상정·정재호·유은혜·김현미 긴장
한국당이 3기 신도시 중에서도 특히 일산 지역을 타깃으로 삼은 것은 “민주당 텃밭을 공략해야 한다”는 내년 총선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현재 고양 일산(고양갑 심상정, 고양을 정재호, 고양병 유은혜, 고양정 김현미)과 파주(파주갑 윤후덕, 파주을 박정) 등 경기도 서북부 지역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심상정 의원만 정의당)이 독식하고 있다. 특히 일산 서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3기 신도시를 밀어붙이는 데 대한 지역민의 불만을 노리고 있다. 김 장관 지역구와 붙어있는 유은혜 의원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현 정부의 핵심 인사다. 심상정 의원도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이 같은 일산 진보벨트에 타격을 가해 전체 수도권 선거의 승기를 잡겠다는 게 한국당의 전략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일산에선 ‘집값 안정을 위해 만만한 우리를 희생양으로 바쳤다’는 정서가 팽배하다”며 “이를 파고들어 일산 진보벨트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부동산 전문가인 김현아 의원(비례 초선)을 김현미 장관의 저격수로 차출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