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13년 6월을 전후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 민정수석실, 총무비서관실에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임모씨와 채모군을 뒷조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언론은 채모군 정보유출 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청와대가 ‘채동욱 찍어내기’의 배후라는 의혹을 재점화했다. 2013년 9월 6일 ‘채동욱 혼외자식’ 의혹을 단독 보도한 조선일보는 이번 의혹에 침묵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청와대는 임모씨·채모군의 학생생활기록, 주민등록기록, 가족관계등록을 비롯해 임씨의 산부인과기록까지 체계적으로 조회했다. 청와대의 여러 비서관실이 동시다발적으로 뒷조사에 나선 시점은 지난해 6월 14일 원세훈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죄 기소 전후다. 국가정보원 또한 비슷한 시기 강남교육지원청에 “채군의 아버지 이름이 검찰총장과 같은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로선 이들 비서관실과 국정원이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결과를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찾는 것이 관건이다. 국정원·검찰 등 사정기관 관련 업무의 총괄 기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채 전 총장에 대한 불법사찰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10월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8월 중순 곽상도 전 수석이 채동욱 총장의 정보를 들고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주장뿐이다.

한겨레는 25일 “형사3부 수사팀은 이날까지 개인정보 조회를 부탁한 청와대 연루자들을 단 한명도 조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박근혜정부의 ‘왕비서’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청와대의 여러 비서관실을 움직일 수 있는 힘 있는 누군가가 채 전 총장 찍어내기를 기획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