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 짤린 하나님
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먹은 하나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 당한 하나님
그래도 당신은 하나뿐인 늙으신 아버지
하나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계실까
쓰레기 더미에 묻혀버렸나
가엾은 하나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 당한 하나님
그래도 당신은 하나뿐인 늙으신 아버지 민중의 아버지
https://www.youtube.com/watch?v=e2iwVrK-Gz4
안치환 노래
김흥겸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1980년대 중반 신학과를 나와 신림 7동의 낙골교회 전도사로,
또 노점상으로 일하고 빈민 운동을 하면서
치열하게 세상과 맞섰습니다.
1995년 그는 위암 선고를 받았고
그 이후 2년 동안 그가 세상과 맞섰던 것만큼이나
처절하게 병마와 싸우다가 36살 나이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의 삶은 한 노래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것은 위의 '민중의 이버지’란 노래이지요
전두환 정권의 서슬이 시퍼렀던 1982년 봄
대학 축제 마당극에서 백골단에게 사로잡혀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예수 역을 맡았습니다.
그 마당극에서 처연한 노래가 불리는데
그 노래를 작사, 작곡한 사람이 김흥겸이었습니다.
신학생의 입으로
“하나님 당신은 혀가 잘렸는가, 화상 당해 얼굴을 돌리고 있는가”를
외칠 정도로 참혹했던 세상에서
온전한 하나님의 얼굴을 되살리고자 노력하다가 결국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은 뒤 그가 쓴 글들을 모은 <낙골연가>에는
그가 죽기 바로 전에 쓴 이런 글이 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곳으로 먼저 돌아가는 자가 드리는
미안함과 위로
그리고 미처 다 못한 사랑의 고백을
미처 다 못한 감사의 고백을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아왔는지
대학 시절의 김흥겸(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