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보수파 나꼼수’라는 딱지가 붙었는데, 시작점은 보수우파가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팟캐스트 ‘떡볶이 수사대(떡사대)’ 진행자인 이효석씨(24?대학생)의 말이다. 그는 원래 진보성향 인터넷방송 ‘나는꼼수다(나꼼수)’의 팬이었다. “굳이 좌우를 가리자면 나꼼수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친구가 비판하면 항상 반대의견을 냈었죠.” 고등학교 동창으로 현재 대학생인 이효석씨, 황교영씨(23), 민준성씨(24)는 지난 2월 지방여행을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 의기투합했다. 좌경화된 트위터, 20대의 정치무관심을 바로잡는 팟캐스트 방송을 만들자고.
‘떡볶이 수사대’라는 이름은 떡볶이 떡이 속은 하얀데 겉은 빨갛다는 형상에서 따왔다. 즉 떡을 물들이는 누군가가 있다, 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진행하는 방송에 따르면 ‘속도 시뻘건’ 고추장의 역할을 하는 세력이 있다. 바로 종북좌익 세력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위 또는 뒤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좌익세력의 ‘실상’을 알아야 한다. 방송내용은 민혁당, 구국전위, 왕재산 사건 등 과거의 공안사건을 다룬다. <월간조선> 등 당시 보도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건관련자들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으며, 또 현재의 사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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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은 네이버’라는 패러디의 기원이 되었던 어느 여성 춧불시위 참가자의 싸이월드 게시글. 어버이연합의 플래카드 사진은 이 사진과 짝을 이뤄 취급된다. |
이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시위에도 참여했다. “마침 제가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어서 취재를 해오라는 과제 겸으로 참여했습니다. 처음에 가서 취지는 괜찮다고 생각해서 두 세 번 더 나갔어요.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개입하고 평화시위가 변질되는 것 같아 그 뒤로는 안나갔습니다.” 민준성씨는 촛불시위에 나가지 않았다. “당시 정치사회 이슈에 꽤 관심이 있었습니다. 광우병 이야기가 과연 사실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때 친구가 시위에 나가자는 거였어요. 그 친구에게 광우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나가냐고 물었는데, 시위 나가는 것은 좋은 것 식으로만 대답했어요. 분명 그때 참여한 사람들 중 순수한 의도로 나간 사람도 있겠지만, 멋모르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에….”
진보비판 온라인 여론의 기원
2008년 촛불시위 당시에도 이런 불만들은 표출됐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 ‘구국! 과격불법촛불시위 반대시민연대’다. 약칭해서 ‘노노데모’다. 노노데모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촛불시위 참가자를 지칭하는 말은 ‘좌좀’이다. 좌좀은 ‘좌익(빨갱이) 좀비’의 약칭이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모습은 좀비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좀비들 사이에 고립되어 있는 사진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좌좀 = 친노 = 전라도’의 등식이 만들어졌다. ‘노노데모’에서 보다 강경한 흐름이 분리되어 나왔다. ‘라도코드’라는 사이트다. 노노데모의 운영진이 특정지역, 구체적으로 전라도를 비하하는 비유인 ‘홍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데 대한 반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슨상님’, ‘목포해상방위대 대장’ 등으로 패러디됐다. 김 전 대통령이 일제시대에 썼던 창씨개명 이름 ‘도요다 다이쥬’라는 말도 회자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노시계’, ‘노운지’와 같은 별명이 붙었다(용어 설명 참조). 전라도가 ‘좌좀’의 온상이라는 것이 이들의 인식이었다. 지난 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라도코드’에 대한 이용해지라는 제재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새로운 패러디 문화는 인터넷 전반에 퍼졌다. 라도코드가 제재받기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정치사회갤러리(정사갤), 일일베스트저장소(일베) 등에서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문화였다. 각 대학 커뮤니티의 익명게시판, 포털 뉴스게시판에서 저런 형태의 조롱 글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패러디가 되었다.
“말하자면 소위 ‘잉여’라고 스스로 언급하는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일종의 하위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종범됐다, 운지했다, 산업화/민주화, 전땅끄…와 같이 이들이 사용하는 은어(隱語)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직 많다. 운지했다는 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xx을 패러디한 말이다. 은어는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 지난 노대통령 3주기를 맞이하여 노무현 재단에서는 추모게시판을 열었다. 한 사용자가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올린다.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았지만 올린 글의 첫 글자만 따서 읽으면 ‘노무현 운지’라고 읽힌다. 이른바 ‘세로드립’이다. 세로드립을 올린 이는 자신의 전과(戰果)를 캡처해 앞에서 언급한 우파성향 사이트에서 공유한다.
“네이트 댓글을 산업화하고 왔다”는 것은 MB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사용자들에 맞서 댓글로 온라인 전투를 벌여 이기고 왔다는 뜻이다. “민주화됐다, 민주화 당해버렸다”는 것은 반대로 졌다는 뜻이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인터넷에서 패러디는 안티조선 등 주류나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흔히 패러디나 풍자는 힘없는 민중이 지배 권력에 갖는 유일한 저항수단으로 이야기된다. 즉 사회의 주류가 독점한 언어를 누구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 메커니즘 자체가 퇴행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광우병과 천안함 국면에서 진보 프레임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IT평론가 주동식씨는 좌파/우파 프레임이 경쟁하는 보편적 양상과 더불어 한국정치 상황의 특수성을 거론했다. “원래 좌파적 세계관 자체가 도그마적 성격이 강하다. 과학적 세계관을 강조하지만 특정 믿음에 현실을 꿰맞출 위험이 상존한다. 반면 우파의 특징은 세계관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실사구시나 실증주의적인 것이 강조된다.” 주씨가 보기에는 2008년과 2009년을 달궜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논란과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논란에서 이 문제는 여실히 드러난다. “어느 사안이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기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그런데 좌파는 사실규정에서 성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