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된 이후로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신문을 읽었으므로 2000년대에 일어난 일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한국 현대사 산책 2000년대>편의 부제는 '노무현 시대의 명과 암'이다. DJ 정권 말기를 거쳐, 참여정부의 이야기가 중점을 이룬다. 패배한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권을 내준 그 시대다.
다양한 사회 이슈가 책에 녹아있지만, 내 인생에서 큰 분기점이었던 민주노동당 일심회 사건이나 권영길 대선 출마 등은 다뤄지지 않는다. 내 인생을 말아먹은 <디아블로>, <리니지>, <워크래프트>도 등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역사는 스스로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을 문제삼지만, 가장 열심히 사회문제에 고민했던 내 고등학생 시절을 비춰봤을 때, 노무현 대통령의 입방정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진짜 신문 볼 때마다 대통령 때문에 암 걸리는줄 알았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인간적인 면모라고 퉁치며 감싸지만 지도자를 떠나서 그냥 사려깊지 못한 처신이었다. 조중동 탓으로 돌리려고 하지 마시라. 이 책에는 무능한 대통령 노무현의 결말을 목격할 수 있다. 3권 쯤에 노무현이 고건과 정동영을 견제하며 담화문을 발표하는데, 정봉주 의원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말 때문에 죽음의 고통을 느낀다."라는 발언을 했다. 엣날 기억나서 빵 터졌다. 열란 우리당과 유시민의 몰락을 지켜 볼 수 있다. 아흐, 속 시원해!
어릴 때부터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던 나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면 무언가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1년도 되지 않아 나는 그것이 환상인 것을 깨달았고, 민주 노동당 청소년 당원으로 입당했다. 평범한 공고생을 전투적 노동자로 탈 바꿈하게 만든 열린 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아직도 앙심이 많이 남아있다. 한미 FTA 반대 시위도 나가고, 대추리 사건 때와 이라크 파병 때는 대통령을 저주했을 정도다. 이제와 노오란 그분을 언급하며, 신격화 하는 노빠들을 보면 신물이 난다. 그 때 그상황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은 MB와 박근혜도 똑같이 쓸 수 있다. 한미 FTA를 맺어주고, 이라크 파병을 해줬음에도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면, 일말의 여지 없이 무능한 지도자다.
<근대사 산책> 시리즈는 집에 다 사놨고, <현대사 산책>도 90년대 까진 소장중인데 2000년대는 아직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 사실 자료로 쓰기도 좋고, 문뜩 생각나서 펼쳐봐도 쓸만한 구석이 많다. 하, 언제 <미국사 산책> 다 읽지. 한국 사회는 강준만이라는 지식인의 역할과 업적을 그가 죽고 나서야 깨달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