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여기에 계신 분들은 글을 읽는걸 보통은 좋아 하실겁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독서는 타인의 지식을 습득하는 가장 효율적이며 쉬운 방법입니다.
글이란 한번 쓰고 전부 지우기 전에는 철회하기 어렵기에
책을 집필하는 사람도 꽤나 공을 들이죠.
사실 발행하면 지우는건 매우 어려우니 더더욱 그렇죠.
전에 안철수씨가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철수씨가 지인들과 모임이 있었나 봅니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는데 상반된 의견이 나왔고
이 때문에 당사자들은 꽤나 오랜시간 서로의 의견을 어필했다고 합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린것도 아니었고 쉽게 결론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날은 토론이 분위기상 중간에 끝나고 말았다고 합니다.
몇일이 지나고 그날 열띤 토론을 하던 당사자가 안철수씨를 따로 불렀답니다.
기쁜 얼굴로 안철수씨에게 어떤 책을 보여주며 그날 자신의 의견에 대한 좋은 근거를
찾았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위의 이야기는 참 흥미롭습니다.
스스로를 우물안 개구리로 만드는 전형적인 사례인데요.
어떠한 결론의 도출을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미리 결론을 만들고 과정을 만들면 어쩔 수 없이 수많은 벽을 만들고
그 벽의 방향으로는 절대 가면 안되는 룰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 벽은 내 사고력과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가능성을 막아버립니다.
흔히 보는 내 의견과 다르면 전부 x좀이고 x충이라고 결론을 미리 내리고 시작하면
그 사람의 생각을 살필 여유가 사라지고 정말 추구해야 하는 많은 가치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 말과 그러한 사고가 타인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건 둘째치고 내 주장에 대한
신뢰성과 설득력에 대한 영향도 둘째치고 나를 바보로 만들고 벽안에 가두어
정말 필요할때 정작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건 이상이 아니고 현실이야..라고 결론을 지어 버리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사람은
결국 현실이라는 핑계아래 많은 가능성을 당연한듯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타인에 대한 평가가 단순해진다는건 나는 사고를 단순하게만 할 수 있다고
시인하는 꼴이며 쉽게 모든 일에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추구한다는건
어떤 사안에 대한 내 시야는 딱 두개라고 단정지어 버리는 겁니다.
우리는 현재 너무 많은 지식과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되며 살고 있습니다.
이제는 과거처럼 얼마나 많이 외워서 다른 자료 없이 지식과 정보를 알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선별해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시기에 살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가 선별의 연속이고 반복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걸 단순하게 생각하는 모순에 빠집니다.
휴리스틱은 그러한 전형적인 사례 중 하나이죠.
그 많은 정보와 지식을 우리는 절대 전부 습득하거나 선별할 수 없습니다.
단 한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스스로 벽을 만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보와 지식이 쌓일수록
더 발전할 수 있느냐 후퇴하느냐의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