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의 본명은 윤정옥(尹東玉)으로 경상도 밀양부사의 딸이었다. 재주가 넘치고 용모가 아름다워 모든 총각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랑. 그런 그녀를 흠모했던 관노인 '주기'는 아랑의 유모를 매수하여 '아랑'을 겁탈하려 했다. 허나 아랑의 거센 반항에 주기는 비수를 꺼내어 위협했으나 결국 그 비수에 의해 아랑은 끝내 목숨을 잃고 만다.
그리고 몇 년 후, 밀양에서는 후임부사마다 부임 첫날밤 비명횡사 하는 일이 발생한다. 부임하자마자 죽게 되니 누구도 부임하려 들지 않고 폐군이 될 지경에 이르자, 글은 뛰어나나 배경이 없어 급제를 못하고 과객으로 지내던 '이진사'란 사람이 자원해서 '밀양부사'로 부임하여 첫날밤을 맞이한다.
"오랜만에 저의 원수를 갚아줄 어른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네가 도대체 귀신이냐, 사람이냐"
"저는 윤부사의 여식으로 영남루에 달 구경 나왔다가 욕보이려는 괴한에게 죽임을 당해 버려졌습니다. 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새로 부임한 사또를 뵙고자 하였는데 오늘에야 좋은 어른을 뵈었으니 제 한을 풀어주십시오"
"네 원수가 누구냐"
"내일 아침 나비가 되어 저를 죽인 관노의 갓 위에 앉겠나이다"
다음날 아침, 관노들을 불러모으니 어디선가 흰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 이에 범인을 잡아 영남루 대밭에 가보니 아랑의 시체가 칼이 꽂힌 채 썩지도 않고 그대로 있더라. 이진사가 칼을 뽑으니 뼈만 남고 형체는 사라졌고 그 뼈를 거두어 좋은 자리에 묻어주니 그 후로 사또의 객사에는 더 이상 아랑의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