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여자아이가 미쳤다.
수업 중에 갑자기 괴성을 지르거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두려워하며 갑자기 날뛰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른다.
소문에는 낙태로 인해 우울증에 걸렸다든가,
마약을 하고 있었다든가.
사실을 알 수 없는 무책임한 소문만 난무했다.
그러던 중 그녀는 학교를 그만 두고 가족과 이사 갔다.
선생님도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도 들었지만
역시 사실인지는 모른다.
그녀와 친했던 아이는 없었다.
딱히 미움 받고 있던 건 아니지만.
입학 직후부터 '남자친구 말고는 다른 사람에 관심 없습니다.'
같은 태도였기에 여자끼리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
참고로 남자친구 역시 같은 학교, 학년으로
쉬는 시간마다 언제나 둘이 같이 있었다.
사이가 좋아져도 학교에서만 그렇고,
학교 밖에선 만나는 친구는 없었다.
그나마 나와 어울리던 친구들 정도가
그녀와 몇 번 대화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가 미치기 시작했을 때,
남자친구가 그녀의 다이어리를 가지고
우리에게 상담하러 온 적이 있었다.
겉보기에 우리가 그나마 친해보였기 때문이었겠지만
사실 우리도 대화만 몇 번 했을 뿐,
전화번호나 이메일도 모르는 사이였다.
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어서
우리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주려고 상담에 응했다.
분명 다이어리 안에는 그녀의 고민이나 미쳐버린 이유가 담겨 있을 것이다.
원인을 파악한다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모두 다이어리를 보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나를 찾고 있겠지?
-발견되면 죽을거야.
-도망치고 싶어.
-**(남자친구 이름) 사랑해.
-죽고 싶다.
-어디에 숨어도 헛수고겠지?
-곧 날 죽일거야.
-도와줘.
그런 말이 다이어리의 일정, 주소, 메모, 상관없이 적혀 있었다.
우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