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께서는 해골바가지 물한잔 드시고 도 텃거늘
나는 묘자리서 자다 일어나도 얻은게 없으니.....
군 생활 때 사고사한 장병의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보급대에서 치루는 장례는 해당 부대 부사관분들이 밤샘하죠.
술과 고스톱판으로 이어진
가설치한 서너동의 막사형 텐트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답니다.
새벽 두세시경 도무지 잠을 견딜수 없어 버스에 올라타 잠시 눈을 붙였지만 그마저도 운전병이
자대 복귀한다며 하차를 요구하더군요.
자다 일어나는 바람에 몽롱한 상태에서 막사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아글쎄 대형 막사에 누군가 혼자 모포 뒤집어쓰고 자고 있는게 아닙니까!
워카 벗고 매트리스 깔고 모포 뒤집어쓰고 옆에서 잤죠.
이런 염병할!
사고사 장병이었습니다.
부검을 요구하는 유가족 때문에 염을 하지못해 결정이 날때 까지 대기 시켜 놓은 상태였죠.
그때 도를 텃어야되는데 뒤늦게나마 회사 때려치우고 고행을 자처했습니다.
고시원처럼 운영하는 지리산 암자를 선택했습니다.
힘들게 수도하는것은 생고생이지요.
도는 심신이 안락한곳에서 딱는게 최곱니다.
왜소한 보전 스님이 나를 반기며 신상을 묻더군요.
"도 연구가입니다"
그순간 보전 스님의 해탈에 오르신듯한 허탈한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도는 비쥬얼이야. 비쥬얼만 되면 없던 도술도 생겨"
산은 산이요 이런말은 들어봤어도 도는 비쥬얼이라는 말은 처음들었지요.
바로 직전 개인 사찰에서 기도 스님으로 활약중에 처사 한분이 있었답니다.
절에 막일을 도맡아하는 그 처사는 무슨 연유인지 턱수염을 멋지게 길렀답니다.
워낙 근사한 턱수염 덕에 행색이 초라하나 신도들의 이목을 끌게되었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생기게되었습니다.
절을 먹여살리는것은 보전 스님의 소관이며 얼굴마담도 자신의 역할인데 모든 신도들이 처사만 찾게 된겁니다.
스님은 처사를 불러 수염을 깍든지 신도들과 대화나 대면 조차 하지 말것을 둘중에 하나 택하라하였답니다.
그리하지 않으면 주지께 일러 쫒아내겠다 엄포 놓았기에 처사는 후자를 택하였다는군요.
이후 신도들은 처사에게 합장하며 인사하나 처사는 댓구는 커녕 본채만채할수 밖에 없었지요.
이게 또 문제가 되었더군요.
신도들 사이에 저 절에가면 자신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도인이 계신다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게 되었습니다.
지자체장의 한 사모가 이소문을 듣고 와서보니 성철 스님의 누더기같은 옷과 근사한 수염의 도인이
자신을 하대하는거였습니다.
이후 신도들은 처사가 사역을 위해 출타중이라도 그의 빈방에 문짝을 보고 합장 삼배 올리니 이를 본 보전 스님은
사표를 낼수 밖에 없었다 합니다.
스님의 강의를 받은 저는 심히 낙담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