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완제품, 첫 미국 진출 눈앞…'비궁' 수출 협상
LIG넥스원 세계 정상급 기술 증명
500조원 규모 거대시장 확보 기대
구본상 회장, 계약 협상 위해 美 출장 계획
국내 방위산업업계가 국방비만 약 1000조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70mm 지대함 유도로켓탄 ‘비궁’의 수출 계약 협상이 본격화하면서다.
그동안 한국 방산업계는 북미를 상대로 일부 부품만 수출했을 뿐 미사일, 전차와 같은 완제품을 판매하지는 못했다. 미 국방부와 비궁 수출 계약을 맺게 되면 첫 완제품 수출 실적을 내게 된다.
록히드마틴, 보잉, 레이시온 등 글로벌 정상급 방산기업이 점령하고 있는 세계 최대 방산 국가인 미국으로의 수출은 국내 방산업계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방산기술 수준이 세계 정상급임을 증명함과 동시에 동남아시아, 중동을 넘어서는 연 500조원 규모의 거대 방산시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1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구본상 LIG 회장은 미 방위당국과의 수출 계약 협상을 위해 이른 시일 내 미국 출장을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서 성능을 시험 중인 유도로켓탄 비궁 수출 협상을 위한 행보다.
LIG넥스원은 지난해부터 비궁의 북미 수출을 위해 미 국방부의 해외성능시험(FCT)을 4차례 진행했다. 올해 2차례의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는데, 여기에서 성능이 검증되면 미 국방부에 수출이 가능해진다. 시험 과정에서 가격 등 협상을 진행하며, 양측이 합의점을 찾게 되면 최종적으로 수출 계약을 맺는다.
현재까지 실무진 차원에서 협상을 진행 중이었으나, 미 당국과의 협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구 회장이 직접 나선다는 것이 LIG 관계자의 설명이다. LIG넥스원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협상은 매우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구 회장 역시 미국 수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 국방부가 록히드마틴 등 자국기업을 두고 한국의 방산기업에 눈을 돌린 것은 빠르게 소진되는 국방 자원을 가성비 좋은 한국산 무기로 채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 중동 무력충돌 중재 등 현안으로 유도로켓의 재고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LIG넥스원의 비궁은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 언급된다.
미국의 주력 유도로켓은 록히드마틴의 헬파이어다. 헬파이어의 대당 가격은 약 1억2000만원으로 비궁 가격인 4000만원보다 3배는 높다. 성능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데, 헬파이어의 최대 사거리는 8㎞로 비궁의 최대 사거리와 같다. 비궁은 또 동급에서는 세계 최초로 자동 표적 포착 및 추적 성능을 갖춘 '발사 후 망각(fire & forget)' 방식의 지대함 유도 로켓이기도 하다.
미 국방부는 이달 초 의회에서 방산기업들의 생산능력이 사용량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한국산 등 대체 무기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 중 비궁과의 계약이 체결되면 추가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신궁’ 등의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궁은 미 국방부가 직접 채용하기보다는 우크라이나 지원 등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대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