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밀리터리 게시판
 
작성일 : 24-01-29 15:01
[기타] 우여곡절이 많았던 정동 크렘린, 주한 러시아대사관 일화들
 글쓴이 : 노닉
조회 : 1,267  





[부지 선정 일화]

일단 구한말 러시아 제국의 공사관과 마찬가지로 서울 정동에 있지만 위치가 조금 다름.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잘 알려진 제정 러시아 공사관은 현재 러시아 대사관 북쪽으로 약 300m 떨어진 정동공원 언덕 터에 있었음.

부지 규모는 25000㎡(약 7500여 평)이나 되었고, 독립문, 덕수궁 중명전, 손탁호텔 등을 설계한 아파나시 세레딘사바틴이라는 러시아 건축가가 직접 설계했는데 정동에 위치한 여러 열강들의 공관들 중에서도 가장 근사하고 웅장했다고 함.

경술국치 이후 유명무실해졌다가 1925년에 소련과 일제가 수교한 이후 소련 총영사관으로 사용되다가 6.25전쟁 때 파괴되어 지금은 망루만 남아 있음.

1990년에 한러수교가 이뤄지자 소련은 고종 황제가 직접 서명한 서류를 제시하면서 한국에게 제정 러시아 공사관 부지 반환을 요구했음.

그러나 소유권 개념이 없었던 왕정 시절이라 당시 고종이 제공한 공사관 부지는 국제법상 '영구임차권'으로 보는 시각이 중론인데 1904년에 고종이 제정 러시아에게 제공한 모든 특권을 박탈했음.

결정적으로 소련이 대한제국 시절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대한민국을 대한제국을 계승한 유일의 합법 정부로 인정'해야 하는데 예나 지금이나 소련은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었음.

현실적으로도 해당 부지는 1960년대에 '무주지'라는 법적 해석(= 제정 러시아를 계승한 국가는 소련인데 공산 국가인 소련과의 수교는 요원하므로 이를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에게 막대한 손해라는 해석)을 통해 국가로 귀속된 이후, 3000여평 가량의 부지가 이미 MBC 등 민간 소유로 넘어간 상황이었음.

그래서 한국 측은 민간 소유로 넘어간 부지에 대해 평당 '공시 가격'으로 300억 원을 지급하려 했지만 소련 측은 '시세'대로 3000억 원을 요구했고,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와도 6년 동안 협상을 진행했음.

그러나 사실 제정 러시아공사관의 부지를 적산(敵産) 취급할 수는 없었으므로 결국 한국 측이 비슷한 시가와 크기의 舊 배재고등학교 터를 러시아 측에 대신 내어주고, 200억 원을 얹어주면서 한국도 모스크바 내 동일한 규모의 부지를 임대받아 주러 한국 대사관을 설치하기로 마무리함.



[공사 당시 일화]

문제는 새롭게 들어설 주한 러시아대사관 인근에는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한 캐나다대사관도 들어설 예정이었다는 것으로 예나 지금이나 대사관은 외교 업무도 수행하지만 해외 첩보전의 최전선이기도 했음.

그래서 러시아 측이 설계, 공사, 인력 파견, 심지어 자재 공수까지 전부 진행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건 아니고, 러시아는 새로운 한러관계를 고려하여 이례적으로 대사관의 초기 설계는 국립국악원과 통일연수원을 설계한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에게, 공사는 한국의 삼성물산에 맡겼음.

그러나 러시아가 까탈스러웠던 것은 사실인데 대사관 본청 내부 공사 자재 또는 통신 장비는 전부 러시아에서 공수해왔고, 설계를 맡긴 김 대표에게 17권의 보안 규정집을 건네면서 '철저히 숙지하여 설계해달라.'고 요구함.

설계가 끝나자 안기부(現 국정원)에서 김 대표에게 '국익을 위해 도면을 넘겨줄 것'을 요구했지만 김 대표는 러시아와의 계약을 이유로 거부했는데 사실 넘겨줬어도 공사 도중 러시아 측의 요구로 설계 초안에 비해 바뀐 부분도 많았고, 완공 이후에도 KGB가 자체적으로 8개월동안 내부 개조를 진행하여 큰 의미는 없었을 것으로 보임.

외장 공사 이후 완공식을 생략한 채 내장 작업에 들어갔으며, 공사 내내 보안 규정들(특히 도청 장비 관련 규정들)이 지켜지는지 KGB 요원들이 상주하면서 드나드는 인부들의 신원 확인은 물론 자재들까지 철저히 확인하여 공사 내내 애를 먹음.



[구조적 특징]

이렇게 우여곡절을 거쳐 2001년에 완공된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당연히 다른 대사관들에 비해 유별나서 '서울의 크렘린', '정동 크렘린'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임.

ㆍ본청, 숙소, 경비실, 변전소 등 4개 동(棟)이 'ㅜ'자형의 스텔스기 형상으로 위치함.
ㆍ대사관 정문과 본관이 약 20m 길이의 철제 통로로 이어져 있음. (수류탄 공격 방지)
ㆍ유달리 창문이 작고, 기관총에도 깨지지 않는 방탄유리가 사용됨.
ㆍ로비, 행사용 홀 등 외부인 접견 장소는 모두 1층에 위치함.
ㆍ대사관 집무실까지의 통로도 매우 복잡하게 꼬여있음.
ㆍ감옥처럼 담장 위에 날카로운 철조망은 물론 감시카메라도 사각지대가 없도록 배치되어 있음.
ㆍ외교관 가족들을 위한 주택/학교/병원/각종 편의시설들이 모두 대사관 영내에 있음. (외교관 가족들의 망명 방지)
ㆍ전술했듯이 KGB가 추가 내부 공사를 진행했는데 모든 전파를 완전히 차단하는 챈서리(chancery)를 지은 것으로 추정됨.



[출처]

ㆍ시사저널, 1990.11.29 - 옛 러시아공사관 부지 (한종호)
ㆍ중앙일보, 2017.10.02 - '정동 크렘린' 러시아 대사관 … 학교·병원·숙소 갖춘 철통 요새 (남정호)
ㆍ중앙일보, 2001. 7. 27 - 서울 속의 '크렘린 宮' (김혜수)
ㆍ조선일보, 2002. 7. 29 - 러대사관 신축개관 (조인원)
ㆍ대한매일신문, 2002. 7. 29 - 러시아 대사관 (박재범)
ㆍ한겨레, 2002. 7. 25 - 폐쇄ㆍ기형적 구조의 '크렘린' (노형석)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