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크림반도 주민들의 정서에 이어 러시아 현황에 대해 시리즈로 올려볼까 합니다.
위 첫번째 자료는 러시아의 주요 도시들이 있는 지도입니다.
두번째 자료는 러시아의 아주 보편적인 고속도로의 모습입니다.
세번째 자료는 38시간 동안 대륙 종단 열차를 타고 갈 때 제 열차 칸을 촬영한 모습입니다.
일단 러시아의 경제, 도시, 산업 구조를 논하기 앞서서 먼저 전전제를 삼고갈 것은 러시아의 너른 국토가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이 단점으로도 크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한반도 지도를 고무판 위에 그려놓고 이걸 사방으로 당겨서 몇십배 늘려놓은 게 러시아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전국 어디나 멀어봐야 500km 안에서 왕래가 가능하고 도시와 도시간 거리들이 가까워서 도시간 협업, 분업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도시간 고속도로에는 엄청난 왕래가 있고, 고속도로가 넓은 편에 속합니다.
반면 러시아는 도시와 도시 사이가 너무 멀리 떨어져 도시간 협업이 매우 어렵고, 또 도시간 이동은 큰맘 먹고 떠나는 장거리 여정이라 러시아의 도시밖 고속도로는 대개가 편도 2차선에 차량의 흐름이 많지가 않습니다.
해서 저같은 경우, 러시아의 텅빈 고속도로에서 최고속 250km/h가 넘는 고속주행도 왕왕 즐기기도 하고, 간혹 그렇게 쏘는 러시아인들도 있습니다.
교외 고속도로를 나와보면 주욱 뻗은 고속도로에 차들이 한가하니 거의 없어서 여유롭게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질주가 가능합니다.
물론 이 나라도 교통순경이 뜨문뜨문 잠복해 있기에 쏘는 것도 눈치껏 적당히 해야합니다.
아무튼 러시아의 이런 인구 대비 광대한 국토가 도시간 이동, 협업이 어렵다보니 도시들은 자립형으로 모든 것을 그 도시 내에서 해결하는 구조입니다.
러시아의 인구 100만명 도시면 이곳에서는 큰 편에 들어가는 도시들로 실제 도시 사이즈는 서울보다 넓은 편입니다.
이러니 모스크바를 제외하면 지방 도시들 주변에 위성도시들이 옹기종기 자라나는 구조가 아닙니다.
푸틴의 정책 중의 하나가 소득 주도 성장과 지방 경제 활성화인데, 모스크바를 기점으로 도시들과 인구가 빼곡한 모스크바 수도권은 나름 효과를 발휘하나 멀리 떨어진 지방 자립형 도시들은 수도권의 방식대로 운영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왜냐?
나라가 넓어도 너어어어무 넓기에...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서 러시아를 바라보면 너른 국토가 부럽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 다녀와본 제 러시아 친구들 중에는 좁은 국토이지만 그만큼 전국 구석구석을 잘 가꾸고 관리하기 유리한 점이 부럽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한 마음만 먹으면 하루 코스에 전국 어디나 여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습니다.
러시아 사람들도 바다 구경하고 싶어하고 여름이면 해변으로 떠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대다수 러시아 사람들은 여간 큰 마음을 먹지 않으면 그런 여정을 쉽게 떠날 수가 없습니다.
분명 우라나라보다 더 넓은 바다를 지닌 나라이건만 러시아에 살면서 바다 구경한다는 건 스케쥴 미리 잡고 작정하고 떠나야 가능할 정도로 일상에서 쉬운 일이 아니죠.
왜냐?
나라가 넓어도 너무 넓으니까!
물론 국토가 이렇게 넓다보니 러시아에서는 우리네 고속버스 터미널처럼 공항이 그 역할을 합니다.
제가 한때 거주했던 흑해 연안의 크라스노다르는 전쟁 때문에 공항이 폐쇄가 되어 지금은 기차로 가야 합니다.
무려 38시간을 기차를 타고 가야 합니다.
상당수 한국인들이 호기심에 시베리아 열차를 타보고 싶어하는데, 이건 정말 탈 교통 수단이 아니라고 봅니다.
러시아 사람들도 싫어할 정도로 지루함의 연속인 감옥이 따로 없습니다.
승차후 딱 4시간만 지나면 창밖도 보지 않고, 어떻게든 잠으로 시간을 때우려고 노력합니다.
열차에서는 와이파이도 안되어 더욱 지루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굴이나 수산물이 비싼 편입니다.
이는 극동 캄차카, 블라디보스톡 인근에서 가져오니 엄청난 운송비와 운송 기간 동안 신선도 유지 비용으로 모스크바나 기타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 수산물은 상당히 비싸게 가격이 뜁니다.
저의 경우, 모스크바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굴 하나에 7,500~8,000원 정도에 샀고, 동계올림픽이 치뤄진 소치 레스토랑에서 생굴 4개를 75,000원 정도에 사먹은 바가 있습니다.
나라가 넓어도 너무 넓으니까 이런 굴 요리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리고 캄차카에서 잡히는 킹크랩은 현지 가격보다 2배 가격에 우리나라에서 팔리지만, 모스크바에서는 이보다 더 비싼 가격에 팔립니다.
왜냐? 나라가 커도 너무 커서 운반비가 허덜덜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물류 비용이 이들의 국토의 고른 개발에 크나큰 난제이죠.
우리나라의 통영굴을 1톤 활어차에 싣고 서울-통영을 그냥 10번 이상 왕복한 다음 서울의 가락 농수산물 시장에 내려놓는다고 생각해보세요.
당연히 가격은 살벌하게 비싸질 수 밖에 없죠.
어떤 분이 러시아는 모스크바가 지방을 착복하는 구조라고 했는데, 그 나라 경험없이 어떻게 자신있게 모르는 썰을 푸는지 모르겠습니다.
러시아는 방대한 국토 특성상 철저하게 지방자치, 지방 독자 생존형 경제 구조입니다.
다만, 모스크바가 인구 1,200만으로 모여있다보니 모스크바 주변에는 위성도시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이 모스크바 수도권이 러시아 경제의 상당수를 이끌어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넓디 넓은 국토에 산발적으로 흩어진 도시들은 독자 생존 구조라 그 도시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고 다른 도시들이 모두 멀리 떨어져있어서 타도시와의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극히 떨어지고, 이로 인해 그 시너지 창출로 인한 일자리 증대가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물론 상트 페테르부르크나 일부 지방 대도시들은 독자 생존에 나름 성공한 도시들이라 생활 환경이 매우 좋은 도시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워낙 광대한 국토에 도시들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존재해서 독자 생존에 아둥바둥 사는 도시들이 참 많지요.
이중 독자 생존이 잘 된 도시들 주변에는 어김없이 산업단지들이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도시 자립과 이에 해당하는 인구가 받춰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모스크바 주변 수도권에 산업단지들이 잘 발달된 것은 당연하구요.
반면 그 만큼 러시아는 자연이 잘 보존된 국토가 지천이라 모험을 즐길 여행 코스, 정말 세상과 떨어진 여행을 갈 곳들이 지천에 널려있기도 합니다.
나라가 광대한 건 분명 장점도 존재합니다만, 거기에 따른 난관도 함께 존재합니다.
저는 제 러시아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한국은 잘 가꾼 32평 아파트라면 러시아는 3,000평 대지에 덩그런히 놓인 주택과 같다구요.
다음에는 온라인상에서 잘못 알고 있는 임금 구조, 전시의 러시아 현황에 대해 올려드리겠습니다.
끝으로 현장에 가보지 않았다면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정보를 취해서 그곳을 가보지도 겪어보지도 않고, 알고있는듯 타인에게 말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럴 때는 추측성으로 이러지 않을까? 라고 하는 게 옳지 이렇다! 단정내리는 건 좀 그렇다고 봅니다.
아, 마지막으로 밀리방답게 밀리테리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러시아 군제에서 공수부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도 인구 대비 너무 넓은 국토를 모두 커버할 수 없기에 신속하게 투입할 공수부대가 특화되어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까닭입니다.
술자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는 해병! 이런 군부심이 있다면 러시아는 남자는 공수부대! 하는 군부심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다음편에 전시의 러시아 일상 상황, 임금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PS) 아래 내용은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http://www.gasengi.com/m/bbs/board.php?bo_table=military&wr_id=750938&sca=&sfl=mb_id%2C1&stx=gaseng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