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가 도심에서 시가전을?!’
육군3기갑여단, KCTC 혹한기 전술훈련
보병 근접전투기술을 전차에 적용해 실험
전차 3대씩 서로를 엄호하며 시가전 진행
[대한민국 국방 NOW by 국방사진연구소]
과거의 전투는 산과 평야 등 자연환경 속에서 많이 이뤄졌지만, 현대에 와서는 근접전투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높은 건물과 고가도로 등 여러 구조물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도시가 발달한 현대전에서 시가지 전투를 피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시가전과 근접전투의 중요성에 주목한 육군3기갑여단이 변화하는 전술환경을 따라잡기 위해 ‘실험적인’ 혹한기 훈련을 펼쳤습니다. 주로 보병이 구사하는 도시지역 근접전투기술(CQB·Close Quarters Battle)을 전차에 적용한 것. 전차를 활용한 근접전투로 결전태세 확립에 박차를 가하는 여단의 혹한기 훈련 현장을 찾았습니다.
도시지역을 생생히 구현한 강원도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훈련장에 육군3기갑여단의 K1E1 전차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목표 확보를 위해 기동하던 불곰대대와 적토마대대 예하 각 1개 중대가 도시지역에서 적으로 조우한 것입니다. 이들은 전차 근접전투기술을 구사하며 나아가 목표지점을 확보하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공중정찰 중인 무인항공기(UAV)로부터 적의 위치 정보를 받은 전차들이 시가지 진입을 시작했습니다. 1개 팀으로 구성된 전차 3대가 서로를 엄호하며 한 몸처럼 움직였습니다. 보병 3명이 전·후방을 경계하며 전투하는 CQB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공중에서는 AH-64 아파치 공격헬기와 KUH-1 수리온 헬기가 엄호에 나섰습니다. 눈에 띈 것은 K1E1 전차 포신에 달린 마일즈 장비. 여단은 지난해 보병용 다중통합 레이저 교전체계(MILES)를 전차용으로 ‘업사이클링’해 활용하고 있습니다.
도시지역은 거리가 짧고, 공간이 좁고, 장애물이 많은 게 특징입니다. 이런 곳에서 효율적인 전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여단은 조준기술, 대형 유지, 장애물 극복 등 주로 보병이 구사하는 CQB를 전차에 적용했습니다. 미흡한 소부대 전투기술 때문에 속절없이 대규모 폭격을 당해 파괴된 러시아 전차들을 보며 고안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기존 야지를 기동하며 원거리에서 사격을 하던 훈련과는 다른 방식에 훈련에 참가한 장병들의 생각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박주성(대위) 불곰대대 1중대장은 “도시지역 전차 근접전투기술을 처음 적용해보니 보완·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있었지만, 해야 할 부분을 많이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이번 훈련을 돌아봤습니다. 상대로 시가전을 벌인 김다은(중위) 적토마대대 3소대장 역시 “개량한 전차용 마일즈 장비 덕분에 사격 성공 여부, 아군의 전투력 수치가 바로 확인돼 훈련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며 이번 훈련을 평가했습니다.
3기갑여단의 이번 훈련에는 장병 1500여 명과 K1E1 전차, K200 장갑차, K55A1 자주포 등 370여 대의 장비가 투입됐습니다. 여단은 전시를 염두에 둔 실전적인 훈련을 선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훈련의 핵심인 CQB를 적용한 전차 전술훈련도 그중 하나입니다. 여단은 지난해 타 부대의 보병중대급 마일즈 장비를 인수해 전차용으로 개량한 뒤 3개월의 전투실험을 거쳤습니다. 지난달 25일에는 주둔지에 철기과학화훈련센터를 개소해 언제든지 훈련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했습니다. 우성제(준장) 여단장은 “실전적이고 강도 높은 훈련이 부대 전투력을 좌우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훈련을 고안했다”며 “전투실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결전태세를 갖춘 공세기질의 여단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강원 인제군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2023년 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