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주력전차가 필요없고 경전차만 있으면 된다고 주장하시는 분께서
이번에는 그나마 있는 경전차의 105/120mm 포가 왜 필요하냐는 주장을 하시네요.
50mm 포로도 충분하다 하시는데,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쓸만한 대전차무기의 탄두 직경은 거의 다 100mm 를 넘습니다.
심지어 저렴이 만들기에 목숨건 NLAW 의 경우도 탄두 직경이 무려 150mm 입니다.
물론 전차를 향해 수직으로 발사되는 탄두 알맹이 직경은 100 mm 근처일 것 같고요.
( 탄두 알맹이 직경이 100mm 가 안 된다 해도 껍데기 추가하면 넘을테죠. )
NLAW 는 전차 상대로는 탑어택 전용인 것이라서
고위력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탄두 직경이 이렇습니다.
대전차 미사일 탄두 직경이 이렇다는 것은 전차포의 구경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순전히 운동에너지로 장갑을 파괴하는 포탄의 경우도 100mm 는 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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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자국 환경 (& 인명 경시 ?) 때문에 경량화에 매진하는 국가입니다.
한국의 K-21 이 30mm 기관포에 대해 전면방호, 14.5 mm 기관총에 대해 측후면 방호인데,
러시아 BMP-3 는 30mm 기관포에 대해 전면방호, 7.62 mm 기관총에 대해 측후면 방호일 정도.
호주 수출용 보병전투차(IFV) 로 제시된 레드백 (AS-21) 은 30mm 기관포와 대전차미사일 좀 달았을 뿐인데도, 전투 중량이 무려 43 톤에 달합니다. K-21 이 기반인데도 알루미늄 복합 장갑을 강철제 장갑으로 바꾸고도 추가 장갑을 더 다니까 그런 모양입니다.
러시아의 최신형 전차인 T-90 가 46 ~ 48 톤에 불과하고,
언제 실전배치될지 모를 T-14 에 이르러서야 53 톤입니다.
서구의 다른 전차들은 60 톤을 가볍게 넘고
경량화와 기동성에 목숨건 한국의 K-1 전차도 51.1 ~ 54.5 톤에 달하죠.
중국의 99식 전차도 50 ~ 55 톤이며,
심지어 북한의 최신 전차 M-2020 도 48 ~ 52 톤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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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파괴된 것인지, 그냥 작전불능인건지, 흔히 봤듯이 전차병이 멀쩡한 전차버리고 도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러시아의 T-72 가 30mm 기관포에도 당하는 것을 보고, 50mm 로도 충분하다는 것 같은데요.
T-72 는 중량이 고작 41~46.5 톤밖에 안 되서 레드백(AS-21) 과 비슷할 정도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만 보고 대구경 전차포를 없앤다면, 중국/북한의 전차 상대로도 곤욕을 치르게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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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포가 전차 상대로만 의미있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요.
K-1 에 쓸 수 있는 포탄만 봐도 차량+장갑차 파괴, 건물과 구조물 파괴, 인마살상용으로 쓸 수 있는 플라스틱 고폭탄, 적군 보병 부대 몰살용으로 쓸 수 있는 벌집탄 (일종의 산탄총 ?) 같은 것도 있습니다.
가시거리인 4 km 이내라면 어떤 목적으로든 쓸 수 있는 만능이 전차포입니다.
( 가시거리 밖이라 해도 곡사포처럼 쓸 수도 있고요. 정확도는 떨어지겠지만.. )
또한 직접 보면서 직격으로 쏠 수 있다는 것은 곡사포/박격포로는 흉내내기도 어려운 특성이죠.
자주포가 155mm 라서 더 강한 화력이고 직사포처럼 직격으로도 쏠 수 있긴 하지만, 보병전투차 수준도 안 되는 빈약한 장갑을 갖고 가시거리내로 접근해서 쏘는 것은 금물이죠. 대구경 전차포는 이걸 할 수 있습니다.
보병전투차인 K-21 도 다운그레이드이긴 하지만 105/120mm 포를 단 파생형을 만들 정도로 화력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보병전투차조차 이럴진대 경전차에 대구경이 필요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105/120mm 단 K-21 에서 보병 수송 능력은 빼고 포와 장갑을 강화하면 K-1 전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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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포 포탄은 비싼 것도 200 만원입니다.
미사일이라 불러도 되는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 빼서 저렴이로 만든 NLAW 도 3200 만원이나 하죠.
K9 으로 포격하면 전차도 파괴 가능하다지만 운 좋게 직격일 경우에나 가능한 얘기이고, 30 미터 이내 근접 착탄한 경우에 전차를 작전불능 정도로 만들 수 있을 뿐입니다. 현실적으로 힌 빌로 파괴/작전불능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전차포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것도 아니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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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겨우 T-72 수준 전차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대구경 전차포는 필요합니다. 설령 T-72 수준을 상대하더라도 항상 측후면을 딸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죠.
지금 현재만 생각하면 대구경 전차포가 없어도 될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북한의 전차들이 장갑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기라도 한가요 ?
1 억씩이나 하는 대전차 미사일을 왕창 갖고 있으면 끝일까요 ?
훨씬 싸게 다목적으로 쓸 수 있는 대구경 전차포를 포기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든든한 장갑과 막강한 화력의 대구경 전차포가 의미없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를 일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