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스트레일리아는 단, 하나의 예외.
이번 핵추진 잠수함 이슈에서 미국 혹은 영국이 한국에게 기술이전 혹은 고농축 핵물질 이전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가진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AUKUS는 이미 못을 박았죠. 하나뿐인 예외라고. 대놓고 공식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이건 AUKUS에 속하는 미국, 영국, 호주가 합의한 사항입니다.
설혹 행정부가 바뀐다 하더라도 예외라고 공표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바꿀순 없습니다.
무엇보다 실무자들은 바뀌지 않습니다. 이번 일에 실무를 맡았던 사람들은 주욱 일관성 있게 지도자들을 설득할 것이고, 영향력을 발휘할 겁니다. 때문에 미국과 영국에게서 원자로 혹은 그 관련기술, 고농축 핵물질을 얻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그냥 버리는 게 합리적입니다.
2> 그럼 한국은?
이미 미국은 SLBM을 긍적적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 SLBM을 완전히 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핵추진 잠수함이란 점은 그들이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SLBM의 보유와 운용을 긍정한다는 소린 곧 그를 완벽히 운용할 수 있는 제반 수단에 대해서도 긍정한 것에 다름 없습니다.
국제사회에서 공개된 발언은 완벽한 계산을 끝내고 나오는 말입니다.
트럼프 같은 별종이 아닌 한, 숨겨진 함의까지 뚫어 봐야 완전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특히나 태평양 통합군 사령관 출신 인사가 한 말 역시 그냥 나온 말이 아닙니다. 미군부의 생각을 반영하고, 미행정부의 필터링을 거쳐 나온 말입니다.
미국 싱크탱크의 군사전문가들은 한국의 "킬 체인"은 효과가 적고, 미국이 제공하는 MD에 가입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등의 주장도 왕왕하는 집단입니다. 즉, 그들은 제 3자 입장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순전히 미국의 입장,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며 한국을 바라봅니다. 그런 그들이 SLBM과 더불어 세컨 스트라이크 포스를 언급하며 지렛대란 표현을 썼다는 건. 곧 이러한 전력이 미국에게 이익이 된다는 계산을 끝냈단 소립니다.
<조-선 일보는 김현종을 무책임한 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일구이언 하지 않고, 말한대로 행동했습니다. 계란판이나 만드는 신문사는 일본 경제보복에 정면대응하자는 그의 주장을 무책임하다며 힘의 차이를 인정하라고, 그가 말한 자주국방 역시 무모하다 평가했지만, 실상 지나고 보면. 그의 말대로 일본 경제보복은 정말로 한줌에 불과하고, 미국에게 뭘 도와달라고 하기보다 협상을 하고, 주고받기를 통해 윈윈을 했습니다. 조-선 일보는 아마 진출한 모국가가 호구가 되길 바랐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비굴하게 손바닥을 부비고 아부하고,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며 컸던 신문사의 한계겠지요. 태생적으로 명령하거나, 명령받는 것외엔 할 줄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테니까.>
이미 한국정부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 2차장의 언급대로 줄기차게 관련 병기의 유용성을 설득해왔습니다.
그저 단순히 당위성을 설명하거나, 말리든 말든 할 거다라고 우겼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는 못냈을 겁니다. 너도 이익, 나도 이익, 서로 윈윈이란 주고 받는 협상을 거쳤으니 나온 겁니다.
결국 한국산 SLBM의 탄생과 공개가 그저, 미국이 보기에 중국이 괴로우니, 심히 보기 좋더라. 같은 레토릭으로 끝날 게 아니라는 겁니다. 한국과 미국이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 협상을 했고, 모종의 합의를 봤고, 그 결과물이 공개된 겁니다. 하필 중국 외교 2인자가 방문한 당일에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미국이 SLBM과 짝이 되는 핵추진 잠수함을 긍정하는 것과 도와주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에 더해 현실적으로 봐선 한국 정부쪽에서 미국의 도움을 거절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호주 외교+국방 장관이 한국을 다녀가고, 미국에 방문한 다음 AUKUS와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이 발표되었습니다. 그 말은 이미 한국과 의견조율을 했다는 뜻과 같습니다.
사실 김현종을 주축으로 하여 핵추진 잠수함 도입 의사를 밝히고, 그것이 미국의 행보와 일치하며, 그 이해와 일치함을 몇 년간이나 꾸준히 설득해왔던 한국정부입니다. 더구나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잠수함의 활동을 크게 경계하고, 일부러 영국 기동함대를 중국 잠수함대가 추적했다는 사실까지 크게 광고한 것이 영국입니다. 통상 기동함대에 잠수함이 추적하는 건 상시있는 일이고, 별 다른 공개도 하지 않는 의례적인 일입니다. 그걸 언론에 소리가 터져라 공개하고 이슈화한 것이 다름 아닌 영국이고, 미국입니다.
그냥 나온게 아니라, 이미 그 이전 시점부터 미, 영 호주는 핵추진 잠수함이 필요하단 결론을 내려놓고, 실무합의를 하고 있었을 겁니다. 언론플레이는 명분축적용이었을 거고, 그럼 움직임을 파악한 프랑스는 다급하게 G7회담시기부터 "혹시 핵추진 잠수함 필요해? 그럼 내가 해줄게, 말만 해." 라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헌데 호주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요. 즉, 이미 그 이전시점부터 호주는 핵추진 잠수함 관련 협의를 물밑에서 하고 있었단 뜻입니다.
그렇다면 미, 영의 입장에서. 그것도 한국을 쿼드, D10, G7+에 가맹시키려던 시점에서 호주와 한국을 묶어서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헌데 사건은 보시듯 이렇습니다. 이미 프랑스와 도장까지 찍은 계약을 파기시키는 강수까지 두며, 꽤 오랜 기간을 물밑에서 성사시킨 게 바로 호주의 핵잠수함 무장입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기 한국에선 끝도 없이 연기가 피어올랐고요. 따라서 전 미국과 영국이 결코 한국에게 비슷한 제의를 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봅니다. 분명, 호주에게 이런 제의를 할 건데, 너도 할 거냐?란 의사파악을 했을 겁니다.
3> 한국은 미영을 깠다. 계산적으로.
결국 제 개인적 결론은 한국이 미, 영의 제의를 깠다고 봅니다.
앞서 언급하였듯 당위성이 아니라, 이해관계, 현실적 이해득실을 고려할 때, 미영이 지원해주는 핵추진 잠수함 진행은 한국에겐 이득이 아니라, 리스크란 판단을 내렸을 겁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김현종이 이 모든 일의 키를 쥐고 있는 상황이기에 전 더더욱 그렇다고 추론합니다.
가뜩이나 독오른 중국 바로 옆에 있는 나라가 미국, 영국과 힘을 합쳐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한다는 발표를 했다고 쳐보죠. 그건 그것대로 한국의 스텐스를 고정시켜 버리는 행위입니다. 중국이 그 나름대로 한국에게 고분고분한 이유는 한국마저 미국에게 완전히 경도되는 것이 가장 두렵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핵심역량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과 충돌, 마찰부터 하는 건 바람직한 상황이 아닙니다.
중국에 남아 있는 생산라인을 정리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성을 최대한 탈피하여 경제적 리스크를 최소화한 이후에야 각을 세울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시간이 급하기도 하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당장 핵추진 잠수함과 같은 3원 타격전력을 보유하고 싶지만, 곧이 곧대로 직진했다간 쓸데 없는 마찰과 피해를 입습니다. 급할 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지요. 이게 이때 쓰는 말입니다. 그럼 잠깐 말을 돌려서.
<아이고! 뒤통수! 나쁜 귀축 미영! 이제 한국한테 팔 거라니까요? 억울한 우리 입장도 모르고 말이야! 이것도 까면 우리 프랑스랑 아주 척지는 거라고! 우리 화났어! 건들지 마!>
이번 일에 있어 미국과 영국, 호주와 한국이 프랑스의 반발을 몰랐을까요?
엄연히 계약이 깨지고 밥그릇을 빼았긴 겁니다. 뻔할 뻔자, 100%시나리오를 그렸을 겁니다. 그런데도 했다? 그냥? 무작정? 미영의 일처리가 그렇게 허술할까요? 아울러 이번 일 시나리오를 같이 그리거나 지켜봤을 한국이 그냥 그래라, 했을까요?
누가 봐도 길길이 뛰는 프랑스 역시 이번 아싸리 판의 조연배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난데 없이 뒤통수를 맞았다고요? 분명 비밀스레 움직였을 호주에게 "핵잠수함 필요하냐?" 라고 물었던 프랑스입니다. 그런 프랑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요? 퍽이나 재밌는 상상입니다.
프랑스도 이 일을 모두 알았으며, 미영과 모종의 협상을 했을 가능성이 더 합리적인 추론 아니겠어요?
분명 프랑스 역시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개입" 하겠다고 했지만, 서태평양에 자국 기동함대를 파견하겠다고 나선 국가입니다. 미국 입장에선 이런 프랑스를 적으로 돌릴 이유가 없습니다. 분명 프랑스산 핵추진 잠수함으로 호주를 무장시키는 그림도 그려봤을 겁니다.
그런 미국이 호주를 직접 무장시키는 그림을 그렸다면. 이건 아무리 봐도 한국의 개입과 입김이 있었단 결론이 나옵니다. 그리고 호주 외무장관과 국방장관은 한국을 방문해 마지막 조율을 마치고 갔을 거라고 봅니다.
자, 그렇다면 한국,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가 그린 그림은 뭐일까요?
일단 한국은 미, 영이 지원해주는 직접 무장은 거부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체 무장은 시간과 리스크 문제로 거북했을 겁니다. 무엇보다 현정부의 실무진이 현정권 임기내에 완전히 못을 박고 싶어합니다. 실제로 김현종은 자신이 공언한 다섯가지 사안을 하나 빼고 전부 실현시켰습니다.
1. 핵폐기물 재처리 허용 = 제한적 허용
2. 원-달러 통화스왑 = 600억불 체결, 이번 방미에서 무제한, 무기한 추진할 것으로 추정
3. 발사체 기술 독립 및 기술이전 = 고체발사체 허용, 아르테미스 약정가입으로 기술동맹체 구성
4. 미사일 사거리 확장 = 제한 완전 해제
5. 핵추진 잠수함 = SLBM 반응. 마지막 쐐기를 이번 방미에서 박을 것으로 추정.
김현종에게 남은 건 자기가 공언한 마지막 1가지를 실현시키거나 완전히 못을 박는 겁니다. 미-중간의 대립이 과거 냉전으로 흘러가는 와중에 널럴하게 자체개발 운운할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그에게나 그의 조국에나. 따라서 남는 건 돌아가더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것입니다.
즉, 프랑스의 기술을 도입하고, 저농축 핵연료를 프랑스로부터 공급받는 것입니다.
이미 쉬프랑이라는 최신예 핵추진 공격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입니다. 특히 미국과 영국 입장에선 이전이 거북할 수 밖에 없는 자연대류형 원자로 추진체계를 그들 감시하에 도입하기보단. 프랑스의 터보 일렉트릭 방식이 향후 자체 건조, 자체 유지보수를 위해선 더 바람직합니다.
프랑스 역시 호주에게 핵추진 잠수함을 판매함으로서 중국과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변화하는 것보단. 리스크가 적은 한국으로의 우회수출이 바람직합니다. 프랑스는 어떤 의미로 한국보다 더한 대중국 경제의존성을 가진 국가이고, 이를 벗어나자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뒤통수가 얼얼하다며 방방 띄면서. 미국과는 다른 서태평양 접근 전략이라고 지껄이는 겁니다.
우린 미국과 관계가 없다며 시종일관 눈물을 찔끔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접근하여,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판매하고, 나날이 군비증강을 하는 한국 방산시장에 다시금 발을 들이는 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즉, 이런 처음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입니다.
이런 마당에 울고 짜는 프랑스한테 성질을 내며, 너 내가 호구로 보이냐?라고 해봐야. 중국만 어색해지는 그림이 이미 그련 상태입니다. 즉, 중국은 이미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프랑스를 통해 보유한다 해도 화도 내지 못하는 어정쩡한 그림이 완성된 겁니다.
실로 치밀한 그림이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마 이 그림대로 갈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상입니다.
번외> 일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