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전 대한민국의 국토방위와 해역방위에 있어 항공모함이란 물건은 결코 효용이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예산 투입 대비 효과는 다른 체계에 비해 분명 떨어진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맨날 써먹는 독도, 이어도 모두가 본토 연안에서 200Km 내외 입니다. 7광구라 해봐야 500Km를 넘지 않습니다. 항공기 입장에서 보자면 코앞 범위인데, 이게 멀어서 항모를 이용해 항공기를 날린다? 이해할 수 없는 소리지요.
더구나 대한민국은 해외 영토도 없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처럼 카리브해, 인도양, 태평양에 해외 식민지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순수한 군사적 목적으로 항공모함을 보유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일말의 합리성도 없단 뜻이죠. 따라서 남는 건 정치외교적 목적만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미 앞서도 발제글로 정리했지만 자꾸만 커지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서 "롤"을 맡아야 하는 압박에 따른 소요라고 봅니다. 항공모함이란 물건을 건조해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이런 저런 이벤트에 갹출하는 것이 동맹의 의무라면 어쩔 수가 없지요.
이미 한반도 전구라는 지역 군사동맹을 벗어난 상황이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히 도장을 박아버린 상태니까요. 이미 이념과 기술, 그리고 경제까지 파트너쉽을 확인하고, 미국은 그에 따른 대가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은 언젠가 청구서를 내밀 것이고, 그 청구서라는 건 결국 우리의 피와 전비일 것입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이번 행정부는 제 생각 이상으로 외교적 협상을 잘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미국방부와 국무부는 INF조약 탈퇴를 검토하고 있었지만, 2018년 11월, 트럼프는 조율 없이 성급하게 탈퇴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가 트럼프를 위한 여론조작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기에, 러시아에게 강경한 자세를 보임으로서 정치적 카드로 소모해버린 것입니다.
따라서 한반도, 일본, 대만, 오키나와등에 중국의 내륙 탄도탄 기지와 핵기지들을 타격할 수 있는 IRBM배치를 할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 기회를 활용해 미사일 지침을 3000Km수준까지만 해제해도 전 그것이 베스트 시나리오라 생각했었는데, 불과 3년만에 탄두중량 해제에 이어 사거리 제한까지 해체해버렸습니다. 베스트를 넘어선 임파서블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이번 미사일 사거리 해제는 미국이 아무 생각 없이 합의한 것이 아닙니다.
한국이 보유할 IRBM과 ICBM이 자신을 위협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기에 풀어준 것입니다.
또 이미 상기 링크에서 언급했지만 중국을 타격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는 한반도입니다.
그런 한반도에 배치한 탄도탄들이 중국을 타격함에 있어 미국과 박자를 맞출 것이다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 전쟁이 일어난다면, 동맹국 한국의 탄도탄이 중국 내륙을 타격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분명 미공개 협상을 했고, 합의를 했습니다.
단순히 합의만 한 게 아니라, 서로 간의 레버리지를 공유까지 했을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협상에 구속될 정도로 긴밀하게 엮이도록. 그런 의미라면 여기 게시판에서 누구 말처럼 항모 필요 유무로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이 항모가 필요하다면, 한국은 그 항모를 제공할 겁니다.
1> 경항모라는 물건은 자꾸 커지고 있다...
일단 한 번 가져나 보자,란 생각으로 나오던 경항모는 자꾸만 커지고 있습니다.
이거도 하고 싶고, 저거도 하고 싶다가, 정말로 견적을 짜보니 점점 커지고 있죠. 제가 지긋지긋하게 싸우던 2017년 무렵이던가요? 그 무렵엔 독도급 갑판을 개조해 F-35B를 올리는 것이 토론주제였습니다. 그 다음은 이즈모급 비슷한 경하 2만톤급이더니, 지금은 아메리카급, 경하 3만톤 후반대입니다.
매년 못해도 1만톤씩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F-35B가 모함에 요구하는 운용 성능은 계속 올라간 상황입니다. 2018년 무렵 일본의 이즈모, 이탈리아의 카보우르 모두가 목표성능을 밑돌 것입니다. 그 함정들이 F-35B를 운용할지언정 원래 예측하던 성능은 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요구받는 작전환경과 작전성능이 달라지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배만 커질 것 같습니까?
어떤 분들이 한국의 역량 이야기는 잘 하시던데, 그럼 역량이 커지면 요구 받는 역할도 커지는 건 말씀 안 하시더군요. 역량이 커져도 계속 경항모 파견만 요구하겠습니까? 주된 호출 지역이 일본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난세이 제도 근역이라면, 결국 함대의 역량부족으로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이 강제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언급이 잦은 남지나해 인근에서라면 영국과 프랑스가 파견한 함대보다 역량이떨어져, 서열이 떨어질 가능성 또한 높지요. 국가의 역량, 영향력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모두는 아니지만, 경항모를 말씀하시는 걸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럴 바라면 경항모가 아니라, 정규항모를 주장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아요?
분명 좀 있으면 밝힌 내용보다 좀 더 커지고, 좀 더 비싼 견적이 나올 것입니다.
2> 경항모가 더 안전하고, 저렴할까?
동의하지 않는 분도 있겠지만, 경항모는 싸지 않습니다.
3척의 동형함을 동시에 건조한 아메리카급의 건조비는 4조원이었는데, 그와 동급의 함을 절반에 가까운 비용에 짓는다는 내용은 저로선 수긍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자군의 요구사항과 여러 도전적 기술을 채용할 함정을 말입니다. 이미 한국해군이 발주한 여러 초도함, 특히 기술적 모험을 최소화 했음에도 도산 안창호급의 건조비는 동형 타국 잠수함에 비해 결코 저렴하지 않았습니다.(상세를 빼고, 그저 값만 보면 비슷한 규모의 타이게이급보다 더 비쌌습니다.)
새로운 추진체계를 채택한 대구급 호위함은 여전히 이런저런 문제점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업체는 분명 세계 최고수준의 민영조선능력을 가졌지만, 군용도 그렇진 않습니다.
그때는 이랬고, 저때는 이랬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건 만일 국내업체가 항공모함을 건조한다면, 그건 처음 건조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건조해보지도 않고, 설계해 보지도 않은 국내업체가 아마 이쯤 들어 갈 것이다라 밝힌 견적도 솔직히 신뢰가지 않습니다. 따라서 제 입장은 비슷한 규모의 비슷한 성격의 군용함들을 참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경항모나 정규항모나 똑같이 건조 경험 없는 건 마찬가지고, 기술을 쌓아서 스텝 바이 스텝을 말하기도 우스운 것이. 항공모함 같은 물건은 한 번 건조하면 수명이 50년입니다. 당장 80년대 초에 퇴역한 정규항공모함에서 운용하던 정규항모 운용능력과 사출기 설계, 운용능력도 모두 20여년 만에 실전된 영국상황을 보면서도 스텝 바이 스텝이 현실성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결론은 경항모 2~3척 건조하고, 정규항모 건조할 때에 그 경항모 건조경험이 남겠냐고요? 혹은 그 시기에도 쓸모가 있겠어요? 사장되거나, 실전될 겁니다. 그러니 경항모 건조해서 그 경험으로 어쩐다란 말은 제 생각엔 아무 현실성이 없습니다.
영국이 포클랜드 전쟁에서 경항모의 한계에 이를 박박갈고, 부활시키고자 했던 아크로열의 후계함이 무려 40년이나 걸려 부활했습니다. 있던 경항모가 그 등장을 끊임없이 방해했으니까요. 우린 그럴 가능성이 없을 거라 보십니까? 일단 전투기 잘 날리고, 그럭저럭 밥값 하는데, 왜 정규항모 혹은 대형항모가 필요해?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뭘 해도 다 처음입니다. 해봤던 업체 기술 사오고, 협력 받으며 건조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크기에 따른 건조비 말고 무슨 차이입니까? 다 처음하는 건데. 다 어차피 해야 할 시행착오인데?
KAI가 스텝 바이 스텝 논리 따라 아음속 연습기를 선택했다면 결국 지금 우린 지금쯤 초음속 연습기 혹은 다목적 경전투기(인도의 테자스급) 개발하겠다고 하고 있을 것입니다.
스텝 바이 스텝은 폐기하는 게 답인 것 같습니다.
또한.
아메리카급 |
4.5만톤 |
250 * 36 |
22노트 |
4조원 |
30/70 |
카보우르급 |
2.7만톤 |
232.5*34.5 |
25노트 |
4.3조원 |
-/40 |
QE급 |
7.0만톤 |
280*70 |
27노트 |
5.9조원 |
72/110 |
결국 항모를 건조하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상시 작전배치가 가능한 수량을 보유하고자 할 것입니다.
일반적 3직제를 할 거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2직제, 그러니까 연간 180일을 작전할 수 있도록 설계한 대형항공모함하고, 연간 120일 작전할 수 있도록 설계한 항공모함하고 어느 게 더 저렴하겠습니까?
그냥 2척을 굴리는 편이 인력, 유류비등 유지비가 더 저렴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비슷한 규모의 비행대를 배치해도, 제공가능한 작전소티가 월등하지 않습니까?
지불한 비용대비 어느 쪽이 더 저렴할까요?
전 그냥 기준 7만톤급 대형함이 더 효율적이라 봅니다.
3> 경항모 + F-35B 프레임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F-35B의 가격이 생각 이상입니다.
어느 모로 보나 1기당 프로그램 코스트가 최소 2500억원 이상이라 하지요.
이런데도 F-35B를 꼭 고집해야 할까요?
F-35B가 기존의 4.5세대 함재기들보다 성능이 우월한 것은 사실입니다. 차세대는 그냥 차세대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가격이 이렇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가장 큰 주주인 미해병대와 영국군 모두가 수량을 손절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2500억이라 알려진 이 금액도 손절치기 전의 계약금액입니다. 계약분이 날아가면 그 만큼의 손실분은 누군가가 부담해야 하는 거고. 결국 앞서 밝힌 저 2500억은 최저일 뿐, 사실상 무조건 저거보다 수백억은 더 비쌀 거란 뜻입니다.
그런데도 꼭 경항모여야 하고, F-35B여야 합니까?
이미 미해군 기준에선 F-35C의 500NM작전반경도 요구성능 부족인 상황입니다.
과거 냉전기 미해군이 F-14톰캣을 활용해 구소련 해군항공대의 ALCM탑재 폭격기에 대응하던 시절, CVW의 작전반경은 500NM이었습니다. 그것도 부족해 피닉스란 사거리 150Km급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까지 탑재했지요. 실질적인 요격 차단선은 모함 반경 600NM이었습니다.
그렇게 화살을 쏘기 전에 궁수를 죽이는 방식으로 최대한 수를 줄이고, 그래도 남아서 날아온 대함미사일을 이지스 구축함이 막아내는 것이 미함대 방공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이 과거 구소련과 같이 대함타격전력을 급신장시키고 있습니다.
공대함 대함미사일 사거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초음속 활공체를 이용한 대함타격수단도 개발된 바 있지요. 이미 중국 역시 이런 수단을 공개하고, 폭격기에 탑재하겠다고 움직이고 있는 형국이고, 미국도 AGM-183A AARW를 통해 1000NM 사거리를 달성한 상황입니다. 결국 이런 세상은 시간문제일 뿐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와일드 캣에 달린 대수상 레이더로 간이 경계를 말씀하시는 부분은 결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와일드 캣이 모함 부근 100Km안쪽에서 3시간 체공하는 게 한계인 기종인데, 이 물건으로 조기경계는 가능할 지 의문이고, 500Km도 안 되는 장거리 대공 레이더로 충분한 방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점도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이건 너무 수동적인 구성이지 않습니까? 상대는 패고, 나는 막기만 하고.
적어도 함대 중심 반경 1000Km에 대한 탐색능력은 갖춰야 함대의 생존이 최소한도로 보장되지 않을까요?
대함 ALCM사거리가 500nm인 세상이 도래하는데, 날아올 미사일만 방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중해에서처럼 IS같은 게릴라 반군이나 때려잡을게 아니라면, 좀 뭘 제대로 가졌으면 합니다.
왜 자꾸 허우대만 가지려고 드는 지 모르겠어요.
이왕 돈을 들인다면 충실한 걸 가지면 안 될까요?
다른 나라를 보면.
미해군은 미래 전장환경에 대비 FAXX를 구상하고 있고, 이 물건은 1000NM까지 작전반경을 넓히려고 합니다.그렇다면 경항모에 F-35B 페어란 조합으로 50년을 대응할 수 있습니까? 아니, 30년은 대응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움직임이라면 건조한 후 20년도 되지 않아 시대착오적으로 도태될 판입니다.
프랑스나 영국이 왜 그 저렴하고, 우수한 경항모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한 번 쯤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항모는 움직인다, 못 볼 것이다, 함재기가 요격할 것이라며, 바로 옆에 치우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볼 내용이란 말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왜 저런 움직임을 보이는지 말입니다.
값비싼 F-35B를 고집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 비용이라면 라팔 혹은 슈퍼 호넷등을 선택하고, 그에 필요한 지원전력을 구축할 수도 있는 비용입니다.
그리고 미래에 가선 그와 같은 지원전력에 템페스트, FAXX등의 신개념 함재기를 도입하는 것이 총비용 면에선 훨씬 효율적이고, 전력적 면에서도 전혀 뒤쳐지지 않을 선택지라 생각합니다.
4> 가질려면 제대로 가지자.
경항모던 대형항모건 엄청난 기회비용을 발생하는 일입니다.
그만한 기회비용을 상실할 각오로 추진을 하려면 제대로 가져야 합니다.
미래에 찾아올 여러 광범위한 변화들을 수용하자면, 플랫폼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덩치를 키워야 합니다. 항공모함에 제반 건조비에서 확실히 가장 저렴한 건 철로 만드는 선체입니다. 가장 저렴한 선체를 키우는 것은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라 봅니다.
나중에 추가 발전모듈을 장착하든, 사출기와 제동기를 장착하든, 혹은 추가적인 레이더, 생존장비들을 장착한다 해도 결국은 선체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굳이 경항모일 필요가 없는 겁니다.
전 경항모를 선택해 괜시리 미군 혹은 일본에게 아쉬운 소릴 하게 되는 상황이 제일 두렵습니다.
어차피 한국은 해외영토가 없고, 주로 쓰겠다는 해역엔 기지조차 없습니다. 동맹군에게 아쉬운 소릴 하지 않으려면 가능한 모든 작전요소를 다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항모는 그 부분에선 결격입니다.
가질려면 똑바로 가지고, 어설프게 가질려면 그냥 포기하고.
그 돈으로 다른 선택지 찾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