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당시 항모의 유용성을 가장 크게 보여 준 사례는 바로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한 사건입니다.
하와이는 미 태평양 함대의 모항으로 가장 안전한 해군 기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항모에서 발진한 소형 전투기와 뇌격기, 폭격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이에 해전의 핵심이 거함거포의 대형 전함이 아닌 항공기를 탑재한 항모로 바뀐 것입니다.
다행이 진주만 기습 때 전함은 여럿 잃었어도 항모는 훈련 중이라 세 척이 살아 있었던 미국은 반격을 할 수 있었고,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군 항모를 격침시키면서 미해군이 다시 태평양 전선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이처럼 2차 대전으로 해전의 양상을 바꾼 항모는 미국을 상징하는 무기 체계로 세계 경찰 국가의 대명사와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무기는 창과 방패의 대결 같아서 한쪽이 우세하면 이를 대비하거나 대체하는 무기들이 나오게 됩니다.
전투기가 제트 항공기 시대화 되면서 항모는 점점 더 커지게 되었고, 전투기 역시 상대방 전투기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매우 정교화되고 고사양화, 그리고 그만큼 비싸지게 됩니다.
항모 역시 대형화되면서 작전 반경 확대를 위해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게 됐고, 레이더와 미사일 기술의 발달로 항모의 자유적인 작전을 위해 항모를 보호하고 작전할 수 있는 항모 전단까지 만들게 됩니다.
2000년대 초반 정점을 이룬 미 항모 전단은 90대의 전술 전투기와 각종 전략기를 태우는 만재 10만 톤이 넘는 항모 한 척과 이지스 구축함 및 순양 함 수 척, 공격 원잠과 지원함 및 전투함에 대함 전력까지, 거기다 더해 상륙함과 상륙전단까지 이끄는 거대 항모 전단은 실로 웬만한 나라는 며칠만에 멸망시킬 정도의 전력이 됐죠.
하지만 그만큼 비용이 어마어마 하게 들게 됩니다.
그 비용이 들어도 실질적 가치가 있다면 미국은 더 힘을 냈겠지만 2000년대 치른 아프간 전쟁과 2차 걸프전을 통해 항모는 상징적으로 큰 역할을 했지만 실제로는 동맹국의 역할이 더 컸음을 확인합니다.
즉, 동맹국 기지를 활용한 육군과 공군의 실질적 위력, 동맹국을 보급 기지로 활용하여 실질적인 전쟁을 치른 것 등을 통해 항모전단 자체로만 전쟁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항모가 수 척 적 수역에 들어가면 그자체로 엄청난 위협으로 적의 주력을 묶어 두는 역할도 했지만 실제로 정밀 타격과 공격 병력 파견 등은 적국에 인접한 미국 동맹국들의 역할이 더 컸다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미국은 항모와 항모 전단의 전략적, 상징적 역할은 인정하지만 실제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항모 전단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미래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더불어 초음속 미사일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항모의 방호에 더 큰 비용과 노력이 필요해졌고,
한 척의 항모라도 피격을 당하거나 격침되면 미국이 입을 국제적 타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더욱 더 항모를 전면에 내세우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따라서 경항모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즉, 대부분의 공중 전력은 미국에서 발진한 전략 자산과 스텔스 자산으로 대공 및 전략 목표를 타격하고 전술 목표는 적국에 인접한 동맹국의 기지에서 발진한 공군 전력을 활용하고 해병대 및 상륙군의 공중 지원에 항모를 전술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다목적성을 띄는 중형 항모의 필요성을 느끼고 상륙강습함과 경항모를 겸할 수 있는 플렛폼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경항모는 이제 미 정규 항모를 보좌하며 실질적인 전술 임무를 도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리하여 미국은 근미래에 무인 공격기 및 전술기를 개발하면 중형 항모 이하의 소형 항모들로 재편될 것이며, 이러한 항모는 해병대 상륙함의 임무를 겸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