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손익계산서 정도는 분명히 하고 주장을 전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애초에 한국은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패권국도 아니고, 강대국도 아니며, 심지어 지역 강국으로 규정하기도 애매한 위칩니다.
강대국 운운에서 반론하실 분 있을 것 같아 미리 말씀드리는데, 국제정치학에서 강대국은 최소한 '특정 사안에서 패권국의 정책결정을 번복시키거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국력을 가진 국가'로 규정합니다. 이 정의에 따를 경우ㅡ 현 시점에서 중국과 러시아, EU 정도만이 간신히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실질적으로 강대국을 제외한 기타 주체들을 (경험적으로) 진정한 국제정치의 플레이어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지역 이슈나 개별 사안에 있어 미시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거시 담론에 참가할 능력 &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좋으나 싫으나 국제 정치의 큰 테이블에서 거스름돈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고ㅡ 그렇기에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가진 있는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한국은 꽤나 어려운 입장에 있습니다.
일단 북쪽에 지속적으로 외교적 역량을 깎아먹는 짐덩이가 하나 있죠.
그 처치 곤란한 짐덩이를 귀찮게 여기지만, 사라지는 걸 원치 않는 강대국이 옆동네에 존재합니다.
같은 진영 내부에서 지분을 확충하고 한국의 영향력을 잠재적으로 감소시키고 싶어하는 섬나라도 있죠.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강대국의 거래에 거스름돈이 되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하나로 집중해도 모자를 판입니다. 따라서, 의사결정이 지극히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더라도 한국의 궁극적인 목적(거스름돈이 되지 않는 것)을 달성하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주제에 대해 논할 때 극도의 합리성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전 전작권의 디테일에 대해 잘 아는 편은 아닙니다. 따라서 전작권을 환수하는게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따로 논하지 않겠습니다. 찬반 모두 전략적인 고려와 손익분기를 계산해서 관련 주제를 논한다면 그건 꽤나 유익한 일이고, 해당 게시판의 취지에도 잘 맞는 토픽이 되겠죠.
허나 다소 감정적으로, 이를테면
"전작권 회수하면 북한이 쳐들어온다. 그러니 환수 불가."
"군에 대한 완전한 작전권 행사도 못하는 국가가 무슨 정상국가. 환수 반대는 매국노."
등과 같은 주장의 나열은,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건설적이지도 않으며 또한 성숙한 토론의 자세조차 아닙니다. 그러니 이러한 부분에 대해 주장하실 의향이 있으신 분들은 최소한,
1. 주장을 분명히 하고.(Ex> 현 시점에서 전작권은 환수되어야 한다 or 환수되지 않아야 한다)
2. 손익표를 명확히 한 후에(Ex> 전작권 환수시 기대되는 효과 - a. b. c. d...)
3. 주장의 방향성에 손익표가 맞는지 잘 검토한 후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논의를 전개.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 편이, 주장하시는 측에나 저처럼 관전하는 측에나 서로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성일 : 16-06-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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