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께서 좋은 질문을 해주셨는데.
댓글로는 다 담을 수 없을 것 같아 별도의 발제글을 냈습니다.
우선 상대방의 비행기지를 타격하는 것은 항공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로 1967년 중동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의 기습으로 이집트 공군은 420기의 각종 항공기 가운데 260여기를 상실했습니다. 그것도 하늘이 아닌 지상에서 말이지요.
이후 벌어진 일은 여러분들도 아다시피 이스라엘의 완승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쓰디 쓴 경험으로 절치부심한 아랍군은 요새화된 방어벽을 설치하고, 항공기를 분산배치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습 위력을 크게 저하시키고, 고도별 방공망을 통해 이스라엘 공군을 급격하게 소모시켰습니다.
이렇게 아랍군은 항공력으로 선제권과 주도권을 모두 쥘 수 있었습니다만. 이스라엘 공군에 당한 트라우마가 너무나 컸는지 전쟁 내내 수세적인 모습만을 보여줬습니다. 전쟁 초기 척추가 부러진 이스라엘 공군 각 항공기지들에 대한 선제적 공습을 하여 숨통을 끊기보다, 항공기를 각 육상전선에 대한 화력지원 수단(항공포병)으로만 활용하다보니 이스라엘 공군이 숨을 돌리고, 세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주며 끝내 패배하게 됩니다.
F-15K 도입당시 이름도 생소하던 종심타격이란 말이 등장하는데, 바로 아랍군이 이 종심타격을 등한시한 결과 전쟁에서 패배하는 한 계기가 됩니다. 따라서 항공전에 있어서 적의 종심을 타격하는 것은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고, 이 종심엔 항공기지도 포함이 됩니다.
그리고 이 중동전쟁을 계기로 동구권은 물론 서방권 역시 항공기지 요새화를 시도합니다.
이 전까지 비나 바람을 피하기 위한 수준이던 항공기 격납고가 강화됩니다. 새로운 강화격납고들은 강화콘크리트 구조였고 그 위로 다시 두터운 토사를 덮어 폭격으로부터 항공기를 보호할 수 있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이렇게 요새화 된 격납고들을 상대하며, 상당히 고전하게 되고. 이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미국에게 넘깁니다. 이들 강화 격납고들은 기본적으로 2000파운드 폭탄들의 파편과 폭풍으로부터 항공기들을 보호했기 때문에 이를 상대하기 위해 개발된 물건이 바로 BLU-109입니다.
기존 항공폭탄보다 더 날씬하고, 탄각이 더 두껍습니다. 통상 강화콘크리트 1.5~2m를 관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건 강도 30MPa기준이지요. 우리 역시도 레이저 유도키트, JDAM등에 이 BLU-109를 많이 채용해 운용하고 있습니다.(약 1500여발)
하지만. 이런 BLU-109도 실제 전쟁에선 불발률이 상당했고, 불발이 나지 않더라도 이라크군의 강화쉘터, HAS(hardened aircraft shelter)엔 통상 2발 이상을 투하했습니다. 즉, 지상에서 두더지처럼 숨어 있다 일거에 박살났다고 착각하지만. 미군 역시 이라크군의 요새화된 격납고에 꽤나 큰 수고를 기울였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정형화된 활주로 타격을 통해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항공 격납고에 대한 직접 파괴를 꾀하였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줍니다. 즉, 활주로를 파괴하는 것만으론 상대방 항공력을 오래 마비시킬 수 없으며 과거에도 결국엔 격납고를 직접 타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 말입니다.
적의 항공력을 제거하려면 결국 활주로 타격은 준비작업에 불과합니다.
활주로에 탄도탄을 떨어트리는 것은 방공망과 항공기의 유기적 연결망을 해체하는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며, 만일 적절한 비상활주로와 비상기지를 통해 적절히 항공기를 분산배치하고, 요새화된 엄체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면 2~3시간 이상 마비시킬 수 없습니다.
더구나 90년대만 해도 고강도 콘크리트의 압축강도는 100MPa를 헤아려, BLU-109가 기준삼는 30MPa를 월등하게 뛰어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도공군이 HAS를 건설하며 2000파운드 폭탄에 대한 방호력을 보유하고자 한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아마 이는 BLU-109와 비슷한 수준의 관통력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는 KAB-1500 pr등의 관통탄에 대응하고자 함으로 보입니다.
이 말은 BLU-109의 관통력으로도 HAS파괴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미군은 이보다 관통력이 2배 이상 강력한 BLU-116을 전력화하였습니다.
또한 동시에 우리가 90년대에 건설한 신세대 항공기지들의 내구도는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뜻하며. 이 수준을 기준으로 하여 다른 기지들 또한 내구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뜻도 됩니다. (서산기지등의 강화엄체호는 BLU-109급 관통탄에 대한 방호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고, 또한 활주로 역시 고강도 콘크리트로 타설되어 범용 폭탄 혹은 탄도탄 탄두의 파괴력으로 큰 피해를 일으키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구권의 경우 서방권에 비해 관통폭탄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상당 기간 낮았던 바. 관통폭탄의 위력과 수량이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말은 엄체호에 대한 투자만으로도 상당한 방어력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이는 중국 상대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항공작전을 펼쳐야 하는 한국공군 입장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즉, 보유한 항공기지를 최대한 요새화하고, 항공기 분산을 위한 다수의 임시 활주로와 거점을 보유하는 일은 공세적 작전역량 보유와 활용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군 역시 중국 주변의 역내 기지들을 요새화하고 있지요.
반대로 일본은 각 항공기지의 요새화도 지극히 부실한 수준이고, 동시에 BLU-109와 같은 관통탄과 GBU-24나 GBU-31등의 유도키트 역시 보유한 바 없으므로. 요새화된 한국군 항공기지에 대한 타격능력이 사실상 없는 수준입니다.(제가 생각하기에 한.일간에 전쟁이 벌어질 경우, 전통적인 공중전에서 상실될 전투기들은생각보다 적을 것입니다. 의외로 지상에서 썩거나, 지상에서 격파되는 항공기 숫자가 많을 것입니다.)
제가 여러 댓글등에서도 논하였듯, 이런 이유로 일본은 이 부분에 있어 상당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일본은 중동전쟁에서 패했던 아랍군의 수세적이고 타성적인 작전을 펼칠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한국공군은 자위대 항공기지 여럿을 본질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을 다종다양하게 운용할 수 있습니다.
아베를 위시한 일본 정치인들이 공격능력을 보유하겠다는 주장은 꽤나 오랫동안 자기들끼리 궁시렁거리던 주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제 개인적으론 현실성이 없다고도 봅니다. 한국공군이 종심타격작전 능력 보유 노래를 부른 것이 90년대 초반부터이고, 그때부터 돈과 인력과 기술을 하나, 하나 준비해 와 갖춘 것이 지금입니다. 30년 걸려 지금의 전력을 건설하였는데, 일본이 그만한 자금과 경험이 있을런지 의문입니다.)
여하간.
항공기지의 내구성은 진일보하고 있습니다.
탄도탄 타격만으로 완전 마비를 기대할 순 없고, 결국 정밀 유도폭탄에 의한 격납고 및 각종 지원시설에 대한 직접타격이 전제되어야 장기 마비 및 항공전력 손실을 강요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러자면 기지 주변 방공망을 제압해야 합니다. 헌데 여기에 필요한 자원이 너무나 막대하므로 항공자산의 마모를 최대한 늦출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