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눈팅을 하고 있자면 가끔 답답합니다.
그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는 것이 바로 주변국입니다. 주변국 대응하는 군사력을 건설하자며 정작, 주변국 군사력이 어떻게 증강되고 있고,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특히 답답합니다.
중국은 어떻게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고, 일본은 어떻게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군사력 건설의 기본 방침은 [자국방위]입니다. 영향력이니 국제기여니 하는 부분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 불과합니다. 자국방위가 전제되지 않으면 그 어떤 역할도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국방력이란 것이 주변국 대응에 있어 충분하다고 보시나요?
이 대응이란 단어는 [방어]를 뜻합니다. 능력이 차고 넘쳐 말라카 해협까지 나가서 해상결전을 치루는 그런 소리가 아니라, 영공, 영해, 영토를 방어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겁니다.
이 물음에 쉽게 답할 분들 계신가요?
이름 대면 어지간한 분들 다 아실 꽤 유명한 전쟁소설 작가도 '한중전쟁'을 다루며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중국군사력 때문에 몇번이고 설정을 엎었다고 하지요. 실제로 지금도 그렇습니다. 중국 군사력이 질적, 양적으로 불어나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일본이라면 차라리 나을 겁니다. 그런데 대상이 중국이 되면 좀 심각해집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부분이 전 공군이라고 봅니다.
예전 미국의 랜드 연구소에선 중국에게 대응하기 위한 한국공군의 전투기 수량을 약 600기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2010년 무렵 중국 항공력과 2020년 현재 중국 항공력은 질과 양 모두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다릅니다. 즉, 그 때 600기는 지금 환경과 시각에서 보자면 부족한 숫자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대한민국 공군에 대해 합참이 인정한 전술기 수량은 420기입니다.
2010년대 중국항공력을 기준으로 삼은 소요량에 대비하면 70%수준입니다. 2010년대 대비해 중국 항공력이 질과 양을 비교할 때 50%이상 증강되었다는 보고서를 생각해보면...소요량 대비 46%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2010년 당시에도 전술기 수량 부족이 심각하다는 여러 보고서 혹은 여러 칼럼들이 나온 바 있습니다.
문제점이 파악되고, 솔루션이 제안되면 그걸 실행시키려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정작 2010년대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노력도 대안도 없었습니다. 준비된 파국을 지켜만 보았지요.
그런데 문젠 대한민국 공군은 이 420기의 전술기도 못 채우고 있다는 겁니다.
F-4/5가 운용 연장을 한 바 있지만, 이들이 사실상 전력외 숫자 채우기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국공군의 효용성 있는 가용 전술기 수량은 이미 300기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F=35A 인도분 16기 + F-15K 59기 + KF-16/PBU 133+34 + FA-50 60기 = 302기)
여기에 잔여 F-35A가 24기 추가되는 상황에서 큰 변화 없이 KFX 블록 1이 2026년부터 추가되겠지만. 여전히 블록 1의 한계상 성능이 부족하고, 블록 2가 나오는 2030년 너머가 되어서야 사실상의 실전력화가 될 테니. 여전히 2030년대 중반까지 수량으로나 질적으로나 취약한 시기가 계속 될 겁니다.
사태가 굉장히 심각하지요.
항공력이 현대 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떤지 생각해본다면. 이미 우리 국토의 하늘은 자주방위가 매우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 말은 곧 부근 영해를 방위하는 수상함대 역시 작전은 커녕 생존조차 어렵다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공군이 무너지면, 해군과 육군도 무너집니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4~5조원을 들여 다목적 강습상륙함을 구매하는 건 상관 없지만, 거기다 공군 예산을 빼다 F-35B를 채우니 마니 하는 논의는 두 번째로 밀어 놓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당장 다급하게 필요한 건 항공전력의 복구입니다. 1차 FX사업 당시 공군이 밀던 마지노선이 전술기 500기였습니다. 전 그 정도라도 달성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도 매우 서둘러서. 그러자면 KFX는 충실히 진행하면서 갭 파이터로 60~100기를 직도입해야 한다 봅니다. 그것도 주변국에게 질적대응이 가능한 전투기로 말이지요.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대략 9~12조원 수준입니다.
주변국 대응을 하자면서 그 중 가장 약한 일본보다도 전술기 숫자가 떨어지는데. 그 다음의 성과를 노리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항공력이 밀리는데 함대는 남아나고, 상륙부대는 남아나겠습니까? 왜 토대도 없는 사상누각을 만들자고 핏대들을 세우는지 모를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