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신왕을 추대한 세력은, 백제 귀족 중, 고구려에 대한 강경노선의 세력이었을 수 있습니다.
보통 고대국가의 왕은 귀족집단 중에서 가장 많고 강한 세력과 한편이 되어 추대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신왕은 백제 15대 침류왕의 아들이었지만, 숙부인 진사왕에게 찬탈당하고, 나중에 진사왕을 죽이고 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신왕이 죽은 후, 아들 전지왕이 곧장 즉위하지 못하고, 아신왕의 동생인 부여훈해와 부여설례가 서로 왕위를 차지하려고 싸운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즉, 당시의 백제왕은 꼭 선왕의 아들이 왕이 된다는 법이 없을 정도로 왕권이 불안하고, 유력한 무력집단인 귀족들의 지원이 있어야 왕으로 즉위할 수 있던 시대였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아신왕이 고구려에 대한 강경책을 주장하는(아마도 고구려에게 자기 땅을 뺏긴?) 귀족들에 의해 왕위에 올랐을 수 있고, 그런 경우 고구려에 대해 매년 싸울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싸우지 않고 다른 방도를 취하려 했다면, 자기를 지지하는 귀족들 중에 반대세력이 생길 것이고, 자기 지지세력이 분열하면, 아신왕이나 그 아들이 왕위에서 밀려날 수도 있었을테니까요.